핵잠수함 벨고로트서 종말의 핵무기 ‘포세이돈’ 시험 논란
러 핵무기 사용 2대 원칙 ‘대량살상무기 대응‧존립 위협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러시아가 돈바스(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한스크인민공화국)와 헤르손‧자포리자주 등 4개 지역과 영토병합을 선언한 후 미국‧유럽 등 서방 매체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핵 시위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핵무기 사용에는 원칙이 있다면서 감정적인 결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 “핵무기 사용, 원칙대로 할 것”
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RT뉴스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핵무기 사용을 논의할 때 감정은 배제된다면서 러시아는 이와 관련해 명확한 정책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정부 수장이 보다 과감한 조치로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한 직후에 밝힌 입장이다. 카디로프 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며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카디로프가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핵무기 사용에 감정적인 결정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해를 풀기 위해 기자들에게 러시아의 핵 대응 방침을 알렸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러시아나 동맹국에 대한 핵 등 대량살상무기로부터의 자기방어,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이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 입장에서 다른 고려사항은 있을 수 없다고 단정했다.
러시아 외무부 비확산 담당 고위관리도 4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러시아는 핵무장 국가 간의 전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러시아 외무부 군비통제비확산국장은 “핵보유국 간 어떤 전쟁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전제를 ‘핵5국’의 모든 국가가 고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1월 핵보유국 정상들의 공동성명에 반영됐고, 러시아는 이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를 담당하는 위원회는 이날 콘스탄틴 보론초프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단 부단장을 통해 이 같은 성명을 입수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서방 측의 핵 시위 추측성 보도와 관련해 “서방 언론, 서방 정치인, 국가 원수들은 핵 관련 수사를 퍼뜨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서방 매체들 “러, 핵 시위 가능성”
앞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러시아 국방부의 핵 장비 전담 부서 열차가 우크라이나 전방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이 지난 주말 사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전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가 러시아의 핵 어뢰 실험 계획에 대한 경고하는 내용을 동맹국들에게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핵 어뢰 ‘포세이돈’를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 ‘벨고로트’가 북극해를 향해 출항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핵무기 시험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이에 포세이돈의 위력을 보도하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길이 184m의 벨고로트는 현존 세계 최대 잠수함이다. 미국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잠수함인 오하이오급(171m)보다 13m 더 길다. 최대 120일간 해저에서 연속 작전이 가능하며 작전 반경이 무제한이다.
2Mt급의 폭발력을 지닌 포세이돈은 연안 해저에서 터지면 높이 500m의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의 항공모함이나 군함은 물론이고 해군 기지와 그 지역 자체까지 방사능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벨고로트는 최대 6∼8기의 포세이돈을 탑재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포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포세이돈을 두고 “미국 해안 도시를 방사능 쓰나미로 덮어버릴 계획으로 설계된 무기”라고 우려했다. 미 군사전문가 H.I.서튼은 더타임스에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로 포세이돈을 요격할 수 없다”고 말했다.
CNN은 3일 “미 행정부가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 핵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계획 수립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 나토 가입 주시하는 러시아
서방매체들이 이같이 핵 시위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동향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4개 지역 영토병합을 승인했고, 현재 러시아 의회 의결을 진행하고 있다. 법적 절차를 거친 후에는 러시아는 이들 4개 지역에 대한 공격을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할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영토병합을 승인하면서 자국 영토보전이 위협을 받을 경우 가능한 데 모든 수단(핵 무기 포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날 백악관 연설 후 추가 발언을 통해 “미국과 그 동맹은 푸틴과 그 무모한 발언·위협에 겁을 먹지 않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일종의 ‘틀에 박힌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그(푸틴)는 이웃 국가의 영토를 장악할 수 없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및 그 영토와 자유를 수호할 수 있도록 군사 설비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방 전문가들에게서 푸틴의 발언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허드슨 연구소 석좌연구원 겸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월터 러셀 미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생존 전쟁이라고 규정해 핵공격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우려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토병합에 대응해 추진하는 나토 신속 가입 신청 문제와도 결부된다. 지난달 30일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에 신속하게 가입하는 신청서에 서명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동맹이 그러한 신청을 고려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직접적인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서방과 러시아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더 나아가 3차 세계대전으로 비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이 공격 받았을 때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다른 회원국들이 자동 개입해 집단방위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나토 가입과 관련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이 결정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열망과 우크라이나의 미래 나토 가입 확인이 특수군사작전의 한 이유였다는 것을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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