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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전범재판, 16년 만에 마무리… 이대로 잊혀지는가
국제 Global Opinion

[천지의 눈] ‘킬링필드’ 전범재판, 16년 만에 마무리… 이대로 잊혀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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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7월 26일 캄보디아 법원 특별회의실에서 크메르루즈 교도소장 카잉 구에브의 법정 절차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는 고문과 살인범죄, 반인도적 범죄로 크메르루즈 국제전범재판소(ECCC)로부터 3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출처: 뉴시스, 신화)

70년대 후반 캄보디아 학살

자국민 200만명 살해 충격

베트남인무슬림 주민 희생

 

국제전범재판 실효성 논란

고령노환 피고 재판연기 빈번

판결 선고 받으니 90대 노인

신속한 재판정당한 판결 요구

편집자주

1970년대 후반 캄보디아에서는 200만명이 학살되는 전쟁범죄가 발생했다. 무슬림인 참족 주민과 베트남인을 상대로 당국이 자행한 대학살의 관계자들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고, 이로부터 약 30년이 흐른 뒤 설치된 전범재판소를 통해 기소됐다. 당시 국가 수반이 최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나이는 91세다. 함께 기소된 피고들은 재판 진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70~80을 넘겼다. 이에 신속한 재판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이 자국 상황을 분석한 기고문을 보내와 번역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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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자국민 200만명을 대량 학살한 크메르루즈 정권 고위급 지도자 4인방 중 유일한 생존자인 키우 삼판(91) 전 캄보디아 국가주석에 대한 최종판결이 지난 922일 오전 930(현지시각) 프놈펜 소재 유엔 크메르루즈 국제전범재판소(ECCC) 법정에서 열렸다.

ECCC는 이날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이 자신에게 내려진 종신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종신형이 확정됐다. 크메르루즈 정권 1인자 폴 포트는 1998년 사망해 법정에 세우지 못했다. 키우 삼판은 크메르루즈 최고 지도자인 폴 포트가 이끄는 캄보디아 공산혁명정권을 수립할 당시 대통령을 지낸 중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권력 제2인자로 통했던 누온 체아 국가주석과 이엥 사리 외무부장관, 그리고 이엥 티리엇 사회부장관과 함께 무고한 자국 국민들을 비극적 죽음으로 몰고 간 결정적 역할을 한 혐의로 유엔 주도 특별재판에 기소된 공산혁명정권 핵심 인사들 중 한 명이다.

이들 4인방은 또 집권기간(1975.4.17.~1979.1.6) 중 자행된 대학살과 인류에 대한 잔혹범죄, 전쟁범죄, 고문 살해 등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대학살 혐의 부분은 베트남인들과 무슬림인 참족 주민들의 대량 학살과 관련돼 있다. 캄보디아의 대량학살 사건과 반인륜적 범죄를 심판하기 위해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으로 ECCC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유엔에서 파견된 외국인 판사들과 캄보디아 출신 판사들이 공동재판관을 맡았고, 한국의 정창호 판사에 이어, 백강진 판사도 유엔파견 재판관으로 활동했다.

크메르루주 정권은 197917일 베트남에 의해 패망할 때까지 37개월 20일간 집권했었다. 이 기간 동안 상상하기 힘든 자국민 대학살이 자행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재판은 무려 약 30년이 지나서 열렸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일 뉘른베르크와 일본 도쿄 전범재판소 이래 반세기만에 다시 재개된 국제 전범 특별 재판이라는 점에서 지구촌의 이목을 끌었다.

유엔이 주도하는 ECCC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자, 캄보디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첫 사건 재판은 전범 지도자 4인방에 대한 재판 대신, 악명 높은 뚜얼슬렝 수용소 소장을 지낸 카잉 구엑 에아브(일명 두잇)에 대한 재판으로 시작됐다. ‘사건 번호 001’로 부른 첫 재판 1심 판결에서 그는 30년형을 받았지만, 이후 2011년 항소 끝에 최종심에서 결국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수용소에서 죽은 희생자의 가족들은 그에게 반드시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이 주도한 재판에서 사형 판결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는 나라별로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커지면서 사실상 관례가 된 것이다. 다만 전범에게는 공소시효와 사면이 없다.

이후 투올슬렝 교도소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0년 병원으로 옮겨진 후 지병으로 사망했다. 뚜얼슬렝 교도소장 두잇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 될 무렵인 2011년 키우 삼판을 포함한 크메르루즈 지도자 4인방은 ECCC에서 기소돼 10년이 넘는 기간 길고 지루한 재판을 받았다. 그들은 이미 80~90대에 이른 노인들이라, 기억력은 감퇴됐고 진술은 늘 오락가락했다. 잦은 병치레로 재판은 수시로 연기되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외무부장관을 지낸 이엥 사리가 재판 중 2013년 노환으로 사망했다. 이에 앞서 이엥 사리의 부인이기도 한 이엥 티어릿의 경우 치매에 걸려 기소가 정지됐다. 제대로 된 재판조차 받지 않은 상태였다. 이엥 티이럿은 크메르루즈 최고 지도자였던 폴 포트의 처제이기도 하다. 결국 그도 지난 2015년 남편의 뒤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

이 무렵을 전후해 설상가상으로 ECCC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겼다. 유엔 파견 외국인 재판관들의 잇단 사퇴와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직원들의 파업으로 장기간 심리가 지연되는 등 파행 운영이 이어진 것이다. 이후로도 수억 달러가 넘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썼음에도 재판이 갈수록 지지부진해지자, 재판소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비판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앞서 ECCC는 당시 80대에 접어든 피고인들의 재판 중 사망을 우려, 두 개의 소재판으로 나눠 재판을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붙여진 이름이 <사건 번호 002/01><사건 번호 002/02>였다. 2016년 대량학살과 관련된 <사건번호 002/01>재판에서 당시 생존해 있던 누온 체아와 키우 삼판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811월 두 번째로 치러진 <002-02>재판에서도 누온 체아와 키우 삼판 두 사람 모두 집단 학살, 반인도적 범죄, 제네바 협약의 중대한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이중 누온 체아는 노환으로 다음해인 20199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남은 전범 지도자는 91세의 키우 삼판 뿐이었다. 첫 유죄 판결 이후 무려 4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에 대한 최종심 판결이 지난 922일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종신형 판결이 난 마당에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도 더 이상 이 재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이 90을 넘긴 노령의 피고에게 이미 내려진 종신형은 사형이나 다름없다는 인식도 강했다. 더 이상 재판이 무의미하다는 반응도 더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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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8월 7일 권력 제2인자로 통했던 누온 체아 국가주석이 당시 88세의 나이로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 ECCC는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는 5년 후인 2019년 93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출처: 뉴시스, 신화)

심지어 나머지 전범들에 대한 추가 기소 재판에 대해서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재판부는 이미 지난 2015ECCC는 크메르루즈 전직 간부였던 임 체암과 메아스 무스를 살인, 노동착취, 정치·인종적 박해 등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임 체암은 강제노동수용소를 운영했다. 해군사령관을 지낸 80대의 메아스 무스는 수감자들을 고문시설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제 이들에 대한 정식 재판이 열릴 지 아무도 모른다. 나머지 기소된 전범들도 70~80대를 넘은 고령자들이다. 혼자 법정에 출두할 기력도 없고 기억력마저 나빠져 제대로 된 진술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훈센 총리는 그동안 유엔 주도의 전범재판을 노골적으로 반대해왔다. 그 자신이 과거 크메르루즈 출신이었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크메르루즈와의 내전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정글에 숨어들어간 적들을 압박하고, 불안한 권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7년 유엔 코피아난 사무총장을 만나 전범재판을 열어줄 것으로 간청했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더 이상의 재판은 무의미하고 국가결속을 해칠 뿐이라고 주장한다. 상황이 그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국민들이 이 재판에 더 이상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국제사회도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지금까지 달랑 9명만 기소하고, 그중 3명만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럴 거면 뭐하려고 했느냐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현재 키우 삼판은 감옥이 아닌, 일종의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고 있다.

전범재판소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것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무관심 때문에 중단돼선 결코 안 된다.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 있더라도, 단 한 명의 남은 전범자가 있다면 그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것이 순리이고 한편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수백만의 원혼들을 달래는 길이기도 하다. 인류는 준엄하고 공정한 사법적 판단을 통해 이 경험으로부터 스스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워야 한다. 다음 세대들에게 보여주고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으로 인식될 때, 우리는 그것을 비극이라고 부른다. 돌이켜보면, 인류는 스스로 퇴행시킬 수 있는 수많은 잘못과 일들을 벌여왔다. 그럼에도 인류가 조금씩 전진해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류가 역사에 대한 나름의 가치 판단과 기준을 갖고, 지켜야 할 무언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반세기만에 열린 크메르루즈 전범들에 대한 재판에서 확실한 단죄, 정의구현에 기반한 공정한 사법적 조치의 신속한 이행이 현실화 돼야 한다. 그리고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은 이 역사로부터 무엇을 얻을지 자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캄보디아 #키우 삼판 #ECCC #전범재판 #크메르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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