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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EU “해저 가스관 사보타주 가능성” 한목소리… ‘공동’ 진상조사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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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in] 러‧EU “해저 가스관 사보타주 가능성” 한목소리… ‘공동’ 진상조사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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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른홀름[덴마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7일(현지시간) 덴마크 보른홀름섬 인근 해역에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의 가스 누출로 지름 1㎞가 넘는 거대한 거품이 형성됐다. 2022. 09. 27

美‧서방‧러, 가스관 파괴 규탄

EU, 아직 러 배후 지목 안 해

러, 美 겨냥 “바이든이 암시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러시아 천연가스를 독일에 공급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발트해 해저관 3개가 파손돼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하자 서방과 러시아가 서로 상대방의 ‘비밀 파괴 공작(사보타주)’ 혐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EU측은 사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의도적인 활동으로 가스관이 파괴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유럽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관 주요 이해관계국들인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은 “사태 경위를 밝힐 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잠재적 가해자를 지명하거나 동기를 밝힌 적은 없다. 

반면 러시아는 지난 1월 27일과 2월 7일 미국의 대통령과 고위 관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개시되면 노르트스트림2를 제거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혔던 점을 떠올려 보면 이 사건의 배후를 짐작할 수 있다며 미국 배후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 언론들은 그러나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반발해 가스 공급을 계속 줄여온 점을 고려, 이번 사고도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여 가격을 올리는 속셈으로 저지른 파괴공작이라는 논조로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어떤 일간신문은 “서방이 러시아를 맹비난 했다”고 보도했는데, 적어도 29일 아침(한국시간)까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서방과 러시아는 사고 진상조사에서는 결이 다른 얘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1∼2주가 지나야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누출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은 공동 진상조사 의지를 천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7일 인도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연합 국가들이 사고 조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당연히 가스관을 소유한 러시아가 함께 조사를 벌여야 공정하고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 가스프롬(Gazprom, 러시아어 가즈프롬)은 노르트스트림 가스 파이프라인의 소유주로서 당연히 상황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기자 브리핑에서 밝혔다.

그는 사건 진상조사에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 현장 기자들의 질문에 “가스관 소유자 가스프롬 없이 조사 수행이 불가능하다. 이 파이프는 소유자가 없는 게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다만 “사고 지점 주변에 많은 모니터링 장비를 가지고 있는 덴마크와 스웨덴으로부터 약간의 정보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이 나라들의 모니터링 장비가 파악한 정보와 조사과정이 지구촌에 낱낱이 공개돼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번 사고에 대해 미국이 이미 복선을 제시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지역의 탈나치화(denazification)를 위한 특별군사작전 개시에 앞선 지난 2월 7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그보다 며칠 전인 1월 27일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차관의 발언이 바로 그 복선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2월 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시’ 노르트스트림2를 없애겠다고 약속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기억하는가. 무엇을 염두에 뒀을까”라며 “그리고 이에 대해 미국에 감사하는 폴란드인들의 광기에 가까운 반응의 의미는 뭔가”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1월 27일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차관이 국무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노르트스트림 2를 폐쇄할 것이다. 솔직히 ‘어떻게 되든(one way or another)’ 노르트스트림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중 ‘어떻게 되든(one way or another)’을 놓고 러시아 언론인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더라도”라는 해석과 “공화당 등이 반대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침공 여부와 별도 논리로”라는 해석이 엇갈렸었다.

크렘린궁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에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는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기자들에게 귀띔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노르트스트림 송유관 피해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의 요청에 따라 15명으로 구성된 유엔 안보리 의장국을 30일 소집한다. 9월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프랑스가 회의를 주재한다.

유엔 규칙18에 따르면, 안보리 의장직은 이사회 구성원 이름의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매월 돌아가며 맡는다. 안보리가 심의 중인 분쟁에 직접 관련된 이사국은 심의기간 중에는 안보리 순회의장국이 될 수 없다. 이 경우 그다음 영문 알파벳 순인 나라가 순회의장국을 맡는다.

9월 의장국인 프랑스(F)을 제외한 러시아(R), 영국(U), 미국(U), 중국(F) 등 4개 상임이사국, 케냐(K), 가봉(G), 가나(G), 인도(I), 아랍에미리트(U), 아일랜드(I), 노르웨이(N), 알바니아(A), 멕시코(M), 브라질(B) 등 10개 비상임이사국 중 친러성향으로 알려진 가봉이 10월 의장국을 맡게 된다.

상임이사국 5개국과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 10개국 총 15개국으로 구성되는 유엔 안보리는 올해도 비상임이사국 10개국 중 5개국을 교체한다. 5개 상임이사국을 제외한 10개 비상임이사국은 2년 임기제로 해마다 5개국씩 유엔총회에서 선거로 뽑기 때문이다. 비상임이사국의 경우 임기는 2년이며, 중임은 가능하나 연임은 불가능하다. 전년에 선임되면 이듬해 연초부터 그 다음해 연말까지가 임기이기 때문에, 매년 이맘때쯤이면 매달 바뀌는 안보리 순회의장국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너무도 당연한 요구이지만, 러시아가 관련된 대형사고에서는 항상 러시아가 진상조사단에서 조사돼 왔다는 게 러시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번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러시아 자산이고 거기서 난 사고는 당연히 러시아가 서방과 공동조사에 나서 지구촌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명하게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여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누출 조사를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주도한다면, 친러 성향의 가봉이 안보리 10월 의장국으로 러시아에 힘을 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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