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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정대구
오피니언 투고·기고

[마음이 머무는 詩] 가을 산-정대구

가을 산

정대구(1936 ~ )

 

나무들이 무거운 여름 제복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제각기 개성대로 울긋불긋 사복으로 갈아입은

 

가을 산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지 불이 나게

 

겅중겅중 뛰어서 앞다투어 대관령을 넘는다.

 

[시평]

여름 나무들은 마치 푸른 제복을 입은 군인들 마냥 온통 같은 빛, 같은 모양으로 푸르게 서 있다. 너무 푸르러, 그래서 싱그럽기보다는 무겁게 느껴지는 여름 나무들. 너무 푸르러 다소는 그 푸르름에 지친 듯한 모습으로 보이는 여름 나무들.

이런 여름 나무들이 그 짙푸른 빛을 저마다 하나씩 내려놓고, 저마다의 색색으로 변하는 계절 가을을 맞이하면, 마치 나무들은 텁텁하고 무거웠던 여름 제복을 벗고, 이제 군 복무를 막 마치고는, 제각기의 생긴 모습, 그 개성대로 울긋불긋 각기의 사복으로 갈아입은 듯, 그렇듯 가을 산은 산뜻해 진다.

군복무의 무겁다면, 무거운 짐 훌훌 벗어버리고, 형형색색의 사복으로 갈아입고는, 룰루랄라,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겅중겅중 뛰면서, 앞다투어 대관령을 넘는다. 나도 훌훌 마음의 제복 벗어버리고, 이 가을 울긋불긋한 가을 단풍의 사복으로 갈아입고는, 저들과 함께 앞다투어 대관령, 그 높고 높은 고개, 신나게 넘고 싶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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