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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의 보그 화보 논란 그후… 유럽인들은 진정성을 인정하나
국제 Global Opinion

[천지의 눈]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의 보그 화보 논란 그후… 유럽인들은 진정성을 인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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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패선잡지 보그가 보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과 부
인 올레나 여사(44)의 화보 모습. (출처: 보그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22.08.31

“‘보그’ 노이즈 마케팅 성격 매체

편집‧미화된 사진 진정성 결여”

편집자 주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과 부인 올레나 여사(44)가 미국 패션지 보그의 화보를 찍었다. 보그 기사가 보도된 후 논란에 휘말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개월을 넘기면서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반면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고 있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평가로 갈렸다. 실제 유럽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보그 기사가 보도된 후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의 현지 시각을 담은 기고문을 스페인에서 사업을 하는 벨기에 국적 위르겐 게르마이스(Jurgen Germeys)가 보내와 본지는 이를 번역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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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게르마이스

‘보그(Vogue)’는 강한 여성의 리더십 묘사에 집중하는 여성 라이프 스타일 잡지이다. 그 자체로 매우 일관성이 있는 편집 방향과 기조를 유지해왔으며, 나름의 독자층도 두텁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잡지는 국가를 넘어 지구촌 전역에서 대중적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스스로가 예술가로, 지도자들이 특정 상황에 대해 행동하고 반응하는 방식에 특정 국가의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이해와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지구촌이 그의 전쟁을 돕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쟁 중인 국가는 종종 프로파간다(propaganda, 선전)를 통해 자국민에게 영향을 미쳐 전쟁을 돕고 사기를 높일 수 있다. 물론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을 높이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런 선전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우와 같이 러시아 군대와 싸우기 위한 국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유럽의 일반인들이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에 대한 ‘보그’ 기사에 대해 모두가 팔짱을 끼고 그저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칠은 런던이 전시 도덕성을 유지하기 위해 폭격을 당했을 때 정확히 그렇게 했다.

1940년 5월 영국 수상으로 취임한 처칠은 9월 7일 독일군의 런던 대공습을 맞아 버티기 작전을 펼쳤다. 전쟁이 런던 시민들의 일상을 크게 바꾸지 못했다. 런던 시민들은 대피소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이면 출근했다.

폭격을 맞아 잿더미가 된 건물 지하에는 클럽이 성행했다. 소풍을 나갔다가 독일과 영국의 공중전을 지켜보기도 했다. 주변은 아수라장이었지만 시민들은 공포에 압도되지 않았다. 폭격을 두려워하면서도 낮에는 쇼핑과 일광욕을, 밤엔 클럽과 파티를 즐기는 런던 시민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져 공유됐다.

포격으로 잿더미가 된 폐허를 가르며 우유 배달을 가는 남자, 포탄을 닦는 소녀들, 공습 이후 홀랜드 하우스의 잔해 속에서 책을 찾고 있는 신사, 일광욕 즐기는 행락객들의 사진은 전쟁 속 일상의 삶을 보여준다.

인류는 처칠을 훌륭한 지도자로 생각한다. 누군가가 훌륭한 지도자로 인정받는 것은 공동감각(sensus communis, 共同感覺)이나 공동체 의식, 국제적 감각의 문제이다. 공동감각은 쉽게 상식(common sense)으로 번역되지만, 독일에서 교양개념의 본질로 규정하는 ‘하나의 일반적이고 공동체적인(gemeinschaftlicher) 감각’을 말한다.

이런 통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의 기사를 다룬 ‘보그’는 적절한 행위였을까. 이것은 어처구니없는 대중 노출 행위였을까, 아니면 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시의적절한 ‘의식적’ 행위였을까. 물론 이런 행위는 인기영합적인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와 그에 따른 부대 효과를 노리고 감행된 것이다.

진행되고 있는 프로파간다에 대해 대중이 특정한 견해를 갖게 한 후, 자신이 좋은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증명하는 것은 매우 쉽다. 이 경우 도덕은 정보가 잘 제공 되든 말든 도덕적인지 여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층위(layers)를 포함한다. 또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세상에 선언하는 게 매우 쉽다는 의미이다. 가령 “전쟁의 포화 속, 벙커 속에서 일하는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각광 받기 위해 전쟁의 포화에 희생돼 가는 국민 개개인들의 고통을 이용하는 것이 용납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보그’가 스캔들을 이용해 독자층을 늘리는 라이프스타일 잡지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같은 것이다.

모든 미디어 기업이 그렇지 않은가. 모든 기자와 작가는 자신의 글이 읽혀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글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고 싶은 욕구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다만 보통의 유럽인들이라면, 양식화(stylized) 된 사진이 전쟁이라는 드라마를 보여주는 적절한 방식일 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점은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다.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를 다룬 ‘보그’의 기사는 그들이 이 전쟁에 휩싸인 인민과 희생자들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을 미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유럽인들의 공동감각(상식)에 비춰, 이런 행위가 과연 예의를 고려한 적절한 행위였는지 의문을 품는 것은 명백하다.

‘보그’는 피사체를 표현하는 방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완벽한 그림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고난과 고통, 죽음의 경우에는 그 자체로 공허하고 무미건조한 느낌을 준다. 우리는 실제 고통을 겪는 현장의 실제 사진을 볼 때 알 수 있다. 그런 사진들은 절대 양식화되지 않는다. 편집되지 않는다. 그 사진들은 진실을 나타낸다. 진실만이 우리를 행동으로 이끈다.

사람들은 진정성이 없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번 화보는 진정성을 대변하지 않았다. 전쟁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젤렌스키를 돕도록 하려면 진짜 전쟁의 참상을 보여줘야 했다. 누군가가 전쟁 속 대통령 부부의 일상을 담았다면 모를까, ‘보그’의 이번 사진은 그 의도가 진정으로 우크라이나인과 그들의 전쟁에 대한 공감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작위적으로 양식화하는 방식으로는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이번에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가 전쟁을 형상화해서 보여 주려고 했던 사진은 존중받지 못했다. 진정성이 결여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이 편집되고 발표되는 방식, 보도의 노력과 의도, 국제적 지원에 대한 희망이 과소 평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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