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알뜰폰 시장의 혼란, 예고된 일이었다
경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알뜰폰 시장의 혼란, 예고된 일이었다

LG유플러스의 중소 알뜰폰 상생 방안. (제공: LG유플러스) ⓒ천지일보 2022.6.21
LG유플러스의 중소 알뜰폰 상생 방안. (제공: LG유플러스) ⓒ천지일보 2022.6.21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알뜰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활성화 초기에 비해 이젠 많은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여러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난무하면서 ‘규제’의 칼날이 어떤 식으로 들어올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통신 시장은 진입 장벽이 아주 높기 때문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의 과점 시장이 돼 버리고 요금이나 상품 또한 이들의 암묵적 담합에 의해 상향 및 일원화된 지 오래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로 스마트폰 제조사도 국내에 하나밖에 남지 않아 그 모양새가 더욱 견고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룰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알뜰폰이다.

현재 알뜰폰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해 기존 통신 시장의 파이를 나눠 먹고 있다. ‘무약정’이라는 장점과 저렴한 요금제, 사은품 공세 등으로 꾸준히 통신 3사의 가입자를 빼앗아 오고 있다.

알뜰폰 시장은 현재 통신 3사의 자회사와 자회사가 아닌 기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문제는 이 성장이 통신 3사의 자회사로부터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존 시장을 3사가 과점했으면서 알뜰폰 시장마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 능력,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영세한 ‘순수’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들의 시장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3사의 자회사는 5개에 불과하지만 이미 점유율 50%를 넘겼으며 남은 사업자는 40여개에 달한다. 나머지 점유율을 가지고 수많은 업체가 경쟁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까지 알뜰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은 진작 들어와 3사의 자회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보이면서 중소 사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알뜰폰협회는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중소 사업자를 살리기 위해 자회사 점유율 제한을 해야 하냐, 마냐로 고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신 3사가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를 둘러싼 모든 주장에는 나름의 일리가 있다. 다만 전 국민이 모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규제에는 신중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득권과 신규 사업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마찰은 어느 시장에서나 일어난다. 이 가운데 정부가 개입하기로 마음을 먹은 거면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5G 중간요금제 신설’과 서비스 혁신을 위한 ‘플랫폼 자율규제’ 등 새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디지털 정책 기조를 보면 그 방향이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편익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알뜰폰 시장도 같은 맥락으로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둘 중 하나만 없어져도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신 이들 사업자 간 불리한 스타트라인을 고려해 조금이라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펴주는 게 맞다.

3사가 과거 출혈 경쟁을 벌이다가 어느 순간 담합의 모양새를 이룬 것처럼 너무 적은 사업자만 남아서도 안 되고 중소 사업자들끼리만 남아서 시장 활성화가 더뎌지는 것도 좋은 방향은 아니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길고 긴 과점 시장에서의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잡음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다. 통신 3사는 언제까지나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며 불공정한 상황은 어떤 방식으로든 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외풍에 흔들려 줏대 없이 정책을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변함없는 중심과 의지로 이끌어주는 정부가 되길 바라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채널: 천지일보
  • 전화: 1644-7533
  • 이메일: newscj@newscj.com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