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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는 무엇이 다른가
오피니언 칼럼

[대중문화칼럼] 블랙핑크는 무엇이 다른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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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니티 케인(Danity Kane) 이후 14년 5개월 만에 전 세계 걸그룹 가운데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가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올랐다. K팝 여성 아티스트 최초라는 기록은 부차적이었다. 더구나 대니티 케인은 미국의 걸그룹이었다. 동시에 영국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해 미국과 영국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한 걸그룹은 2001년 데스티니 차일드(Destiny’s Child) 이후 21년 만이다.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라는 기록도 빛을 덜 발한다. 영미권에서도 할 수 없는 위업을 블랙핑크가 달성했기 때문이다. 혁명의 시작, 아니 과실이 맺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다. 이번 기록이 음악 향유 방식이 전혀 달라지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한 이들에게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 가운데 최고의 권위를 스스로 자랑하는 그래미 어워즈도 속한다. 블랙핑크의 빌보드 200 차트 1위는 이미 예고됐다. 단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단지 일찍인가, 좀 더 일찍인가의 문제였다.

주지하다시피 음악 향유 방식은 스마트모바일 플랫폼 문화가 진전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은 영상세대의 전면적 주류화를 잉태했다. 디지털 정보 전송 속도의 증대는 영상 콘텐츠의 상호 소통성을 강화하면서 음악은 더 이상 청각으로 소비 향유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1990년대 말부터 각인돼온 음악을 앨범이 아니라 음원으로 소비한다는 인식도 시대에 뒤처져 버렸다. 그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뮤직비디오였다. 음악은 특히 노래는 이제 뮤직비디오로 소비했다. K팝이 스마트모바일 환경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화려한 군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시각적 음악 소비의 패턴이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K팝은 앨범의 타이틀을 무료로 퍼트렸다. 무료로 퍼트렸다고 해서 저렴하게 만들지 않았다. 더구나 특정 영상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 출신들이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게 길을 열어주었고, 전혀 새로운 K팝 뮤직비디오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이런 뮤직비디오를 통해 전혀 알지 못했던 팬들이 아이돌그룹 음악에 빠졌고 팬이 됐으며 앨범과 음원 구매는 물론이고 각종 굿즈와 콘서트 관람 열풍에 동참하게 됐다.

블랙핑크는 이런 컬쳐 메커니즘 속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팬덤을 형성했다. 대개 여성 팬덤이 주도하는 아이돌은 남성이니 쉬웠다. 그런 면에서 미국 빌보드와 영국 UK차트를 동시에 1위에 오른 걸그룹이 21년 만에 탄생한 것이다. 빌보드만 해도 14년 만에 탄생했다. 영국이나 미국도 아닌 아시아 걸그룹이 탄생했으니 영미권에서 하지 못한 일을 K팝 걸그룹이 해낸 것은 바뀐 음악 환경에 특화됐기 때문이다. 이조차 그들은 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미조차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있다.

블랙핑크는 이름답게 여성적이지만, 탈여성적이었다. 트와이스와 같은 명량 쾌활의 소녀적 여성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있다. 블랙핑크는 핑크보다는 블랙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은 어둠을 상징하지만, 생명의 탄생을 뜻한다. 죽음을 연상하지만 기존 정체성이 사라질 때 새로운 존재는 태어나기 때문이다. 대개 여성의 걸크러시한 면을 어필했다고 평가되지만, 그것은 여성이 아닌 사람 자체의 또 다른 면들이다. 블랙핑크는 방탄소년단과 마찬가지로 아이돌에서 아이돌로 돌아왔다. 선망과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이입과 동일시를 통해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싶은 자신들의 또 다른 분신이자 아바타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아이콘이라는 말을 쓴다면 이전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블랙핑크는 새 아이돌 패셔니스타로 전 세계에 등장했다. 서구의 스타일을 따라가지 않고 독자적인 경지를 보여주며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해갔다. 그들의 시각적 트렌디함은 다시금 그들의 노래와 음악에 관심을 유도했고, SNS를 통해 증폭됐다. 드디어 결과는 미국과 영국의 차트를 동시에 섭렵했고 그래미에 도전과제를 던져줬다. 물론 과제는 있다.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빌보드 200차트에 오르게 된 마당에 이제 방탄소년단의 전례처럼 핫 100즉, 싱글 차트에 올라야 한다. 지금까지는 마니아 팬덤을 중심에 뒀다면, 예술성을 유지하되 이제 좀 더 대중적인 노래여야 한다. 이와 함께 모든 노래가 영어인 마당에 한복 스타일처럼 우리 정체성을 통해 문화적 개성을 좀 더 K 콘텐츠답게 특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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