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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세상과 리더의 품격
오피니언 투고·기고

[기고] 열린 세상과 리더의 품격

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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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뉴욕순방 중 방송 카메라에 포착된 비속어 논란으로 시끄럽다. 정치권은 물론 온라인도 뜨겁다. 아전인수식 해명과 해석이 난무한다.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다. 리더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는 큰 영향을 미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리더의 말과 행동은 사전에 정제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겠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음성과 영상이 그대로 노출되곤 한다. SNS가 여론의 중심이 된 세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퍼져 간다. 리더의 언행이 안보문제와 직결되는 시대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의 말 한마디는 세계경제를 춤추게 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면 어김없이 세계 증시는 급락, 급등을 반복한다. 지난 921일에는 파월 의장의 금리인상 필요성 발언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발언이 세계경제를 뒤흔들었다.

리더의 언행으로 역사가 뒤바뀐 사례는 수없이 많다.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H.W. 부시 공화당 후보와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격돌했다. 판세는 정치적 중량감이나 지명도 면에서 단연 부시가 현저히 앞서고 있었다. 변방의 아칸소 주지사 출신의 젊은 정치인이 감히 워싱턴 주류 정치에 도전한다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문구 하나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 된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의 한 명인 오바마의 실수도 유명하다. 2012년 서울에서 개최된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재선을 앞둔 오바마는 미-러 정상회담을 하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번이 마지막 선거다며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유럽 미사일 방어(MD) 문제에 융통성을 갖겠으니, 러시아 대통령에 취임할 푸틴 총리가 자신에게 여유공간을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이 발언은 그대로 공개됐고, 공화당 대선주자들로부터 일제히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유럽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은 오히려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쥐 잡는데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가릴 필요가 없다는 흑묘백표론으로 중국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다. 1978년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이념에 앞서 경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중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세계는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권과 소련 중심의 사회주의권이 치열한 냉전을 치르고 있었다. 사회주의 이론의 창시자인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전하면서 자본가 계층에 부가 집중되고 노동자 계층은 착취를 당하게 됨에 따라 노동자 계층이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노동자 천국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막상 사회주의 혁명을 이룬 나라는 유럽에서 공업화가 가장 늦은 소련에서 일어났다. 경제적 풍요단계를 거치지 못함에 따라 서로 균등하게 나눠 가질 것이 없었으므로 경제적 빈곤은 가중됐다. 덩샤오핑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점이다. 경제적 풍요부터 이루고 사회주의 완성단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향후 100년 동안은 본뜻을 숨기고 도광양회해야 한다고 조언까지 했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진영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적어도 100년 동안은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 시간을 50년으로 앞당겼고, 당겨진 시간만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세계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웅변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한 수많은 연설은 영국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40513일 수상으로 임명 받으며 영국의회에서 한 연설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영국인들의 결의를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의 목적은 승리입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겨야 합니다전쟁이 아무리 길고 힘들더라도 승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우리 모두가 죽기 때문에 우리는 승리해야 합니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표적 연설 사례일 것이다.

우리의 역사 속에도 심금을 울리는 리더의 한마디가 많이 있다. 그 가운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죽음을 앞두고 남긴 나의 죽음을 적이 알지 못하게 하라는 말은 리더의 자세로 여전히 회자된다. 그런데 이 말을 먼저 사용한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정운 장군이다. 임진왜란 초기 부산포 몰운대(현재 부산 다대포) 전투에서 왜선 100여척을 격파하는 등 큰 전과를 올렸으나 회군하며 적탄에 전사했다. 몰운대 전투를 앞두고 필시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이다. 만일 내가 죽더라도 적이 알지 못하게 하라며 부하들에게 일렀다는 일화가 있다. 정운 장군의 충신문은 현재 해남군 옥천면 대산리 충절사에 모셔져 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룹 임원들을 모아 놓고 한 말도 유명하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 마누라와 자식 빼놓고 다 바꿔 봐”. 당시 이건희는 경제전쟁의 시대에 뒤쳐질 두려움에 밤잠을 잘 수 없다며 이대로라면 삼성은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당시 삼성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 1위에만 안주해 있었고, 국제경쟁력은 다음 문제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이건희의 한마디는 삼성의 문화를 바꾸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리더의 언행과 품격은 국가와 조직을 대표하며, 성격을 규정할 뿐 아니라 구성원들과 주변인들을 이끌어 가는 저력이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다. 대중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은 웃고 울 정도인데 국가리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과거와 달리 밖으로 드러나는 언행은 실시간으로 퍼진다. 단 한 번의 실수나 방심도 용납되지 않는 세상이다. 철저한 준비와 관리는 필수적이다. 리더의 말 한마디는 철저히 준비되고 계산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단순히 경제10위권의 선진국이라는 양적 결과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해외에 나가면 일본인? 중국인? 아니면 어디? 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제는 한국인이냐는 질문에 이어 BTS, 손흥민, 강남스타일이 이어지고 잘사는 나라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만큼 한국의 국격이 높아지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한 유일한 나라라는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품격은 국가의 경쟁력이자 신뢰도의 척도다. 그러나 품격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오랜 시간 수련하고 사회문화적으로 성숙해져야 가능하다. 이제 대한민국의 품격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리더의 언행으로 하루아침에 품격이 떨어질 수 있다. 이번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하며, 리더의 언행이 얼마나 중요하며 철저히 관리되고 준비돼야 하는지를 깊이 새기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리더안보라는 말이 새로이 나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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