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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공간(生存空間)
오피니언 칼럼

[고전 속 정치이야기] 생존공간(生存空間)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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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유라시아 대륙의 극동에서 작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원인 때문에 생존공간에 대한 문제에 매우 민감한 것 같다. 배후의 태평양은 이렇다 할 만한 육지가 없어서 안정적 삶의 공간을 확장할 수 없었다. 대륙과 연결되는 가장 가까운 통로는 한반도뿐이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진입한다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목표로 내걸고 세계적인 근대화 궤도에 신속하게 진입했다. 생존공간 확장을 위한 욕망도 날로 강렬하게 확장됐다. 욕망의 확장은 몇 가지 방면으로 드러났다. 첫째, 일본은 자기의 생존공간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적 강대국으로 발전하지 않을 수 없었고, 군사력을 뒷받침할 경제력을 기르기 위해 각종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강대국으로써 일본은 반드시 자기의 해외 식민지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본토의 좁은 땅에서는 간신히 생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으며, 진일보한 발전을 이룩할 수는 없었다. 이는 당시 일본의 집권자들 모두가 유념하고 있던 과제였다.

둘째, 역사적 전통에서 메이지 유신 이전의 일본은 오랫동안 문명의 겨울잠에 빠져 있었던 시기였다. 동면기에 이 민족은 생존공간의 확장이라는 자연적인 욕망도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일찍이 중국의 당고종 시기에 조선반도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세 나라가 혼전을 펼치고 있었다.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은 백제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은 일본은 해군을 조선에 상륙시켰다. 자기의 세력을 한반도에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지만, 유인궤(劉仁軌)가 이끈 당의 해군은 백강(白江) 입구에서 개화기에 지나지 않은 일본해군을 전멸시켰다. 명왕조에 이르자, 일본인의 생존공간을 확장하려는 욕망이 다시 팽창했다. 풍신수길(豊臣秀吉)은 스스로의 야망에 따라 중국대륙으로 진출한다는 침략목표를 내걸었다. 그는 가도정명(假道征明) 즉 중국을 정복하는 길을 빌려달라는 글을 조선에 보냈다. 조선이 거절하자, 그는 소서행장(小西行長), 가등청정(加藤淸正) 등이 이끄는 군대를 파견해 조선을 침략했다. 중국은 조선을 돕기 위한 군대를 파병했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1598년 노량(露梁)의 바다에서 결전이 벌어졌다. 조선의 이순신(李舜臣)과 명의 등자룡(鄧子龍)이 지휘하는 연합군은 일본해군의 주력을 섬멸했다. 일본군은 완전히 본토로 철수했다.

이후 일본은 300년 동안 감히 해외를 넘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근대의 메이지 유신에 이르자, 일본인은 다시 세계를 향해 눈을 돌렸다. 국력이 신장하자 오랫동안 겨울잠에 빠져있던 팽창욕망도 깨어났다. 청일전쟁에서 중국의 북양해군을 격파한 일본은 동아시아의 패자로 등장했다. 이어서 대마도해협에서 러시아의 극동함대마저 격파하고 태평양의 패자로 등장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팽창야욕은 그들의 역사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거기에서 더 나아간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목표를 수립했다. 918사변 이후 일본은 300년 전 풍신수길이 세웠던 계획을 답습해 전통적인 침략노선을 아시아 대륙을 향해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한반도에 이어 만주까지 점령한 일본의 꿈이 실현될 것처럼 보였다.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에게 참패한 일본은 다시 본토로 돌아갔다. 일본사를 총괄해보면, 그들의 굴기는 모두 해군의 굴기와 유관하며, 쇠락은 모두 해군의 실패와 유관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강대하고 안전한 일본을 위해서는 반드시 강대한 해군에 의존해야 했다. 이것이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에 처한 일본의 오랜 역사적 전통이다. 아날학파에 따르면 역사는 장기적 단계에 해당하는 요인이 조성한다. 인류는 이러한 장기적 단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본인은 1200년 동안 줄기차게 확장 욕망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해군과 국가의 흥망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주변국을 침략하는 불변의 현상을 보여줬다. 역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일본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 그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영화 한산을 관람한 후 언젠가 다시 벌어질 미래를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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