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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마을 지키는 영물·수호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획 전국기획

[2022 검은호랑이해 전국특집] “호랑이는 마을 지키는 영물·수호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해 12월 21일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를 앞두고 용인시 에버랜드 경기타이거밸리에서 생활하는 엄마 호랑이와 아기호랑이가 산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해 12월 21일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를 앞두고 용인시 에버랜드 경기타이거밸리에서 생활하는 엄마 호랑이와 아기호랑이가 산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 

‘나쁜 기운 물리치는 영험한 존재’
착한 사람은 호랑이도 안 물어가
복(福)을 부르는 명소·여행지 인기
십간 중 ‘壬’… 북쪽 방위여서 ‘黑’
우리나라 지도 ‘힘찬 호랑이 모습’
한국 정서, 빼놓을 수 없는 호랑이

[천지일보=김지현·김미정·최혜인·류지민·김정자 기자] 2022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이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호랑이는 예부터 우리 민족과 특별히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랑이는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지도도 용맹스러운 호랑이 모형이다. 호랑이 등줄기를 타고 이어지는 검은 줄무늬는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뜻한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기상을 꺾기 위해 ‘마치 토끼와 같다’고 퍼뜨렸지만, 요즘은 ‘호랑이’가 힘차게 뻗어 나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호랑이는 ‘액(厄), 재앙, 화(禍)를 물리치고 복(福)을 부르는 영물, 수호신’이라고 믿어 호랑이와 관련된 명소들도 많다. 이에 본지는 새해를 맞아 전국의 지명과 설화 중 호랑이와 관련된 곳을 소개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1년 마지막 날이자 호랑이 해인 임인년(壬寅年)을 앞두고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서 엄마 호랑이 건곤이와 아기호랑이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2.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1년 마지막 날이자 호랑이 해인 임인년(壬寅年)을 앞두고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서 엄마 호랑이 건곤이와 아기호랑이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2.1.2

◆호랑이 관련 지명, 전국 389개

진보, 독립, 용맹을 상징하는 호랑이로 묘사되는 한반도는 산악지형이 많아 일찍부터 호랑이가 서식했다. 호랑이는 잡귀들을 물리치는 신성한 영물로, 혹은 재난을 몰고 오는 난폭한 맹수로, 또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의리 있는 동물로, 그리고 골탕을 먹일 수 있는 순진하고 어리석은 동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처럼 호랑이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국토의 지명에도 예외 없이 반영돼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연지명 속에 포함된 호랑이 관련 지명은 389개다. 전국의 자연지명 10만 509개 중 호랑이 관련 지명은 0.4%인 389개로 그 중 전라남도가 74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경상북도가 71개, 경상남도가 51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1년 마지막 날이자 호랑이 해인 임인년(壬寅年)을 앞두고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서 엄마 호랑이 건곤이와 아기호랑이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에버랜드는 지난 21일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를 앞두고 눈덮힌 타이거밸리에서 생활하는 아기 호랑이들 오둥이 아름(♀)·다운(♂)·우리(♀)·나라(♂)·강산(♀)의 모습을 공개했다. ⓒ천지일보 2021.12.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1년 마지막 날이자 호랑이 해인 임인년(壬寅年)을 앞두고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서 엄마 호랑이 건곤이와 아기호랑이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지난해 12월 21일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를 앞두고 눈덮힌 타이거밸리에서 생활하는 아기 호랑이들 오둥이 아름(♀)·다운(♂)·우리(♀)·나라(♂)·강산(♀)의 모습을 공개했다. ⓒ천지일보 2021.12.31

◆인왕산 영물 호랑이와 효자 박태성

“너는 산 중에 영물이어서 내가 갈 길이 바쁜 줄 잘 알 것이요. 또 주리면 얼른 해할 텐데 그렇지도 아니하고 순한 말처럼 내 앞에 등을 대니 타란 말이냐?” 조선 시대 효자로 유명한 박태성이 인왕산에서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에게 던진 말이다. 지금도 북한산 기슭, 고양군 신도면 효자리에 가면 ‘조선효자박태성정려비’가 있고 그 옆에 산소와 호랑이 무덤이 있다.

박태성 선생은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새벽에 묘소에 참배했는데 어느 날부터 그 지극한 효성에 감동한 호랑이가 그를 등에 태워 모셨다는 이야기다. 또 조선 시대 호랑이가 많이 출몰했다는 인왕산은 조선 건국 시 도성을 지키는 우백호로 삼았던 명산으로 중턱에 호랑이 조형물이 있어 등산객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호랑이 꼬리 ‘호미곶’의 유래

지난 2002년 백두대간 끝자락에 자리 잡은 포항 장기곶은 호미곶(虎尾串)으로 이름을 바꿨다. 경상북도 포항시의 호미곶의 유래는 조금 복잡한데 호미곶은 원래 말갈기처럼 생겼다 해 조선 시대에는 장기곶으로 불렸으나 1918년 일제가 곶(串)을 일본식 표현인 갑(岬)으로 고쳐 장기갑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1995년 5월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정부가 다시 장기곶으로 변경했다.

‘호미곶’이라 불린 배경은 약 400여년전 격암 동해산수비록의 저자인 남사고가 장기산맥의 최단부 즉 장기갑을 호미등(범꼬리)이라고 기록하고 있고 대동여지도를 저술한 추사 김정호도 장기산맥의 최동단을 장기갑 호미등이라 기록했으며 육당 최남선은 백두산 호랑이가 연해주를 할퀴고 있는 형상으로 한반도를 묘사하면서 이곳을 호랑이 꼬리라고 지목했다.

◆호랑이 모양·형세 의미 담은 지명

모양과 관련된 호랑이 지명으로는 호랑이가 엎드려 있다는 모습을 비유한 ‘복(伏, 엎드리다)’자를 사용한 지명(복호, 호복, 복림 등)이 다수다. 전남 고흥 과역면의 ‘복호산’은 달이 지고 날이 새므로, 호랑이가 가지 못하고 엎드려 있는 형국이라는 유래가 있다.

뒷산의 지형이 범이 웅크리고 있는 모양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범직이(충남 연기군 남면 마을)’, 바위 형태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호랑이 형상이라 해 ‘호구로(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라는 지명도 있다.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의 ‘저고리골(마을)’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저고리만 남겨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경남 거제시 둔덕면의 ‘호곡마을’은 효성이 지극한 상제가 시묘살이하던 3년 동안 큰 호랑이가 늘 상제를 따라 다니며 보호해줬다는 유래가 있으며 경북 경천시 화산면의 ‘효지미 마을’은 효자가 부친의 병을 고치려고 약을 구하려고 떠나려 할 때 호랑이가 붕어를 물어다 줘 부친의 병을 고쳤다는 전설이 있다.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신양복리에 있는 복거마을에 있는 호랑이상. (제공: 안성시) ⓒ천지일보 2022.1.2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신양복리에 있는 복거마을에 있는 호랑이상. (제공: 안성시) ⓒ천지일보 2022.1.2

◆경복궁 호랑이 석상과 안성시 복거마을

경복궁에도 호랑이가 있다. 근정전 위 기단의 서쪽 계단 기둥을 지나가면 호랑이 석상이 있다.

안성시 ‘복거마을’은 마을 곳곳이 호랑이 모형과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안성시 금광면 신양복리에 있는 이 마을은 뒷산의 모습이 호랑이가 엎드려 앉은 모습과 같다고 해서 호동 혹은 복호리로 불렸다. 이후에는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바람을 담아 복거리로 변경됐다.

가평군에 있는 호명산과 인천의 호룡곡산 역시 호랑이와 관련이 있다. ‘호명산’은 산림이 우거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을 때, 호랑이가 많이 살아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호룡곡산은 무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는 전설이 있다. 

화성시에는 최루백 효자비각이 있다. 최루백(미상∼1205년)은 화성의 실존 인물로 고려의 명신이자 조선 세종이 친히 글을 내려 그의 효행을 치하한 인물로, 15세 때 아버지가 사냥하다 호랑이에게 물려죽자 그 호랑이를 죽이고 뼈와 살을 거두어 안장한 후 여막을 짓고 3년 동안 시묘했다. 조선 숙종 때 그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최루백 효자비각(화성시 봉담면 분천리 165-1)이 남아있으며 초등학교 3학년 사회과 탐구학습자료 ‘우리고장 화성·오산’ 교과서에도 그 내용이 수록돼 있다.

안산시에는 호장골이 있다. 호랑이 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호장골이라고 하는데 큰호장골과 작은호장골이 있으며 큰호장골에는 정언벽 선생 묘와 묘갈를 비롯한 나주정씨 묘역이 있다.

또한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서 석호마을 서낭님과 호랑이에 관련한 이야기가 있다. 현재의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석호마을에 서낭당이 있었는데, 서낭님은 자기에게 정성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복을 주었다고 한다. 

경기도 시흥시 광석동, 하중동, 하상동에 걸쳐 있는 범배산은 산의 지세가 호랑이가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하여 ‘범배산’이라고 칭하며 시흥시청에서 동북쪽으로 약 1㎞ 지점에 있는 높이 140m의 산이며, 광석동에서는 광석산이라고도 부른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김홍도가 화첩을 들고 범배산을 거닐며 그림 구상을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7동에는 식골이라는 마을이 있다. 식골의 유래를 보면 마을의 주산은 만수산으로 이곳에 살면 만수를 누린다는 설과 광명동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배부른 사람이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산의 봉우리가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이라고 하여 식골[곡]이라고 하였다 한다.

◆대전 유성구 지족동 호랑이 전설

유성구 지족동 골짜기에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평소 해가 질 때면 집에 오시던 아버지가 어느 날 어둠이 짙게 깔려도 오시질 않자 며느리가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풀숲에 누워 잠든 아버지를 깨우려고 가 보니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지켜보고 앉아 있자 며느리가 업고 있던 아기를 호랑이 가까이에 눕혀놓고 아버지를 깨워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아기를 찾아 나섰으나 없었다. 아랫골 샘 근처에서 어린애 울음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니 아이가 강보에 싸인 채 울고 있었다. 며느리는 너무 반가워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마을에서는 “아무리 짐승이라도 호랑이는 착한 일하는 사람은 해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충남도 청양 칠갑산에 있는 호랑이 모형. (제공: 청양군) ⓒ천지일보 2022.1.2
충남도 청양 칠갑산에 있는 호랑이 모형. (제공: 청양군) ⓒ천지일보 2022.1.2

◆충남 청양 칠갑산, 수호신 호랑이

충남 청양군 정산면에 있는 천장호 출렁다리에는 용과 호랑이 조형물이 있다. 천장호에는 황룡과 호랑이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어느 날 마을에 살던 아이가 몸이 아파 의원을 찾아 나섰는데 홍수 때문에 냇물이 불어 건널 수가 없게 됐다. 온 가족이 발을 구르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때 승천을 기다리던 황룡이 하늘길을 포기하고 자신의 몸으로 다리를 만들어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 이를 보고 감명을 받은 칠갑산 호랑이 또한 수호신으로서 주민들을 오래도록 보살폈다는 이야기다.

임인년(壬寅年)을 앞둔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강진군 성전면 청자골달마지마을 호랑이 조형물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 2022.1.2
임인년(壬寅年)을 앞둔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강진군 성전면 청자골달마지마을 호랑이 조형물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 2022.1.2

◆전남, 전국에서 호랑이 지명 가장 많아

전남 강진군 군동면 호계리는 호랑이라 많이 출현하는 지역이라 해 ‘호동’이라 불렸다. 강진읍 학명리는 뒷산이 호랑이처럼 생겼다 해 ‘호산’이라 불렸으며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호덕은 풍수지리상 옛 도화현의 좌측에 청룡이 있으므로 우측에 백호가 있고 호랑이의 덕을 본다는 뜻에서 ‘호덕’이라 칭했으며 호덕의 동쪽에 있는 마을이어서 ‘동호덕’이라 했다.

전남 곡성군 내호곡은 뒷산 골짜기가 울창해 호랑이가 살았다 해 ‘호곡’이라 했으며 안쪽에 있다고 해서 ‘내호곡’이라 불렸다.

나주시 다시면 밤산은 호랑이 형상을 한 산이라 해 ‘범산’이라 하다 변해 ‘밤산’으로 불린다. 무안군 운남면의 범바위는 산 모양이 호랑이가 앉아 있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 ‘범바위’라 불리며 몽탄면 호동은 마을 뒷산이 호랑이처럼 생겼다 해서 ‘호동’이라 한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 대은은 마을이 숲 깊은 곳에 있으며 큰 호랑이가 숨은 곳이라 해 ‘대은’이라 불린다. 보성군 별교읍 호미동은 뒷산의 형체가 호랑이 같으며 마을이 그 꼬리에 위치한다고 해 ‘호미동’이라 했다.

순천시 승주읍 닭재는 계곡 근처에서 4가구가 닭을 키우면서 살았는데 어느 날 호랑이가 나타나 마을의 닭을 잡아먹고 혹은 물고 이 고개를 넘어갔다 해 ‘닭재고개’라 불린다. 전남 신안군 압해면 개호지는 이곳의 지형이 개를 잡아먹는 호랑이처럼 생겼다 해 ‘개호지’라 불린다. 

◆위험하지만 수호신으로도 불려

빼어난 지혜와 늠름한 자태를 지녔다고 해 ‘산주(山主)’나 ‘산군(山君)’ 등으로 불리면서 때로는 산신령의 화신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사방신(四方神) 중 유일하게 실재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신안군 지도읍 범덕산은 옛날, 이 산에서 어느 나무꾼이 나무를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호랑이가 나타나 기절할 지경이었으나 다행히 호랑이가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고 해서 ‘범덕산’이라 불린다.

전남 영광군 백수읍 구호동은 마을 주변의 산세가 아홉 마리의 호랑이가 앞산의 노루를 희롱하는 구호농장(九虎弄獐)형이라 해서 ‘구호동’ 또는 ‘구동’이라 부른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 고마도는 섬 형이 호랑이처럼 생겼다 해 ‘호채섬’이라 하다 후에 고마도라 개칭됐다.

삼호읍 용당리 대아산은 산 모양이 큰 암호랑이처럼 생겼다 해 ‘대아산’이라 불린다. 전남 장흥군 용산면 개구렁은 호랑이가 많이 있어 개를 많이 키워 호랑이의 침입을 방지한다고 해 ‘개구렁이’라 한다.

진도군 군내면 월가10반은 옛적 호랑이가 동서로 한 쌍씩 살고 있어 사람이 일체 접근을 못 하던 양호동이라 불렀으나 지금은 월가10반이라 한다. 진도군 임회면 호랑이굴은 호랑이가 살던 굴이었다고 전해진다. 전남 함평군 손불면 호암은 옛날 호랑이가 어느 여인을 이곳의 바위로 잡아왔는 데 그의 며느리가 자기 자식을 대신 주고 시부를 구했다는 설이 있다 해 ‘호암’이라 했다.

해남군 마산면 유목리는 옛날 마을에 살던 이씨 노인이 호랑이를 잡아 그 가죽을 판 돈으로 버드나무를 사서 심었다 해 유목리라 하며 해남군 황산면 호동은 사면이 전부 산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옛날에는 호랑이가 많이 살았었다 해서 호동이라 부르게 됐다. 전남 화순군 덕고개는 옛날 고개에 호랑이 잡는 덫이 있었다 해서 돗고개 또는 덕고개라 한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진리의 ‘호장도’도 호랑이와 관련 있다. 대부분 육지에 호랑이 관련 지명이 있는 반면 신안군 흑산면의 ‘호장도’는 바다에 있는 지명이다. 특히 지형 형태가 호랑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전남 강진군은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된 청자골달마지마을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었다. 강진군 관계자는 “마을 뒷산의 호랑이 굴에 착안해 호랑이 조형물로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고 마을을 액으로부터 막기 위해 호랑이 울음소리를 방송했는데 이후로 마을에 멧돼지 출현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무안군 운남면의 범바위는 산 모양이 호랑이가 앉아 있는 것처럼 생겼다 해 ‘범바위’라 불린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에는 마을이 숲 깊은 곳에 있으며 큰 호랑이가 숨은 곳이라 해 ‘대은’이라 불린 지명이 있다.
신안군 지도읍 범덕산은 옛날, 이 산에서 어느 나무꾼이 나무를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호랑이가 나타나 기절할 지경이었으나 다행히 호랑이가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고 해서 ‘범덕산’이라 불린다. 전남 함평군 손불면 호암은 옛날 호랑이가 어느 여인을 이곳의 바위로 잡아 왔는데 그의 며느리가 자기 자식을 대신 주고 시부를 구했다는 설이 있다 해 ‘호암’이라 했다.

신안군 흑산면 진리의 ‘호장도’는 지형 형태가 호랑이와 비슷하다. 대부분 육지에 호랑이 관련 지명이 있는 것에 비해 신안군 흑산면의 ‘호장도’는 바다에 있는 지명이다. 강진군 청자골달마지마을에서는 호랑이 조형물로 놀이터를 만들었다.
강진군 관계자는 “마을 뒷산의 호랑이 굴에 착안해 호랑이 조형물로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고 마을을 액으로부터 막기 위해 호랑이 울음소리를 방송했는데 이후로 마을에 멧돼지 출현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지난해 12월 4일 민화작품에 눈동자를 그리는 점안식에 참여해 민화 ‘진주호랑이(곽경희 작가)’를 완성하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2.1.2
조규일 진주시장이 지난해 12월 4일 민화작품에 눈동자를 그리는 점안식에 참여해 민화 ‘진주호랑이(곽경희 작가)’를 완성하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2.1.2

◆경남 진주 ‘숙호산’과 민화 ‘호작도’

경남 진주시에서도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과 그림이 내려온다.

진주 지명 중에는 숙호산(宿虎山)이라는 산이 있다. 호랑이가 잠을 자는 형상을 띠고 있어 잘 숙(宿), 범 호(虎) 자를 넣어 ‘호랑이가 잠자는 산’이라고 했다. 이 산 아래에는 면호실(眠虎室)이라는 마을이 있다. 잠자는 호랑이를 마주보는 마을인 셈이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벽사진경(辟邪進慶 : 요사스런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스러운 일을 끌어들임)을 목적으로 흔히 보이는 지신밟기 농악풍물패도 면호실이라는 마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잠자는 호랑이를 깨워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호랑이가 잠자는 마을과 산 주변에는 이름만 들어도 귀신이나 나쁜 역병이 얼씬도 못 할 듯하다. 옛날 민화에도 보면 액운을 막기 위해 호랑이를 즐겨 그렸다.

특히 진주지역에는 ‘진주호랑이’라고 불리는 민화가 전해 내려온다. 민화 진주호랑이는 일제강점기에 진주지역에서 활동한 민화 작가 신재현 선생의 ‘호작도’(까치호랑이, 삼성박물관 리움 소장)가 진주에서 몇 점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호랑이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영험한 존재’로 여겨졌는데, 새해가 되면 집집마다 호랑이 그림을 문밖에 붙여놓기도 했다. 특히 호랑이와 까치 그림은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여겨 민간에서 유행했다. 호랑이는 벽사(闢邪, 나쁜 기운을 몰아냄)를 의미한다. 옛사람들은 줄무늬범과 표범을 모두 호랑이로 불렀다.

호랑이그림은 갑술원단 신재현사(甲戌元旦 申在鉉寫)라는 글씨에서 설날 아침에 일종의 세화歲畫로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호랑이는 고개를 세우고 앉아 포효하고 있으며 세마리의 새끼를 돌보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바람소리 천리 밖에 들리고 높은 벼랑 포효는 바위를 파열하네’라는 꼬리 위 묵서와 ‘호랑이 포효하는 남산에 까치들 모두 모이네’라고 쓴 머리 위 묵서는 그림 속 포효하는 모습의 호랑이와 까치를 묘사하는 구절이다.

이처럼 조선시대 사람들이 아꼈던 민화는 생활 공간을 장식하거나 민속적 관습으로 제작됐던 실용화이자,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집단의식이 여러 형태와 구도로 표현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경남 의령의 한우산에는 빽빽이 들어선 나무 사이로 큰 호랑이 모형이 세워져 있다. 산 인근의 신전마을 주민들이 한우산을 올려다보니 호랑이가 눈에 파란 불을 켜고 쳐다보고 있었다는 목격담에서 만들어진 조형물이다. 한우산 호랑이는 마을을 지키는 신성한 영물로 여겨져 한우산 산신으로 불렸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도 ‘호투장’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호투장은 주 산신령이 떠돌이 호랑이와 싸우던 곳이라는 설이 전해진다. 옛날 화산 아래 대밭골에 마을을 지켜주는 주 산신령인 호랑이가 살았는데 떠돌아다니는 호랑이가 사람들을 해치러 오면 산신령이 큰 울음소리를 내 주민들이 조심하도록 했다고 한다.

◆의령 한우산 모형과 부산 ‘호투장’

경남 의령의 한우산에는 빽빽이 들어선 나무 사이로 큰 호랑이 모형이 세워져 있다. 신전마을 주민들이 한우산을 올려다보니 호랑이가 눈에 파란 불을 켜고 쳐다보고 있었다는 목격담에서 만들어졌다. 이곳 호랑이는 신성한 영물로 여겨져 한우산 산신으로 불렸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는 ‘호투장’이라 부르는 곳이 있는데 산신령이 떠돌이 호랑이와 싸우던 곳이라는 설이 전해진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의 호랑이 조형물이 시민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제공: 부산 해운대구) ⓒ천지일보 2022.1.2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의 호랑이 조형물이 시민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제공: 부산 해운대구) ⓒ천지일보 2022.1.2

◆호랑이해 “코로나도 사라지길”

김향현(가명, 50대, 광주)씨는 “새해 검은 호랑이해에는 좋은 소식만 들렸으면 좋겠고 호랑이의 힘찬 기운으로 바이러스도 퇴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소망했다. 호랑이의 지명은 조상들의 삶과 지혜가 어우러져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임인년을 맞아 지명 속에 나타난 ‘진보적이며 용맹스럽고 의리 있는 호랑이’처럼 힘찬 한 해를 시작하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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