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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국 중심’엔 ‘동맹국’은 없다
경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美 ‘자국 중심’엔 ‘동맹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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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결의가 필요하다”며 “그래서 우리는 의료, 처방 약,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IRA를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2022.09.14.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도 미국 내 연구와 제조를 공식화했다. 연일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외치며 자국 중심의 투자 및 생산을 강조하고 있는데, 거기에 동맹국의 입장은 없었다. 오직 자국의 이익만 있을 뿐.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중국과의 대립에서 견제하는 수단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기술 견제를 하는 셈이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확보해 미래 먹거리를 손에 쥐겠단 심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의만 할 뿐 국가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힘’이 있는 나라고, 큰 시장이기에 눈치만 보고 있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반도체법은 미국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포함돼 있어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난감한 상황이다. 

또한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 및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법이 발효돼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중단됐다. 당장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 국내 전기차 생산 업체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에 따르면 IRA 통과로 한국산 전기차는 매년 약 10만대의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 국내 1만3000개 부품업체도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IRA 발효 이후 전기차 보조금 중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방미해 미 무역대표부(USTR)와 협의 채널 구성에 합의했지만 우리만 급할 뿐 미국은 IRA가 통과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핑계로 협상을 미루려는 분위기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실무급은 물론 장관급, 더 나아가 9월 19~20일 유엔총회를 위해 방미하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기회 될 때마다 IRA에 문제제기를 한다는 전략이다. 

사실 현대차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에 2025년까지 105억달러(약 13조 8558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선택해준 데 대해 감사하며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3개월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지나칠 정도로 보이는 바이든 정부의 미국 중심 행보의 배경에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자국 중심’ 행보는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약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 세계 다른 국가들에 우위를 빼앗기는 위험을 무릅써 왔다”며 “오늘날 우리는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더 이상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외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대중국 공급망 차단에 주력하는 만큼 자칫 반도체 등 다른 산업 통상분야도 유사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바이오 등의 미래 먹거리는 한국 경제에 밀접한 산업 분야로 자칫 잘못하면 한국의 경제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한미 동맹도 결코 믿을 수 없고, 대한민국을 지켜줄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는 것을 이번 사태는 되새김하게 한다. 여러모로 우리나라도 더 이상 미국에 휘둘리지 않고 미래 먹거리를 지킬 수 있는 대응 전략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한 외교 전략과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전략적이고 획기적인 접근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분명 기회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가 기대 이상의 통상외교력을 보여준다면 국민이 새 정부를 보는 시각도 훨씬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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