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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와 경제질서
오피니언 칼럼

[아침논단] 경제위기와 경제질서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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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금융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통화팽창에 익숙했던 세계 경제는 점차 혼란에 빠지고 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쉽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에너지 문제는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달러 중심의 경제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대다수 국가도 미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고강도 긴축에 대하여 전 세계가 휘청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 국가가 자국의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지만, 무작정 따라갈 수도 없는 국가들만의 사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근 영국은 고물가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감세정책과 경기부양 정책을 발표했는데 파운드의 통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경제 혼란 속에서도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금리 인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나뉘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투자가 감소하고 경상수지가 계속하여 적자가 발생하면서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있는가 하면, 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라고 해도 아직은 충분히 버틸만하다고 보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나 금융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1997년이나 2008년과 달리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경상수지가 6개월 동안 적자가 지속됐지만, 이는 미국의 긴축 강화,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우리나라 대내외 건전성은 양호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정부도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대외여건의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를 소홀히 하면서 1997년 말 금융위기로 인해 재난 수준의 처참한 경험을 했다. 그때처럼 경제주권을 상실할 정도의 위기는 아니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도 어려움을 경험했다. 두 차례에 걸친 경제위기는 금융위기였다는 점에서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대응하는 국가의 체계적인 경제·금융 정책과 이를 수용하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오늘날 국가 경제는 세계 경제와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든지, 자국의 경제를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필수적이다. 현대 국가에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은 국가존립에 관한 문제이고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면 국가 경제는 몰락의 길로 가게 된다.

우리나라 헌법은 경제에 관해 여러 조항을 두어 시장경제를 보호하고 있다. 헌법은 우리나라의 경제질서를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 존중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면서,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등을 위해 국가가 경제에 관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헌법은 자본주의에 기초한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 균형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국가의 경제에 대한 개입을 법률을 통해 허용하고 있다.국가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고물가의 시대가 오면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의식주 해결도 쉽지 않은 국가의 과제가 된다. 더구나 경제위기의 시대에 먹고 입는 것뿐만 아니라 주거권을 보호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특히 주택건설이 국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주도인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주거권 보장은 너무나 어려운 문제이다. 이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역대 정권들의 크나큰 실책이라 할 수 있다.

경제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요구하는 경제질서를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정책에 정치적 논리가 들어가거나 정치적 이해가 개입하게 되면 국민경제는 성장과 안정을 꾀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헌법이 요구하는 것과 달리 적정한 소득의 분배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면 자본주의 경제는 파탄을 맞게 될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자율적 운용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적 경제위기도 그냥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내외 경제환경을 충분히 살펴보면서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경제적 논리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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