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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국경일 맞나?
오피니언 칼럼

[박병환의 줌인] 개천절, 국경일 맞나?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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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개천절은 3.1절, 그리고 광복절과 더불어 3대 국경일로서 올해는 4354주년이 된다. 이날은 우리 민족이 반만년 동안 이어져 왔다는 자기인식과 자긍심의 징표이다. 상해 임시정부 때부터 개천절을 기념했으며 그 전통은 광복 후에도 이어져 정부는 1949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양력 10월 3일을 개천절로 정했다.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국경일인 만큼 재외공관은 개천절에 국경일 리셉션을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개천절은 축제가 되기는커녕 그야말로 홀대받고 있다. 개천절 행사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전에는 대통령이 개천절 행사에 참석했으나 노태우 정부 이래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고 국무총리가 대통령 축사를 대독한다. 그마저 이명박 정부 시절 2011년에는 국무총리 명의 경축사로 격하됐다.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 주관의 행사가 되다 보니 국회의장이나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개천절이 국가적인 경축일이 아니라 행정부 차원의 기념일이 돼 버렸다. 작년 10월 ‘미래경영청년네트워크’가 대선 예비후보 12명에게 개천절 경축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 좋은지 물었는데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20대부터 50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67%가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고 했으며, 78%가 ‘개천절을 기념하는 것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 고취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한민족 최초의 나라가 기원전 2333년에 ‘홍익인간’이라는 숭고한 이념을 갖고 세워진 것을 기념하는 날이 왜 이런 푸대접을 받고 있을까? 크게 보아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 주류 사학계에서 단군조선의 역사적 존재를 인정하기를 주저하거나 거부하고 있다. 우리 역사서는 물론 중국 사서에도 단군조선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으나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사학에서 벗어나질 못해 단군을 ‘신화’로 치부하고 그 역사적 실재를 사실상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주류 사학계는 고조선이 한(漢) 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하여 소멸된 데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의 동북공정은 상당 부분 한국의 주류 사학계의 주장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한 학자는 유의미한 의견을 제시했다. 1982년 ‘고조선(Древний Чосон)’을 출간한 유리 부틴(Юрий Бутин)은 “고조선은 1천년간 중국 지배를 받지 않은 독자적 문화를 발전시켜왔으며 소위 한사군(漢四郡)은 현재 한국 국경 밖에 있었다. 동북아 고대사에서 단군조선을 빼놓고는 아시아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 일본이나 중국은 없는 역사도 만들어내는데 한국인은 어째서 있는 역사도 없다고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이라면 ‘죽창가’를 부를 정도로 극도로 혐오하면서도 정작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사학이라는 심각한 독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류 매체들의 개천절에 대한 무관심 또한 문제이다.

둘째, 국내 기독교 신자들 가운데 일부가 단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대종교에서 개천절을 주창했다고 해서 거부감을 갖는 것 같기도 하고 단군을 기리는 것이 마치 그들의 신앙에서 금기시하는 우상 숭배라고 보는 것 같다. 단군에 대해 우리가 갖는 마음은 결코 우상 숭배가 아니다. 단군은 유구한 우리 역사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의 뿌리에 대한 인식과 자긍심은 특정 종교와 양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수천 년 전 나라가 세워지고 나라의 우두머리가 단군으로 불리운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면서 각자 종교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정치집단 사이 대립이 심화돼 이제는 일반 국민들마저 진영 싸움에 뛰어들어 양극단으로 갈라져 사사건건 죽기살기식으로 상대방을 헐뜯고 공격하고 있다. 조선 시대의 망국적인 당쟁을 연상케 한다. 한마디로 말해 국민 분열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라의 발전을 기하기가 어려움은 물론 안보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단결과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유구한 우리 역사를 갖고 국민화합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점에서 국민 모두가 한민족으로서 하나임을 느끼게 하는 역사적인 날인 개천절 경축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10.1일 현재 대통령실 사이트의 대통령 공개 일정에 개천절 행사 참석은 올라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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