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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靜偈(정게)’ 두루마리 유묵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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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추사 김정희 ‘靜偈(정게)’ 두루마리 유묵 발굴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이재준 고문이 공개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유묵 두루마리 1축 친필 정게. (제공: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이재준 고문) ⓒ천지일보 2021.8.13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이재준 고문이 공개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유묵 두루마리 1축 친필 정게. (제공: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이재준 고문) ⓒ천지일보 2021.8.13

남북조시대 유행한 육조체 행서로 써져

추사 생존 당시 글씨가 청나라로 넘어가

당대 유명 서법가들이 배관기를 작성해

역사문화연구회 이재준 고문 본지에 공개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추사 김정희가 남북조시대 유행한 육조체(六朝體) 행서로 쓴 정게(靜偈, 고요히 게송을 외움) 두루마리 유묵이 발굴됐다. 그동안 한·중 고대 묵서경과 고대 글자를 연구해 온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이재준 고문(전 충청북도 문화재 위원)은 최근 추사의 진묵을 발굴하고 이를 고증한 내용을 본지에 단독 공개했다.

이 고문은 이 유묵에 대해 “글자 자체연구는 물론 시의 내용을 분석, 추사가 존경하고 배움을 잊지 않은 청나라 학자 옹방강(1733~1818)과의 사제간 유대를 더욱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 고문이 공개한 추사 ‘정게’는 고요히 앉아 게송(부처의 공덕이나 가르침을 찬탄하는 노래)하는 선학의 경지를 노래한 것으로, 초의선사에게 준 정게가 유명하다. 이 두루마리 유묵은 청나라 산 홍지(紅紙)에 일행 3자씩 모두 28행을 쓴 1축으로 크기는 335x21㎝다.

이 유묵이 주목을 끄는 것은 추사가 생존할 당시 이 글씨가 중국에 전달돼 당대 청나라 유명한 서법가들이 배관기(拜觀記)를 썼다는 점이다. 추사 작품이 당대 청나라에 전달돼 유명 인사들이 배관한 것은 국보 제189호로 지정된 ‘세한도’ 뿐이다.

청나라 말기 정치가이며 서법가인 자청 장시만과 민국시대 교육자이며 서법가인 망부도화가 쓴 배관기(제공: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이재준 고문). ⓒ천지일보 2021.8.13
청나라 말기 정치가이며 서법가인 자청 장시만과 민국시대 교육자이며 서법가인 망부도화가 쓴 배관기(제공: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이재준 고문). ⓒ천지일보 2021.8.13

이 고문은 배관기를 쓴 청나라 서법가는 자청(子靑) 장지만(張之萬, 1811~1897)과 명필이며 민국시대 교육자였던 망부도화(茫父姚華, 1876~1930)로 이들은 추사의 글씨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지만은 당대의 서화가로 존경을 받은 인물로 1846(병오)년 35세에 쓴 배관기에는 추사의 글이 기묘하며 평사낙안(平沙落雁, 모래펄에 와서 앉은 기러기. 글씨나 문장이 대단히 잘 쓰는 것을 나타낸 사자성어)에 비유했으며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글씨라고 평가했다.

배관기를 쓴 망부도화(茫父姚華)는 이 유묵의 소장자이기도 했으며 첫머리 ‘완당김정희진적’이라고 제전(題篆)을 썼다. 그는 전서와 예서를 잘 썼으며 많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망부도화는 1931년까지 이 유묵을 소장하고 있다가 사후에 유족들이 장춘 문관회에 이관했으며, 이들은 동북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두루마리 외면에 기재해 놓았다. 동북박물관은 문화혁명당시 폐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글씨는 오래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회류됐으며 소장자가 이 고문에게 고증을 의뢰함으로써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두루마리 유묵 첫 머리에 청나라 망부도화가 쓴 제전(제공: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이재준 고문). ⓒ천지일보 2021.8.13
추사 김정희의 두루마리 유묵 첫 머리에 청나라 망부도화가 쓴 제전(제공: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이재준 고문). ⓒ천지일보 2021.8.13

게송은 칠언(七言)으로 구성돼 있으며 시 안에는 추사가 존경해왔던 옹방강이 편찬한 ‘복초재시집(复初斋诗集)’에서 4련을 인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복초재시집’은 추사가 연경에 갔을 때 옹방강으로부터 받은 귀중한 책 선물이며 송·원대 많은 시인들의 시를 모은 것이다. 추사는 이 책으로 역대 중국의 수많은 한시를 공부했으며 옹방강이 세상을 떠난 다음에는 1829년 전남 대둔사에 책을 보관토록 했다.

그런데 이 시집은 대둔사에서 유실돼 서예가 소전 손재형 등이 수장하고 있다가 2011년 7월 서울의 한 옥션에서 발견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 고문은 이 게송의 첫 구절인 ‘道心靜欲添香篆 詩味深扵浴內丹’는 복초재시집 卷67(石畫軒艸十)에서 7, 8련인 ‘山翠染將螺子色 湖光點出美人晴’은 방강과 동년인 여류 심청임(沈清任.清畫家詩史)의 시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혔다. 정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道心靜欲添香篆 조용한 가운데 깨달음을 위해 향을 피우니

詩味深扵浴內丹 수련에 빠지면 시의 맛도 깊네

背郭忽聞銀色界 홀연히 뒤에서 보살의 은색계가 들리고

諸峯枚白齊豪光 여러 봉우리가 흰 머리털 같이 빛나오리다

夢羅偶愁餘薄冷 꿈속에 남은 수심 차갑기만 한데

意中何處得春陰 마음 속 어디서 봄 기운을 얻을까

山翠染將螺子色 산의 빛나는 색은 장차 자개색이 되리

湖光點出美人晴 반짝이는 호수 빛은 맑은 미인일세

儘饒泉聲供浴如 산간의 물 소리는 몸을 씻는 것 같네

許松陰可少僧千 소나무 그늘은 가히 천명의 승려로세

(見)佛光明皆石翠 부처의 광명으로 모든 돌은 비취색 됐네

六朝文字盡松靑 육조글로 극진히 적다

勝蓮老人 승련노인(의역 이재준 고문)

한편 배관기를 쓴 장지만(张之萬, 1811~1897)은 자 자청(子青), 호 난파(銮坡), 직례남피(直隶南皮) 사람으로 하북성에서 출생했다. 1847년 중 진사 일등장원, 1876년 임 하난 순무, 1882년 병부상서, 1884년 이부상서, 체인각 대학사를 지냈으며 1896년에 낙향했다. 저명 서화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많은 작품이 전해지고 있다. 1897년 87세의 일기로 사망했으며 증(贈) 태보(太保), 시호는 문달(文達)이다.

추사 김정희 정게 글씨와 고 육조체 자체비교. ⓒ천지일보 2021.8.13
추사 김정희 정게 글씨와 고 육조체 자체비교. ⓒ천지일보 202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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