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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과연 한국만의 잘못일까?
오피니언 칼럼

[대중문화칼럼] 수리남, 과연 한국만의 잘못일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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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영화 ‘황해’ 속 연변 출신 조선인 모습이 논란이 됐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김구남(하정우)을 비롯한 면정학(김윤석) 등 여러 연변 조선인들이 하나같이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모두 범죄자들이고 폭력을 일삼으며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대감을 갖고 연변 조선인들은 적극 촬영에 협조한 마당에 실망을 넘어 분도 표출했다. 나홍진 감독은 동포에 대한 포용적 관점은 물론 실제 범죄 사실에 바탕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에 착안해 선보인 개그콘서트의 ‘황해’라는 코너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크게 주목을 받을수록 이런 영화와 개그프로그램에 대한 불만도 높아졌다. ‘황해’만이 아니라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에서도 연변 조선 자치구 출신의 범죄자들의 잔혹한 폭력성이 여과 없이 뿜어져 나왔다. 더욱 상업영화에서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듯싶었다. 2022년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2’는 베트남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베트남에서 촬영한 영화가 금지당한 이유는 폭력적인 장면이었다. 하지만 미뤄 짐작하면, 베트남 호찌민시를 한국 관광객 납치와 살인이 벌어지는 치안 부재의 도시로 그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었다. 베트남은 6월 14일 영화법을 개정했는데 영화 제작자가 베트남 헌법을 위반하거나 국가 통합을 저해하지 않고 국가 이익과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가의 이미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와 맞물린다고 할 수 있는데 한편으로 이런 법 규정들은 권위주의 국가나 독재국가에서 주로 확인된다. 영화 ‘황해’ 논란이 있었을 때 비판하는 목소리 사이로 현실의 문제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부정적인 차별과 모순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이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다. 알버트 람딘 수리남 외교·국제 비즈니스 국제협력 장관이 수리남을 마약 국가로 그려 그간의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며 법적 조처하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단순히 마약 국가가 아니라 대통령조차 마약상의 뇌물을 즐겨 받는 모습은 유쾌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를 그렇게 그렸다면 불쾌할 수 있다. 그런데 법적인 조치를 하게 되면 수리남이 패소할 소지가 크다.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에 항의할 수도 없다.

드라마 ‘수리남’은 현재의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마에는 충분히 1980~1990년대라는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해당 장관이 이미 언급했듯 수리남도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다만 수리남이라는 국가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쉽다. 그래서 ‘수리남’의 제목은 영어명 ‘Suriname(발음 그대로 수리남)’에서 ‘나르코스 세인츠(Narcos-Saints, 마약상-성자)’로 변경됐다.

특정 국가명만이 아니라 지역명도 문제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나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논란이 됐다. 실제로 살인사건이 벌어져도 지명을 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범죄자나 피의자의 이름을 쓰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수리남 사례에서 생각지도 않는 반론이 있었다. 수리남 국민의 지적이었다. 과연 수리남의 치안이 확립돼 있고 마약 청정 국가냐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다는 점을 수리남 국민은 표현하고 있다. 1980~1990년대 수준은 아니겠지만 수리남의 현재 문제는 여전히 있다. 그렇다면 수리남 정부 각료가 힘을 써야 하는 부분은 단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내실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할리우드에서 부정적으로 한국을 그리면 불쾌하게 생각했다. 영화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이 크게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사회나 국가에서 모순이나 문제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드러내고 개선하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은폐하고 이미지만 관리한다면 결국에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 개개인이다. 많은 독재국가와 권위주의 정부가 어떻게 해오고 있고 어떤 문제점들을 심화시켜왔는지 우리는 잘 보고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수리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우리 K-콘텐츠가 국내나 국지적인 아시아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적인 영향력이 확장됐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블랙핑크가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 힌두교의 신 ‘가네샤’의 신상(神像)을 사용했다가 인도 네티즌의 항의로 삭제하는 일 등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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