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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건넨 음료 조심해야”… 코로나 여파로 범죄 급증
기획 사회기획

[일상 스며든 마약②] “타인이 건넨 음료 조심해야”… 코로나 여파로 범죄 급증

유흥업소 종업원 “손님으로부터 마약 권유받는 건 일상”
커피에 마약 타 사기도박, 피해금액만 총 1억 6천여만원
지인모임과 동호회서도 마약 탄 물 건네는 사례 잇따라
경찰 “마약 신고로 현장 출동해도 검사와 적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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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천안=박주환 기자] 유흥업소 전경. 기사 내용과 무관함. ⓒ천지일보DB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지난 7월 초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근무하던 여성 종업원이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신 뒤 돌연 숨졌다. 또 술자리에 동석한 손님도 운전 중 사고를 내고 사망했다. 원인은 무엇일까.

경찰에 따르면 해당 업소 관계자들은 “손님 3~4명과 술을 마시다 변을 당했다”며 “마약이 의심된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숨진 손님의 차에서는 2100여명분의 필로폰 64g이 발견됐다. 경찰은 7월 27일 숨진 종업원에게 마약을 건넨 공급책 등 마약사범 6명을 검거했으며 현장에서 5100명 분량의 마약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흥업소에서 손님이 마약을 탄 술을 먹고 숨진 사례는 마약도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해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약 범죄가 늘어난 가운데 최근 몇 년 새 국내로 대량의 마약이 들어오면서 이제는 ‘마약 탄 물’과 유사한 사건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타인이 건네는 음료로 인해 의도치 않게 투약이 되더라도 중독될 수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으며, 대한민국 형법에 적용돼 처벌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해마다 마약 사범 증가세

올해 7월까지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총 74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501명)보다 14.6%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약사범 검거 인원은 2018년 8017명, 2019년 1만 209명, 2020년 1만 2209명, 2021년 1만 626명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올해 상반기 밀반입된 마약류의 중량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11% 늘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와 우울감, 외로움 등을 마약사범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대면보다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다보니 집안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코로나 블루’를 견디지 못해 마약의 유혹에 빠져들게 된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박진실 마약 사건 전문 변호사는 “마약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힘들었다. 코로나 여파도 있었고 게다가 주변에 친구들이 이렇게 공유했다’라고 얘기를 한다”며 “또 실직을 하고 또는 직장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다 보니까 마약 판매하는 것에 돈벌이로 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평범한 사람들도 마약을 들여와서 팔기만 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것을 아니까 이 유통이 굉장히 많아졌다”며 “게다가 해외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전에는 직접 나가서 가지고 왔다면 지금은 국제우편으로 더 많은 마약들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으로 마약 범죄가 늘어나면서 우리 일상에 곳곳에 침투하는 모습이다. 자의뿐 아니라 타인으로 인해 일상생활 중 피해를 입는 사건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유흥업소의 익명을 요구한 몇몇의 종업원들은 “손님으로부터 마약 권유를 받는 건 일상”이라고 말한다.

유흥업계에 발을 들인지 3년 된 이영이(가명, 29)씨는 “마약 같이 하자고 달라붙는 손님 떼어내는 게 일”이라며 “룸에 들어가면 열 번에 한 번은 마약 먹자는 제안이 꼭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주사기가 널려 있거나 화장실에서 나온 손님 입과 코 주변에 흰색 가루가 묻어 있는 모습을 본 것도 부지기수라고 목격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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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사기도박 현장. (제공: 대전경찰청)

최근 재력가에 접근해 커피에 마약을 타 사기도박을 벌인 사건도 발생했다.

A(51)씨와 B(47)씨 등 총 6명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 6월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재력가들에게 여성과 함께 골프 여행을 하자고 속인 뒤 충북 진천과 보은 지역 숙소에서 커피나 맥주에 필로폰 등 마약류 약물을 넣어 먹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의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이용해 사전에 계획한 대로 도박을 하자고 바람을 잡고 승부조작으로 도박을 진행해 피해자들의 돈을 불법 편취한 것이다. 이러한 범행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7명, 피해 금액만 총 1억 6000여만원에 달한다. 대전경찰청은 지난 13일 사기도박 범행을 주도한 A씨와 B씨에 대해 사기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지인모임과 동호회에서도 마약 탄 물을 건네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4월 8일 익산의 한 골프장에서 C씨는 십년지기인 지인 D씨와 그의 일행들과 내기 골프를 쳤다. 그러던 중 지인이 건넨 커피를 먹고 정신이 몽롱해졌고 이 상태에서 일행의 권유로 1타당 3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판돈을 올렸다.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게임 중단 의사를 내비쳤지만 D씨가 얼음물과 두통약을 주면서 계속 골프를 치도록 유도했다. 결국 C씨는 하루아침에 3000만원을 잃었다. 알고 보니 커피 안에는 마약 성분의 약을 탄 것이었다. 검찰은 사기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D씨(63) 등 2명을 기소했다.

또 지난 7월 31일에는 야구동호회 모임을 마친 뒤 회원인 50대 남성 E씨와 같은 동호회 회원 F씨가 함께 차를 타고 귀가했다. E씨가 차 안에서 “아침을 먹지 않았다”고 하자 F씨는 “단백질(가루)을 섞었다”며 물을 건넸다. 이 물을 받아 마신 E씨는 동공 확장이 나타나는 등 곧바로 몸에 이상을 느끼고 화장실을 가겠다며 차를 세운 뒤 119에 신고했다.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 확인됐다. 법원은 지난 지난달 2일 F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마약 검사·적발 어려워

현장 경찰들은 마약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도 검사와 적발은 쉽지 않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일반적인 마약 사건의 경우 신고를 통한 검거를 기대하기 힘들고,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존재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 적발이 어렵다는 얘기다.

한 현직 경찰관은 “검사에 필요한 소변·모발은 신체의 일부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며 “현장에서 흰색 가루나 주사기 등 투약 정황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으면 검사를 강행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했다.

구매자인 척 하면서 위장 수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n번방’ 사건처럼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만 위장수사가 허용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은 영국, 독일, 미국 등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위장수사를 마약류 및 불법 도박 수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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