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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 이재민 “흙밭으로 변한 집 두고 대피… 현실적인 보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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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폭우 피해 이재민 “흙밭으로 변한 집 두고 대피… 현실적인 보상해야”

피해 보상 의견 갈려
강남구청 “공공 주택 즉시 임대”
구룡마을 “임대 말고 분양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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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에 마련된 구룡마을 이재민 임시대피소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구룡마을 주민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1

[천지일보=조성민 기자]  “30년 거주한 터전을 한순간에 잃었는데 정부가 나서 임대분양 등 현실적인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정당이 서로 달라 뜻이 안 맞아 보상을 못 해준다, 국회의원 임기 만료라 못 해준다’며 둘러대지 말고요.”

11일 구룡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수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이사라(72, 구룡마을 2지구)씨가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서울에 내린 115년 만의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강남의 판자촌인 구룡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도 집을 잃고 수재민 대피소에 모여들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임시대피소는 개인 생활공간을 고려해 칸막이 천막으로 돼 수재민 88명이 임시 거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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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오후 구룡마을 이재민 임시대피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에 텐트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2.08.11

이번 비피해를 입은 김선옥(85, 강남구 구룡마을)씨는 “우리 집은 비닐하우스인데 물이 머리 위까지 찼다. 적십자 직원이 집안에 있던 나를 업고 나왔다. 하루 동안은 심장이 파딱 파딱 뛰었다”며 그날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룡마을 6지구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는 한인정(94)씨는 “산 밑에 나 혼자 살고 있는데 그날따라 번개도 많이 쳤다”며 “밤 12시가 안 돼 텅 소리와 함께 물이 산더미처럼 흘러 들어와 집안이 모두 흙으로 뒤덮여 이곳에 왔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도 한 씨는 “구룡마을은 공기도 좋고 사람들 인정도 참 좋다. 마치 자식같이 아침마다 안부를 물어주고 먹을 것도 갖다주고 병원도 데려다주고 대피소에서는 식사 줄을 양보하고 계단을 올라갈 때 손도 잡아주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없다”라며 구룡마을 인심 자랑을 했다.

또 “여기에 찾아와줘 고맙고 이름만이라도 물어줘 고맙습니다”라며 기자의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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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조성민 기자] 한씨가 흙밭으로 변한 집을 생각하며 눈을 훔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1

이어 방역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강남구청은 코로나 재유행을 막기 위해 방역 활동을 하루 4번 진행하고 있었다.

방역업체 직원 안광식(65, 강남구 수서동)씨는 방역을 마치고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 

안 씨는 “방역업무가 끝났으니 그냥 돌아가도 되지만 제가 이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네요. 4일 동안 바닥을 쓸지 않아서 먼지가 많습니다”라며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분들을 보니 마음이 참 좋지 않습니다. 편히 쉬실 수 있게 빗질도 살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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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조성민 기자] 방역업체 직원 안씨가 방역을 마친 뒤 빗자루질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1

반면 현실성 있는 수해보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승(55, 강남구 구룡마을 8지구)씨는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구룡마을에 10년 이상 오래 산 사람들은 지원금과 집도 주고 가전제품도 새로 줘야 한다. 구청 공무원들은 이런 약속 없이 2~3일 후에 어영부영 대피소에서 나가라고만 할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이에 더해 이사라(72, 구룡마을 2지구)씨도 “대피소에 국무총리부터 외무부 장관, 강남구청장, 언론 모두 왔다 갔지만 정작 현실적인 지원대책은 세우고 가지 않았다”며 “30년 동안 구룡마을에서 살았는데 노숙자도 들어갈 수 있는 임대주택에 들어가라는 건 말도 안 된다. 구룡마을 땅은 국유지가 아닌 모두 사유지며 이를 다 보상 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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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한 주민이 침수로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1

이 같은 수재민 보상계획에 대해 강남구정책홍보실 언론팀 주무관은 “현재 SH공사와 협의가 다 끝나 수재민만 동의한다면 언제든지 즉시 입주 가능한 공공임대주택과 지원금을 마련해 놨다”며 “일부 마을 주민들이 바라는 임대분양은 협의를 더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재민들에게는 응급구호 키트가 지급됐다. 응급구호 키트 구성은 속옷·세면도구·간편복·생필품이 들어있다.

또 대피소에는 와이파이와 배터리 충전소를 운영 중이며 무료 식사 제공과 함께 마스크·손소독제·자가 검진 키트·모기퇴치제도 지급 중이다. 이밖에 의료지원으로 의사 1명, 간호사 2명이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교대 근무를 하고 구급차도 항시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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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에 마련된 구룡마을 이재민 임시대피소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구룡마을 주민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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