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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스마트기기 활용도 ‘꽝’”… 수천억 들여 샀지만 창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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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에듀테크①] “학교 스마트기기 활용도 ‘꽝’”… 수천억 들여 샀지만 창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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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 스마트기기 활용 예시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에듀테크(EduTech).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합성해 만든 단어로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교육 시장이 당면한 문제를 IT로 풀어보려는 시도를 말한다. 하지만 정책과 학교 현장 간 간극이 커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일고 있으며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의 정책과 추진 현황, 현장 상황 등을 통해 앞으로의 과제 등을 짚어본다.

교사·학생, 교육에 활용 안 해

분실·파손 우려에 노심초사

충전 보관함에 갇힌 단말기들

기기 교육 등 행정 지도 필요

KT·삼성 등 사업자만 배불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교육부가 대대적으로 11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육 현장에 수십만대의 스마트기기가 보급되고 있지만 활용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장 활용 수준이 스마트기기가 보급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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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기기,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 이유

26일 스마트기기 교육 및 솔루션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소수의 학교를 제외하고는 학교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스마트기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학교에 돌아다니는 한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기기 보급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학교가 이를 교육에 활용하지 않고 쌓아 두기만 했다태블릿PC·아이패드 종류를 가리지 않고 활용 빈도가 현저히 낮아 수업에 활용하지 않을 거라면 이렇게 사들이는 데 의미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이 같은 현상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기기 활용 교육의 부재다. 그는 기기를 갖다주기만 할 게 아니라 교육에 쓸 수 있도록 교사부터 교육을 제대로 시키든지 교육 커리큘럼을 바꾸든지 했어야 했다교육부는 선진국을 따라가려고 정책만 추진하고 있지 현장 상황을 모른다. 현대 구조상 우리나라 학생은 외국의 학생만큼 디지털 교과서를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둘째는 충전 보관함 때문이다. 충전 보관함은 여러 대의 스마트기기를 한꺼번에 충전하면서 보관도 할 수 있게 만든 물건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학교 현장에 충전 보관함을 지원하지 않았지만 경기도교육청 등 전국 교육청은 이를 보급했다그는 이 보관함이 오히려 현장에서 기기 활용 빈도를 낮추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지역 학교가 경기도의 학교보다 기기 활용률이 높다경기도 학교의 경우 태블릿PC·크롬북 등을 사서 충전 보관함에 넣고 잠가버린다. 이렇게 해놓으면 언제 누가 쓰겠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페이퍼시대인데 스마트기기가 알림장, 노트, 교과서가 돼야 하는데 보관함에 넣어 잠그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 사업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교사 관점에서는 편하다. 기기 관리를 교사에게 맡기기 때문이라며 행정적으로 교사에게 디지털 기기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고 학생들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파손·분실 위험이 있지만 그걸 위해 사업자들과 계약할 때 유지보수 조항을 넣는 게 아니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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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교육청에 보급된 크롬북 충전 보관함의 모습. (출처: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2.08.26

교육용 솔루션 부재로 효용성도 떨어져

스마트기기에 알맞은 교육용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스마트기기에 설치되는 건 교육용 프로그램이 아닌 관리용프로그램이다. 이는 PC방에서 주인이 손님들의 컴퓨터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때 쓰이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선생님이 학생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통제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교육용이 아니기 때문에 가르치는 데에는 그다지 효용성이 없다.

교육용과 관리용 프로그램의 차이는 명확하다. 학습용 솔루션인 교육용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문제를 내주거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면 관리용 프로그램은 교육용과는 아예 제작 목적이 다른 솔루션이며 장소의 제한을 크게 받는다. 한정된 네트워크(동일 네트워크) 안에서만 구동이 가능하다.

관련 전문가는 일부 학생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격리가 되면 수업을 집 또는 병원에서 들어야 한다이 같은 상황에 부닥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장소 제약 없이 태블릿PC 등을 사용해 선생님의 수업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하는데 관리용 프로그램으로는 그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교육용이 아니기 때문에 선생과 학생 간 원활한 교육을 위한 기기 연동에도 미흡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전문가는 교육부의 정책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 맞는 솔루션이 함께 설계에서부터 고려됐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모든 교육청에 보급되는 스마트기기에는 관리용 프로그램만 설치된 상태라고 말했다.

예산 부족의 문제도 있다. 현재 많은 교육청이 사업 수행에 기술성·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대기업과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특정 대기업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규격 문턱이 높고 특정 SI 업체의 낙찰률이 매우 높아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서 진행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없어 단말기의 단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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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교육청 전경. (제공: 부산광역시교육청) ⓒ천지일보 2022.08.26

◆사업 수행은 뒷전… 사업자들 ‘배 채우기’ 급급

원래는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을 수주한 사업자들이 교육 현장에서 기기 활용에 대한 교육까지 진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술성·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육청에서 이 사업을 여러 사업자가 컨소시엄형태로 수주한다. 계약을 맺는 주체인 SI 업체(대부분 KT)와 사업 수행 업체 등이 컨소시엄을 이루는데 이 과정에서 정작 스마트기기 제조사는 SI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역할만 한다.

즉 스마트기기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육 업계 종사자도 아닌 사업자들이 기기 활용 교육까지 학교에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은 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지도 않는다. SI 업체는 계약만 맺은 후 사업 수행에는 별로 관여하는 바가 없고 스마트기기 제조사는 제품에 이상이 생겼을 때 지역 서비스 센터에서 고쳐주기만 하면 끝이다. 나머지는 컨소시엄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소수의 업체가 맡게 된다.

수행 업체는 SI 업체와 스마트기기 제조사가 가져가는 마진을 제외하고 나머지 예산으로 실제적인 사업 수행에 임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이를 감당할 인력도, 전문성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 교육 등에 KT는 관심도 없고 삼성전자는 지역 서비스센터에서 기기 교체해주는 게 고작이라며 학교 선생들도 기기에 관리 스티커 붙이고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고지하기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국 모든 학교가 이같이 활용을 못 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사립 학교들, 기술적인 측면에서 진일보적인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기기를 그냥 나눠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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