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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김연경, ‘동양의 마녀’에서 ‘월드 슈퍼스타’로
오피니언 칼럼

[스포츠 속으로] 여자배구 김연경, ‘동양의 마녀’에서 ‘월드 슈퍼스타’로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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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마녀(魔女)’라는 말이 있었다. 남녀배구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배구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 생긴 이름이었다. 이 말은 서양인들에 비해 월등히 작은 체구의 일본 여자배구 선수들이 전광석화 같은 빠른 시간차 공격과 기계같은 조직력을 앞세워 마치 마술을 부리는 마녀와 같은 모습으로 당대 최강의 소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 붙여졌다. 이때부터 1970년대까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상위권을 유지했던 일본 여자배구에게는 늘상 이 말이 따라 다녔다.

일본 여자배구의 영향을 받은 한국 여자배구는 당시 일본에는 뒤졌지만 서구팀을 잇달아 누르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 구기종목 동메달을 차지해 일본과 함께 동양에서 마법을 부리는 여자팀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일본 여자배구의 침체와 함께 한국 여자배구도 같은 길을 걸었다. 신장과 체력이 월등한 서구팀들이 동양팀의 전매특허인 속공과 조직력까지 갖춰 경쟁력에서 훨씬 앞서 나갔기 때문이다. 한국여자배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의 등장으로 4강까지 오르는 성적을 오르기도 했지만 과거의 화려한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2020 도쿄올림픽 시작 전만 해도 한국여자배구에게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쌍둥이 자매 이다영·재영이 ‘학폭’으로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빠져 전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 주된 이유였다.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전초전격으로 열린 유럽에서 열린 2021 발리볼 네이션스리그에서 한국여자배구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뚜껑이 열리면서 한국여자배구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였다. 예선전에서 일본에 극적인 풀세트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라 세계랭킹 4위 터키와도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낚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에 진출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45년 만에 다시 메달 획득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한국여자배구가 4강에 진출하기까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선수는 단연 김연경이다. 그는 한일전에서 온 몸을 내던져 공을 받아내고, 온 힘을 다해 뛰며 공을 상대 코트에 내리 꽂았다. 터키와의 8강전에선 절대절명의 고비에서 매치 포인트를 잡아내 승리를 이끈 수훈갑이 됐다. 국내 언론 등은 한국 여자배구의 승리를 전하면서 김연경의 활약을 단연 비중 있게 다뤘다. 국내 포털사이트는 일본전과 터키전에서 이긴 날 ‘기적의 김연경’,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등의 기사를 상단에 올렸다.

일본 현지 언론들도 일본전에서 대활약을 한 김연경 뉴스를 슈퍼스타로 소개하며 주요 기사로 다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김연경은 마치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배구팀이 받았던 ‘동양의 마녀’라는 찬사를 한 몸으로 누리는 느낌이다. 당시 키가 작은 일본 선수들에 비해 김연경은 192cm의 장신으로 이미 세계적인 스타로 인정받은 것이 다르지만 말이다. 김연경은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배구를 시작해 일본을 거쳐 유럽무대인 터키까지 진출하며 이미 슈퍼스타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 이번 도쿄올림픽이 올림픽 마지막 무대가 될 김연경이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우며 한국여자배구의 숙원인 46년 만의 메달 획득을 가능하게 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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