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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뢰침-조승래
오피니언 투고·기고

[마음이 머무는 詩] 피뢰침-조승래

피뢰침

조승래

 

네 한순간의 그 격분

내 오롯이 받아 주리라.

 

하나, 찾아가는 땅 속 그 은신처 앞

구리 침 한 번은 맞아야 한다.

 

그렇게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죄

번개처럼 빠르게 숨겨주지 않느냐

 

[시평]

지금도 때때로 그렇지만, 특히 어려서는 갑자기 하늘에서 치는 번개며 벼락은 참으로 무서웠다. “번쩍” 하고 치는 번개는 이내 밤하늘을 가르는 듯한 강렬한 빛을 발하는가 하면, 이런 빛과 함께 이어서 “꾸르릉 꽝” 하고 내려치는 벼락소리는 온 하늘을 울리며, 마치 하늘을 무너뜨리듯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다. 마치 하늘이 몹시 성이라도 난 듯이 말이다.

그러한 벼락이 칠 때면, 좀 나이가 들어 어린 우리보다는 먼저 학교에서 벼락에 관해 배운 아이들은 침착하게 말한다. 작은 피뢰침 하나 지붕 꼭대기 뾰족한 곳에 세우면, 아무리 센 벼락이라도 아무 걱정이 없다고. 그렇다. 하늘의 노여움도 일거에 받아들이는, 그래서 하늘의 노여움도 이내 흡수해버리는 피뢰침.

이 피뢰침은 벤 저민 프랭클린이 연(鳶)으로 실험을 하면서, 번개가 높은 곳에 먼저 떨어지게 되며, 그 전류를 아래로 흐르게 해 땅으로 흘러가게 할 수 있다는, 그러한 원리를 이용해 발명한 것이라고 한다. 즉 첨탑에 세워진 작은 피뢰침은 하늘의 분노(?)를 맞아주며, 이를 땅으로 순화시켜 준다고나 할까.

“번쩍” “꾸르릉 꽝” 하며 내지르는 한 순간의 그 격분, “내 오롯이 받아 주리라.” 피뢰침은 뾰족탑 아스라이 외로이 서 도도히 하늘과 맞서고 있다. 땅속 그 누구도 모르게 구리침 하나 은신시켜 놓고.

세상의 모든 죄 대신해 맞을, 그럴 준비를 하고 있는, 피뢰침 같은 사람. 자신이 저지른 잘못까지도 모두모두 남 탓으로만 돌리기에 급급한 이 시대, 어쩌면 이런 사람, 참으로 필요한 사람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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