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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닭 - 조석구
오피니언 투고·기고

[마음이 머무는 詩] 나는 닭 - 조석구

나는 닭

조석구(1940 ~ )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우리 모임은

연례행사로 보신탕과 삼계탕을 같이하는

재래시장 할매집을 찾아간다.

똥댕이 아줌마가 주문을 받는다

다 개죠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개 아닌 사람 손들어 보세요

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는 닭

 

[시평]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다. 연일 33도 그 이상을 웃도는 기온으로 움쩍달싹 하기가 힘이 든다. 엊그제가 중복이니 이제 말복 지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더위를 견디며. 사람들은 더위에 흘린 땀으로 소진된 체력을 보강한다는 명분으로 보신탕을 먹는다. 그러나 요즘 차츰 삼계탕이 유행을 한다. 보신탕은 ‘개’에 대한 생각과 ‘개고기 논란’으로 인해 퇴조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어디 사람의 식욕이나 욕망이 그런가. 고집해서 필히 개고기를 먹어야겠다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복날 사람들은 보신탕집을 찾는다. 그러나 개중에는 개고기를 안 먹는 사람이 꼭 한두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삼계탕을 주문하려 한다.

그러면 보신탕집 주인은 이런 사정을 눈치채고, “다 개죠? 혹시 개 아닌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한다. 그러면 왠지 자신이 닭이나 된 듯, 조금은 망설이다가 힘을 내서 손을 번쩍 든다. ‘닭대가리’ 라는 속어가 있다. 머리가 나쁜 사람을 흔히 일컫는 말이다. 머리가 나쁘다는 말에서 확대돼, 신통치 않은 사람, 머저리 같은 사람이라는 말로도 흔히 쓰인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듯이, 제기랄! 오늘은 보신탕집에서 그만 ‘개 대신 신통치 않은 닭’이 돼버리고 말았구나. 대책 없이 비적비적 흘러내리는 삼복더위의 비지땀과 함께, “나는 닭” 하며 손은 번쩍 들었지만, 왠지 뒤끝이 씁쓸하기만 하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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