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신천지 코로나 방역방해 ‘무죄’가 남긴 과제… “마녀사냥·희생양 만들기 그만”
사회 노동·인권·여성 이슈in

[이슈in] 신천지 코로나 방역방해 ‘무죄’가 남긴 과제… “마녀사냥·희생양 만들기 그만”

1심·항소심 이어 3심도 ‘무죄’
직장서 잘리고 추락해 숨지고
사망 5명·각종 인권피해 조명
 
“흑사병처럼 코로나 팬데믹에
공포·죄 뒤집어쓸 ‘마녀’된 셈”
종교 자유, 헌법 보장 기본권
“종교 차별 강력히 규제해야”

image
지금도 큰 재앙이나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누군가를 희생양 삼는 ‘마녀사냥’이 되풀이되고 있다. 과거 흑사병과 같은 역병으로 소수가 그 죄를 뒤집어쓰고 학살당한 것 처럼 코로나19라는 지독한 역병이 발생한 지금 ‘감염병 위반죄’라는 죄를 뒤집어쓴 신천지가 그 희생양됐다는 분석이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1.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안드레지파 울산교회 부녀회 A씨는 코로나 발생 이후 코로나의 진원지처럼 묘사되자 TV를 본 남편이 ‘너 때문에 온 가족이 다 죽게 생겼다’ ‘집에서 나가라’고 하는 등 폭언과 폭력을 당해왔다. A씨의 여동생은 ‘형부가 머리카락을 자르고 칼로 위협하는 등 폭력적 성향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가정불화가 심해지자 가족과 다툼 끝에 고층에서 추락해 결국 숨졌다.

#2. 신천지 도마지파 정읍교회 소속 박모씨는 수년간 종교로 인해 남편으로부터 심한 폭행과 압박을 받아왔다. 남편의 통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더욱 심해졌으며, 급기야 박씨에게 “종교와 가정 중 하나를 택하라”고 몰아붙였다. 박씨는 가정을 택하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교회에 전화를 돌려 종교를 포기했다고 말하라”고 하는 등 압박과 폭행이 극에 치닫자 결국 추락 후 사망했다. 그가 사망 전 지인에게 남긴 말은 “나 좀 살려줘라, 이러다 죽을 것 같다”였다.

#3. 신천지 서울야고보지파 서울교회 청년회 김모씨는 직장에 근무하면서 신천지인이라고 상사에게 밝혔고, 이후 근무하는 데 종교가 문제 되진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 비난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권고 휴직을 받게 됐고 얼마 되지 않아 회사는 김씨를 퇴사조치했다. 김씨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4. 신천지 마태지파 인천교회 장년회 방모씨는 건설업에 종사했다. 최근 그가 건설사와 시공 관련 계약시 맺는 계약서를 보고 갈등했다. 인적사항에 신천지 유무를 표시하게 돼 있었다. 방씨는 양심상 속일 수가 없어서 사실대로 신천지 신도라는 것을 밝혔고, 지난 9일 그는 회사로부터 출입금지 조치를 당했다.

코로나19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신천지 관계자들이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그간 코로나19 주범인 것처럼 직장 해고에다 가정 내 살해까지 ‘마녀사냥’을 당해온 신천지인들의 피해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image
[천지일보 정읍=이미애 기자] 9일 오후 10시 36분쯤 전북 정읍 수성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신천지 신도 A(41, 여)씨가 추락 사고로 숨져 경찰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A씨가 거주하던 아파트의 모습. ⓒ천지일보 2020.3.10

당시 신천지 신도란 이유만으로 범죄자·바이러스 취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2명의 부녀자가 가정폭력으로 목숨을 잃고 수많은 신도가 강제퇴직·이혼·폭행·차별 등 끔찍한 경험을 당했다. 그동안 4명이 죽임을 당한 데다 최근에 1명이 또다시 살해당하면서 사망자만 5명에 달한다. 이밖에 언론 매체들을 통해 쏟아지는 각종 비난·비방 보도가 국민의 증오·혐오를 불러일으키며 코로나가 발생한 해 2~3월에만 5천건이 넘는 피해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한민국이 종교의 자유가 있는 만큼 서로 폭넓게 이해가 돼야 하는데 SNS 시대에 오히려 편견과 차별이 심해지는 현상이 빈번해졌다”며 “소수 또는 약자를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잘못된 정보나 뜬소문을 퍼 나르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또 나올 수 있다. 대중매체나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최근 선한 명분을 들어 상대방을 공격·정당화하는 ‘선한 폭력’ 현상도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데, 상대방을 무참하게 훼손하는 행태들은 ‘범죄’라는 인식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며 “법에도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는 만큼 잘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마치 잘못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일도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판 마녀사냥 희생양 된 신천지

이처럼 전국 20여만명의 신도들은 기득권보다 소수라는 이유로 코로나19 원흉이라는 낙인 속에 2년이 넘는 길고 힘든 시간을 지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혐의가 모두 ‘무죄’로 나오면서 신천지는 그간 죄를 뒤집어쓴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정부의 거리두기나 방역 지침이 전무한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나서 “일상생활하라”고 권장했던 시기였는데,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자 그 책임을 뒤집어씌울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마녀사냥’은 인류역사상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14세기부터 불어 닥친 유럽의 마녀사냥은 17세기까지 수십만명의 사람들을 처형대에 올렸다. 마녀사냥이라는 명목으로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죽어 나간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다수를 이룬 집단이 소수를 해하거나 없애고자 하는 행위로 마녀사냥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image
중세시대 기득권 종교계가 마녀사냥으로 자신들의 권세를 지켰다면, 현대판 마녀사냥 즉 이단규정이 한국교회의 기득권을 공고히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림은 마녀로 판명된 여인을 화형시키는 장면을 묘사한 삽화. (출처: 위키피디아) ⓒ천지일보 2019.2.11

이러한 한 예로 흑사병이 번진 14세기 독일 스트라스부르에서 2천여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유대인을 집단으로 학살하고 재산을 빼앗은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유대인 학살은 스페인·스위스·독일 등 유럽 곳곳에서 벌어졌는데, 당시 유럽인들은 감염병이 발생한 이유를 알 수 없어 공포에 빠지자 유대인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한다.

이처럼 지금도 어쩌면 누가 누구에게 병을 옮겼는지, 어디서 왜 발생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저 병에 대한 공포와 분노를 쏟아부을 ‘감정의 쓰레기통’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류학자 르네 지라르도 ‘인간들은 사회에 재난 같은 큰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의 원인을 특정 대상에게 뒤집어씌운다’고 분석했다. 사회 전체는 마녀 아닌 ‘마녀’를 희생시킴으로써 불안정한 사회를 안정화하고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이때 희생양이 되기 제일 쉬운 이들은 바로 소수여서 기득권에서 배제된 사회적 약자들이다. 흑사병이 퍼졌을 때 죄를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학살당한 유대인처럼.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큰 재앙이나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누군가를 희생양 삼는 ‘마녀사냥’이 되풀이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지독한 역병이 발생한 지금 시대에는 ‘감염병 위반죄’라는 죄를 뒤집어쓴 신천지가 그 희생양인 셈이다.

이와 관련 강신업 변호사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우리나라에 신천지 신도라는 이유로 폭력·차별 등이 이어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부나 지역단체 등이 신천지 신도나 코로나19 감염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선언과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도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중요한 기본권인데 언론과 정부가 과도하게 ‘신천지 탓’을 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신천지 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와 가정에서조차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채널: 천지일보
  • 전화: 1644-7533
  • 이메일: newscj@newscj.com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