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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있던 죽음들… 2021년은 살리는 해가 되길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단상] 막을 수 있던 죽음들… 2021년은 살리는 해가 되길

[웨스트포인트(미 뉴욕주)=AP/뉴시스]마스크를 쓴 육사 생도들 사이에서 혼자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의 미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 육사와 해사 간 미식축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웨스트포인트(미 뉴욕주)=AP/뉴시스]마스크를 쓴 육사 생도들 사이에서 혼자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의 미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 육사와 해사 간 미식축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번지고 있다는 기사를 작성할 때만 해도 재난의 수준을 가늠하지 못했다. 이후 두 달여 만에 남극을 제외한 세계 모든 대륙에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기자는 10개월 이상을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기사를 썼다.

대게는 각국 보건당국에서 보고한 사망자 공식 기록이었다. 어디서 몇 명이 죽었는지, 희생자들의 유족들은 어떤 말을 했는지, 생전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외신과 SNS 등의 사연들을 보고 쓰다 보니 몇 달간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사망자 수가 적다고 볼 수 있지만 서구와 일부 나라들의 상황은 정말 처참하다. 지난 해 말 그대로 사람이 많이 죽었다. 정말 너무 많이 죽었다.

우리는 알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보고된 사망자 수는 최소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음을. 확진자가 많은 곳에 사는 친구들이나 취재원들은 이미 지인이나 가족을 코로나19로 잃었다. 죽음이 생활이 된 삶을 상상해볼 수 있는가. 이들에겐 현실이다.

무엇보다 ‘막을 수 있던 죽음’은 안타까움이 배로 크다.

마스크를 썼더라면, 음모론을 믿지 않았더라면, 밖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병원에 치료비를 지불할 수 있는 형편이 됐더라면, 지도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좀 더 빠른 조치를 취했다면, 유명인들이 정치가 아닌 과학을 인정했다면 막을 수 있던 죽음 말이다.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8월 4일 호다 킨노(11)를 숙부 무스타파가 올려 들어 대피시키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 출신인 킨노 가족은 폭발로 초토화됐다. (출처: 뉴시스/AP)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8월 4일 호다 킨노(11)를 숙부 무스타파가 올려 들어 대피시키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 출신인 킨노 가족은 폭발로 초토화됐다. (출처: 뉴시스/AP)

이뿐만이 아니다.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도 폭발물을 옮기라는 세관장의 수차례 경고를 무시한 인재였으며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도 대유행 기간 전쟁을 벌여 아이를 포함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을 당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에서는 1년 내내 공습이 벌어지는데, 피해를 입는 것은 공격을 지시한 지도자가 아닌 무고한 민간인들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죽음은 막을 수 없었을까. 모든 자연재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든 재해는 ‘폭염’이다. 언뜻 생각해봐도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폭염은 무관하지 않다.

누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 조차 알 수 없어 유족들의 한만 쌓여가는 독재 국가들도 있다.

한국도 막을 수 있는 죽음에 있어서 예외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특히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이 늘고 있다. 미래가 창창한 젊은 여성들이 왜 삶을 선택하지 않을까. 특정 연령과 성별의 극단적 선택의 비율이 높아진 데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있다면 좀 더 살아보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한 죽음도 막을 수 있었다. 태안화력의 김용균 노동자와 구의역 김군의 사태에 국민의 분노가 커진 이유는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숙소 논란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 한국의 어업과 농업 등은 노동력을 외국인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한국에 만연한 인종차별이 없었더라면, 도움을 쉽게 구할 창구를 알았다면 이들은 추위 속 세상을 떠났을까.

2020년 2월 11일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정부군 공습으로 사망한 소년의 시신을 응급 구조대가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AP)
2020년 2월 11일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정부군 공습으로 사망한 소년의 시신을 응급 구조대가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AP)

이외에도 분명히 삶을 살아가지만 없는 취급을 당하고 있는 소수자들과 약자들의 막을 수 있던 죽음들이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어느 곳이 가장 취약하고, 죽음에 가까운지.

올해는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 소리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가장 약한 곳부터 주의를 기울이자. 2021년은 ‘살리는 해’가 되기를 마음 깊이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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