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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대라 불리는 사삼(沙蔘)
오피니언 칼럼

[걸공(乞空)의 음식칼럼] 잔대라 불리는 사삼(沙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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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조선 후기의 문신·학자 임영(林泳, 1649~1696)의 시문집 창계집(滄溪集) 제15권에 “우리끼리 열흘 정도 게로기 먹으며 책을 읽고 싶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으니 더욱 몹시 부끄럽고 한스럽습니다”라고 했다.

이 책 내용에 나오는 게로기(薺)가 뭘까?

한문만으로만 보면 냉이 제(薺)이니 냉이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산(西山) 채원정(蔡元定)이 “서산의 절정에 올라가 굶주림을 참느라 게로기를 캐어 먹으며 책을 읽었다(登西山絶頂, 忍饑啖薺讀書)”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김지광처럼 산에 들어가 독서하고 싶다는 뜻이다. <宋史 卷434 儒林列傳 蔡元定>

참고로 게로기(薺)에 대해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 성혼(成渾, 1535~1598)은 “게로기는 산나물인데 그 뿌리가 사삼(沙蔘) 즉 더덕과 비슷하다. 이는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게로기를 캐 먹으면서 독서한 것이었다(薺者山菜, 其根似沙參. 蓋以糧乏, 故啖薺以讀書耳)”라고 했다. <牛溪集 卷1 寄金剛寺讀書諸生, 韓國文集叢刊 43輯>

게로기는 사삼(沙蔘) 즉 잔대를 말한다.

잔대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잔대는 딱주, 제니라고도 하며, 사삼(沙蔘)이라고 해서 예로부터 인삼, 현삼, 단삼, 고삼과 함께 5가지 삼 중 하나로 꼽을 만큼 귀한 민간 약재로 사용돼온 식물이다. ‘백 가지 독을 풀 수 있는 것은 오직 잔대뿐’이라는 기록까지 있을 정도로 뛰어난 약재다. 모래땅에서 잘 자라 사삼이라고 하며 산삼 못지않게 오래 사는 식물로, 산삼처럼 수백 년 묵은 것도 가끔 발견된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물 빠짐이 좋은 반그늘 혹은 양지에서 자라며, 키는 50~100㎝이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달걀 모양으로 3~5개가 돌려나고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꽃이 필 무렵에는 말라 죽는다.

7~9월에 길이 1.5~2㎝의 보라색이나 분홍색 꽃이 피는데, 종 모양으로 생겼으며 줄기 끝에 달린다.

열매는 10월경에 달리고, 갈색으로 된 씨방에는 먼지와 같은 작은 종자들이 많이 들어 있다. 잔대는 뱀 독, 농약 독, 중금속 독, 화학약품 등 온갖 독을 푸는 데 묘한 힘이 있는 약초다. 

옛 기록에도 백 가지 독을 푸는 약초는 오직 잔대뿐이라 했다. 

잔대는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멎게 하는 데에도 효과가 매우 좋다. 뿌리 말린 것을 열 개쯤 물 한 되에 넣고 두 시간쯤 푹 달여서 마신다. 오래 마시면 해소, 천식이 없어진다. 개 허파 한 개에 잔대 뿌리 열 개쯤을 넣고 푹 달여서 그 물을 마시면 효력이 더 크다. 

잔대는 독을 풀어 주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갖가지 독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더덕처럼 양념을 해서 구워 반찬으로 먹어도 맛이 있다. 

폐경에 주로 작용하므로 가래를 삭히고 갈증을 멈춘다. 가래가 나오면서 기침을 하거나 열이 나면서 갈증이 있을 때 갖가지 중금속 중독과 약물 중독, 식중독, 독사 중독, 벌레 독, 종기 등을 치료하는 데 쓴다. 

가을에 뿌리를 캐서 그늘에 말렸다가 쓰는데 하루 10∼15그램을 달여서 먹거나 가루로 내어 먹는다.

잔대를 반찬으로 늘 복용하면 살결이 옥처럼 고와지고 살이 찌며 힘이 난다. 어떤 사람이 1년 동안 잔대를 열심히 캐 먹고는 천하장사의 힘을 지니게 돼 건축 공사장에서 쓰는 철근을 새끼 꼬듯 꼬았다는 실화가 있다.

잔대는 여성의 산후풍에도 신효하다. 산후풍으로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아플 때에는 잔대 뿌리 말린 것 3근(1800그램)과 가물치 큰 것 한 마리를 한데 넣고 푹 고아서 그 물만 마신다. 

늙은 호박의 속을 파내 버리고 그 안에 잔대를 가득 채워 넣고 푹 고아서 물만 짜내어 마시는 방법도 있다. 웬만한 산후풍은 이 방법으로 치유된다. 산후풍 말고도 자궁염, 생리불순, 자궁출혈 등 온갖 부인병에도 효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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