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러시아 패퇴” “푸틴 탄핵 요구 증가”… 프로파간다의 선은 어디까지
국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러시아 패퇴” “푸틴 탄핵 요구 증가”… 프로파간다의 선은 어디까지

 

image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러시아 국기를 짓밟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4월 러시아군이 점령해 돈바스 공세를 위한 군수 보급 중심지로 활용하던 이지움을 이날 탈환했다고 보도하며 AP통신이 공개한 사진. (출처: 뉴시스)

전문가 “현지 확인 어려운 한국 언론, 서방매체 번역해 자극적 보도” 

“하이브리드 전쟁 시대… 특정 프레임에 갇혀 전쟁에 복무하는 꼴” 

전문가, 독‧프‧러‧우크라 언론 교차검증 부족 지적… 균형 보도 필요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우크라 대반격…러군 밀어내고 격전지 수복 파죽지세(종합). 젤렌스키 ‘진격 계속된다'…서울 10배 면적 탈환 주장. 미 ‘러군, 하르키우 내주고 본국 철수’.”

지난 13일 국내 대표 통신사의 기사 제목이다. 이 매체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미디어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격 때문에 패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본 한국인들은 대체로 믿는 분위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현지 소식의 출처는 ‘로이터 통신’이나 CNN 방송 등 미국 매체들의 기사가 주를 이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매체나 프랑스‧독일 등의 언론 매체와 교차검증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이 보도에서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 점령지역을 탈환, 러시아 국기를 찢는 사진이 등장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적인 사진이다.

하지만 놓치는 게 있다. 이는 전쟁 보도라는 점이다. 미디어와 역정보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현대적 하이브리드 전쟁의 시대이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의 전쟁 관련 보도 태도가 부적절하다 못해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지적이 전쟁 당사국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온다. 직접 관련이 없는 데도 특정 국가에 완전히 치우친 프레임으로 보도해, 전쟁이 끝난 후 전쟁 당사국들과 한국 간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국내 언론들의 ‘러시아의 패퇴’라는 표현은 대표적인 위험한 프레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4일 러시아 사정에 밝은 한 한국인 학자는 “러시아 국방부는 돈바스 지역에서 보다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단순히 군대를 재편성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는 패퇴가 아니라는 러시아 측 입장이다. 이 학자는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언론들과 소셜미디어 논객들의 군사작전 관련 논조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먼저는 역공으로 패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러시아군의 함정’이라는 주장이다. 전략적인 수가 감춰졌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음은 ‘러시아 군인들이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철수한다(BBC)’는 주장이다. 또 ‘러-우 지도부 간 합의에 의한 퇴각’이라는 해석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갖가지 해석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입장이 담긴 뉘앙스의 보도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이 학자는 “한국 언론은 러시아 언론이나 우크라이나 언론, 심지어 유럽 언론들조차 거의 확인을 하지 않고, 서구(미국) 언론을 그대로 번역해 보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러시아 논객은 “대규모 퇴각 며칠 전 특별군사작전 예비군 훈련책임을 맡은 체첸공화국의 수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가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후 복귀했다”면서 “일부 학자들과 언론인들은 공개적으로 재편성 명령에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논객은 몇가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퇴각 중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측 외국 용병이 등장하는 비디오의 수가 급증했다”면서 “퇴각 직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키이우에 나타난 점은 흥미로운(?)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토양 상태가 좋지 않아 탱크 및 기타 중장갑의 큰 전진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11월 전에 일정한 전선까지 퇴각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마침 11월에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치러진다”고 언급했다. 특별군사작전 출구전략과 미국의 정치일정이 우연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는 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국내 언론들이 전쟁의 맥락과 현지 제도, 상황 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서방언론들의 보도를 번역해서 소개하는 과정에서 억지스러운 프레임이 등장한 사례도 있다.

한 언론은 14일 <‘푸틴 사임 요구’ 러 시의원 50명 가까이로 늘어… 크렘린 “선 지켜라”(종합)>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러시아 정치권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사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였다. 

이와 관련해 다른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의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지지자 비율은 72~74% 분포를 보이는 반면 반대자 비율도 15~18%가 꾸준히 나온다”면서 “러시아 전국 지방의회 의원 수가 수만명에 이를 텐데, 그중 47명은 매우 적은 비중이고, 공식적으로 밝혀진 특별군사작전 반대 여론보다도 미미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을 잘 모르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마치 푸틴 탄핵 요구가 대세를 이루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게다가 만에 하나 지방의회가 탄핵을 가결했더라도 최종 결정은 국회(연방평의회)가 하게 된다”면서 “47명의 지방의원이 푸틴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는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실로 확인된 러시아 내 특별군사작전 반대 목소리 18%에 견줘 기사 가치가 높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채널: 천지일보
  • 전화: 1644-7533
  • 이메일: newscj@newscj.com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