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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발 아시아 금융위기론
오피니언 칼럼

[정치평론] 블룸버그 발 아시아 금융위기론

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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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25년 만에 ‘제2의 금융위기’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26일자로 전한 소식을 보면 미 달러화 초강세 속에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1997년과 같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당시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9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이미 140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1435원). 뒤늦게 나선 정부의 개입도 소용이 없다. 어디까지 갈지 불안할 따름이다. 중국 위안화도 역외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7.2647달러까지 상승했다는 소식이다. 중국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포치(破七)’도 이미 넘어섰다. 달러화가 7위안 선을 깨트린 것은 2008년 5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아예 엔화 몰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정부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블룸버그의 지적대로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동시에 위태롭다.

중요한 것은 우리 한국의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포럼에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세계경제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둡다고 전제하면서 지금의 복합위기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부도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가 최근의 경제 상황을 ‘복합위기’로 보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혹여 섣부른 낙관론에 빠져 있거나 또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탈’ 운운하며 뒷북치는 대책을 내놓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가 말한 그대로 지금의 한국경제는 복합위기 국면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미 ‘퍼펙트스톰’이 밀려오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추 부총리가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추 부총리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이 크게 우려할 만큼 높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원화 가치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요국 통화도 비슷한 양상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핵심은 빠졌다. 원화가 특히 더 취약하다는 점은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최근 무역수지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부채는 갈수록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가계부채는 이미 비상이다. 그럼에도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작은 충격에도 한국의 금융시장은 폭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룸버그가 아시아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리고 위안화와 엔화 약세는 결국 달러 강세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외환보유고를 쏟아 붓는 아시아 국가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원화를 필리핀 페소화와 함께 아시아 각국 통화 가운데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았다. 호주 맥쿼리캐피털도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한국 원화와 필리핀 페소화를 지목하면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의 통화를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았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킹달러’에 대비되는 주요국 통화 가치 하락과 같은 수준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달러화가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대거 이탈할 경우 중국은 금융시장에 적극 개입할 여력이 비교적 충분하다. 위안화는 아시아 통화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다.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일본 엔화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거래가 많다. 따라서 기축통화에 버금될 정도의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원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아시아 금융시장에 진짜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한국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블룸버그가 특히 원화의 취약성을 강조한 배경이다.

물론 블룸버그 지적대로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흔들린다고 해서 반드시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1997년의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고를 크게 늘려 왔다. 한국도 최근에 크게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동안 외환보유고를 늘려왔다. 그렇다면 문제는 앞으로다. 블룸버그가 일본 미즈호은행 관계자 말을 인용한 것처럼 통화가치의 불안정이 “세계적인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이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엔화도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이 무너지면 아시아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한 전문가 의견도 전했다(29일 현재 144.47엔). 이를 종합해 본다면 불행하지만 현 상황은 점점 더 위험한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도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나름 대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가 언급했듯이 비상한 각오로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위기 인식이나 각오, 또는 긴장감을 높이는 수준으로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비상한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주식시장 붕괴가 어느 날 현실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으로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은 그 어떤 것도 당장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용산 대통령실 ‘워룸’에서 매일 금융시장 변동을 모니터링하고 적극적 대응책을 강구해도 부족할 판이다. 그리고 이럴수록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협치는 위기 극복을 위한 엄청난 동력이 될 수 있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이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고삐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재점검해 보고, 부족한 것은 즉시 고쳐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놓치면 자칫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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