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건축가
그림 속 망치로는 실제로 망치질 않는다. 그래도 꼭 망치질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것이 왜 망치질하려고 하나 유심히 본다. 움직이지 않는데 말이다. 혹시나 잘못 그렸거나 심오한 뜻이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자꾸 들여다보지만 여전히 망치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이 생각하는 깊이다. 그래서 더 깊숙이 보기도 하고 더 엉뚱하게 판단하기도 한다. 그게 다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분명히 이것은 ‘망치질 않는다’라고 적어 두었는데 말이다.
이 말이 더 호감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감성에 치우치지 말자고 적은 말이지만 감성적으로 대응하기 마련이다. 건축도 때로는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