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가치외교’ 전면에 내걸었지만 좌초 위기… 대중 리스크‧한일관계 난항
기획 정치기획 이슈in

[尹 취임 100일] ‘가치외교’ 전면에 내걸었지만 좌초 위기… 대중 리스크‧한일관계 난항

안보‧경제 등 전방위 美와 협력
‘펠로시 의장’ 만남 불발로 어색
尹 정부 ‘균형외교’ 아쉬운 대목
강제징용 배상해법도 진전 안돼
北, 대남 강경 기조 더욱 거세져

image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5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국제질서가 신냉전으로 재편되는 엄혹한 대외환경 속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미국 주도의 가치외교를 전면에 내걸었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숙제만 남긴 채 석달만에 좌초될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미중 간 전략 경쟁 고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이 본격화한 가운데 당초 윤 정부는 ‘모호한 노선’을 취했던 전임 정부보다 선명한 외교 노선을 걷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가치외교의 기반인 미국은 안보·경제를 하위개념으로 내세워 ‘대중 포위망’에 한국의 동참을 닦달하는 한편, 중국은 ‘자주노선’과 공급망 안정 유지' 등을 요구하며 한국의 대미 밀착을 경계하고 있다.

일본은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해결 노력에 한국이 먼저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으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고, 핵 위협을 거듭하던 북한의 최근 대남 강경 기조는 한층 거세진 상태다.

미중 경쟁 심화에 따른 살얼음판 같은 외교 환경을 간과한 채 ‘한쪽 편들기’에 나선 윤 정부의 노선 전환이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미중 간 균형외교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물론 출범 초기인데다 위기의 원인이 미중 전략 대결 격화와 북한의 핵 보유 등 ‘구조적 원인’ 탓이 큰 만큼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가치’ 중심 한미 밀착 강화

윤석열 정부의 외교의 시작점은  취임 11일만에 초고속으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였다. 두 정상은 한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으로 위상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고 협력 분야 역시 전통적인 군사안보 분야를 넘어선 경제·기술협력으로까지 한미 협력의 폭과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때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설멤버로 가입하고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에 제안한 4자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의 도전을 억누르려는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모두 수용한 것이다.

다만 외교가 안팎에선 한미 간 경제‧기술동맹 확대가 미국의 이익만을 가져다줬지 한국 측에는 중국의 반발만 불러오는 등 전혀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강경책과도 맞물려 사실상 비핵화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가속화된 ‘신냉전’ 구도 속에서 서방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도 적극 참여했다. 지난 6월말 열린 서방 중심의 집단 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전격 참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노룩 악수 논란 등으로 그리 환영받지는 못했지만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3국 간 안보협력 강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가치외교’라는 큰 그림을 밑바탕으로 7월께부터는 장관급 외교 행보가 본격화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7월 18일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만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현금화 전 원만한 해결을 약속했고,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다음날인 지난 10일에는 한중관계의 가장 민감한 뇌관인 사드 ‘3불’과 관련해 “우리가 중국하고 약속하거나 합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6월 11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3개국 군사훈련을 재개하기로 했고, 7월 29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앞서 언급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9월 중 개최하고 이달 22일부터 시행하는 한미 연합연습을 을지연습과 통합·확대해 실시하기로 했다. 안보 분야에서도 3불 변경과 한미일 삼각협력 강화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다.

◆한중‧한일‧남북 관계 숙제

윤 정부의 ‘가치외교’로의 전환은 양 진영 간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국제정세와 더불어 당장 중국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나토 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대놓고 “중국의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양측 간 갈등의 정점을 찍었다.

7월 내내 중국 관영 언론과 외교부 대변인 언론 브리핑을 통해 날 선 견제구를 날리더니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9일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독립자주’와 ‘공급망 안정 유지’ 등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한미 간 밀착을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칩4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배타적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미뤄볼 때 결국 윤 정부가 가치를 필두로 선명성을 내세웠지만, 현실 외교의 장에선 한계가 있음을 인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도 윤 정부가 한중관계에서 나름의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라 3불에 손을 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일관계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출범 전부터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윤 정부는 양국 간 최대 난제인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 해결을 위해 ‘대일 굴욕’ 외교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일본은 냉담한 태도다. 한국 정부가 먼저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백기투항’을 해야 한다는 듯한 투라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북한도 윤석열 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아직까지 일절 호응하지 않고 있다.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의 세부적인 내용을 내놨지만 실질적 비핵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론이나 안전보장 내용이 빠져 있어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정전협정 체결 69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 없이 직접 거론하며 ‘전멸’이라는 표현으로 위협하고, 김여정 당 부부장도 최근 코로나19의 발병 원인을 남측에 전가하며 보복성 대응을 언급하는 등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 기조는 더욱 거세진 상황이라 한동안 남북 평화 시계는 제로 상태로 수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통령실의 오락가락 말 바꾸기로 자세한 사항은 알 순 없지만 미국과의 관계 역시 윤 대통령과 지난 3~4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의 회담 불발로 어색해진 상황이다. 당시에는 펠로시 의장이 윤 대통령을 패싱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