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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당사자들이 한국주택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한 까닭
오피니언 칼럼

[세상 요모조모] 주거 당사자들이 한국주택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한 까닭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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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당사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수도권특별본부 앞에서 20일 기자회견을 했다. 모두 네 명이다. 이들은 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하는 이유를 밝혔다. 지금 사장 물망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죄다 시장 지상주의자 또는 토건주의자로 비판받고 있다.

박재혼씨는 용산역 텐트촌에 20년 거주했다. 무단점유자라는 말까지 하던 구청 측은 처음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상향사업의 대상도 아니라고 했다. 화재로 텐트마저 잃고 나서야 구청 측은 지원 대상자로 인정했다. 매입임대주택 신청을 했지만 대기 번호가 630번 대여서 언제 집이 나올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지금은 고시원에 살고 있다.

박씨는 출마의 변에서 “공공임대주택 확대해서, 고시원이나 텐트 같은 곳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해야 한다. 거리건 텐트건 열악한 거처에서 사는 사람들이 임대주택 신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이사 안다니고 오랫동안 살고 지금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역 앞 동자동 쪽방 주민 백광헌씨는 쪽방 지역을 공공주택 사업지구로 지정해서 주민 모두가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2년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백씨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하는 건물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보도가 넘쳐나 불안하다.

백씨는 “선이주-선순환의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전국 쪽방촌으로 확대해서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이 보장되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집에 살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봉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50대 중증 지적장애인 나경동씨는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우선, 밥을 해 먹기가 어렵다. 방이 80개 정도 되는데 부엌은 하나밖에 없어서 주방에서 뭘 해 먹으려면 오래 기다리거나, 사람이 많이 몰리면 먹지 못할 때도 있다. 에어컨이 복도에 있긴 하지만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틀어 주지를 않아 있으나 마나다. 제일 힘든 건 진드기와 바퀴벌레다. 특히 손톱만한 진드기는 몸에 붙으면 피를 빨아먹어서 간지럽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너무 괴롭다. 피부과 병원에 계속 다니고 약을 먹지만 그때만 잠깐 괜찮고 또다시 간지러워 죽겠다”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LH공사가 제일 공들일 일은 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라면서 “가난한 사람들 모두에게 LH공사의 임대주택을 제공해서 좋은 집에 들어가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도형씨는 서울 관악구 고시원에 거주하다가 지금은 반지하에 산다. 박씨는 지원 이유로 “이 도시를 떠날 수 없는 나에게는 언제나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했기 때문이고 부담 가능한 가격의, 쾌적한 주택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씨는 “지옥고를 전전하는 우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도대체 보이지가 않는다”고 했다.

박씨는 국가는 부담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은 제공하지 않고 보증금 수천만원을 요구하고 “상대적으로 비싼 장기전세, 시프트를 늘리겠다고 하고 청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임대주택 예산을 깎아 분양주택을 늘려주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일수록 더 멀어지기만 하는 지금의 공공임대주택이 갖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사장이 되면 “공공임대에 투입될 자원인 종부세를 감세하는 국가를 규탄”하고 “땅이 없다고 말하지 않고 비어있는 넓은 땅, 용산정비창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박씨는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헛소리와 개발과 민영화가 민생을 위한 길이라는 거짓말을 일삼는 자를 사장으로 앉혀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거 당사자들의 말을 잘 듣고 실천하면 대한민국 주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정부와 한국주택공사, 정책 당국은 귀담아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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