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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제안 제도 첫 투표부터 무효라니
오피니언 사설

[천지일보 사설] 국민제안 제도 첫 투표부터 무효라니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국민제안’ 제도가 첫 투표부터 무효로 처리되는 사태를 맞았다. 대통령실이 1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던 대국민 온라인 투표에서 어뷰징(중복 전송)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국민제안 TOP 10’ 투표를 통해 선정하려던 우수 국민제안 상위 3건은 별도로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어뷰징 사태를 이유로 윤 정부의 야심작으로 언급됐던 국민제안은 첫 투표부터 무효 처리되는 촌극을 맞은 셈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 동안 국민제안 10개 안건을 두고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10개 안건은 온라인과 우편으로 접수된 1만 3000여건 중 민관합동심사위원들이 심사해 선정했으며 국정에도 반영될 계획이었다.

이날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브리핑에서 “투표 결과 567만건의 ‘좋아요’가 기록됐는데, 호응은 좋았으나 10개 제안에 대해 ‘좋아요’ 수가 변별력이 떨어질 만큼 많은 부분에 분포가 돼 있다”면서 “다수의 어뷰징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청와대실이 밝힌 대로 실제 투표 결과를 보면 10건에 대한 ‘좋아요’ 수가 56만~57만여개로 거의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좋아요’ 수는 567만여개다. 다수의 어뷰징이 나타났다고 보는 대목이다. 이대로는 투표의 신뢰성도, 변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어뷰징 사태 등 온라인 투표 부실 문제는 사실 예견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매크로를 통한 여론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100% 실명제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수 국민제안 투표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실명 없이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홈페이지에서는 로그인 없이도 투표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원칙을 비틀더라도 인기를 의식한 정무적 셈법이 앞선 탓에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대신 그 부작용에 대한 준비는 미흡했다. 예견된 비극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어뷰징으로 저희가 하려는 국민제안 제도를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변명했다. 물론 교묘한 여론 조작이나 해외 IP 유입, 해킹 등의 시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명색이 대통령실 홈페이지 관리가 예견된 방해 세력의 방해조차 차단하지 못했다면, 그 결과 첫 온라인 투표가 무효로 결론이 났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문제점이 발견됐다면 보완하고 개선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투표 무효 사태를 아무 일 아니듯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변명이나 ‘남 탓’이 아니라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제안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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