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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쌀 수급대책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오피니언 사설

[천지일보 사설] 정부의 쌀 수급대책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이 25일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최근 농민들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쌀 수급대책과 관련해 일부 진전된 방안을 내놓았다. 이날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 대변인이 밝힌 내용을 보면 “당정은 금년 수확기에 역대 최대 물량인 총 45만t 규모의 쌀 시장격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재고물량 증가와 풍작으로 쌀값이 급속하게 떨어지자 농민들이 긴급 대책을 호소하는 데 따른 당정 차원의 해법으로 보인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역대 최대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다행으로 보인다.

박정하 대변인이 설명한 대목도 쌀 수확량 과잉에 초점을 맞췄다. 박 대변인은 “올해 초과 생산이 예상되는 25만t에 20만t을 더 추가했으며 2021년산 구곡(舊穀)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45만t 수준(구곡 제외)이라면 당장 올해 농민들의 쌀값 하락 걱정은 다소 줄어 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으로는 최대치다. 그만큼 농민들의 절박함도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농식품부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기준 20㎏당 4만 725원으로 1년 전보다 24.9% 하락했다. 관련 통계조사를 시작한 197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농민들이 수확기 논을 갈아엎는다는 소식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참에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정부와 농민들이 쌀값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쌀농사는 이미 농업의 수준을 넘어 국민의 식량 안보와 직결돼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쌀농사를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시장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언제든지 ‘무기’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쌀농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안정적 지원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제시하고 있는 ‘남는 쌀 의무매입’을 규정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날치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당정은 이날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공급 과잉과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거부했지만, 사실 쌀 수확량은 정부가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재정 부담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리고 가공식품이나 더 좋은 질의 쌀 생산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쌀농사의 중요성과 농민의 어려움을 잘 안다면 당정의 좀 더 진전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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