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여성들 덮친 ‘화장실 몰카 포비아’… “구멍만 보면 두려워”
사회 노동·인권·여성 이슈in

[이슈in] 여성들 덮친 ‘화장실 몰카 포비아’… “구멍만 보면 두려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의 한 여자화장실 문고리 나사못에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의 한 여자화장실 문고리 나사못에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4

실리콘, 송곳 소지하는 여성들

“구멍 찌르고 실리콘으로 덮어”

“정부 몰카 대책, 실효성 낮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화장실 가면 구멍이 뚫렸는지 안 뚫렸는지부터 확인해요…. 내가 언제 어디서 찍힐지 모르는 세상이잖아요. 어딜 가나 많이 두렵죠.”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내 여자 화장실을 찾은 김승희(가명, 43, 여)씨는 화장실 문고리 근처에 막힌 구멍들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화장실 문고리 근처에는 테이프, 휴지, 스티커 등으로 이미 막혀 있는 구멍이 곳곳에 보였다.

김씨는 “최근 몰래카메라가 여자 화장실에 많이 설치된단 얘기를 듣고 그 뒤로 여자 화장실을 사용할 때 구멍의 유무부터 확인하는 게 버릇이 됐다”며 “없던 구멍 공포증까지 생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공중화장실 몰래카메라(몰카) 피해가 급증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화장실 구멍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내가 찍히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공포다.

여성들은 ‘화장실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송곳, 실리콘, 스티커 등 나름의 ‘무기’를 갖고 다니고 있다. 화장실 내 벽이나 문틈에 있는 의심스러운 구멍이 있으면 송곳으로 찔러보고 그 위를 실리콘으로 덮는 것이다. 이날 기자가 만난 김지은(가명, 20대, 여)씨도 “하루는 집 근처 공원 화장실에 갔는데 혐오감이 들 정도로 구멍이 너무 많아 놀랐다”며 “이후로 인터넷을 보고 구멍 대비책으로 송곳과 실리콘을 항시 들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부터 송곳과 실리콘이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 돼버렸다”며 “언제까지 여성들이 이렇게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의 한 여자화장실 선반 밑 구멍이 스티커와 휴지 등으로 막혀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의 한 여자화장실 선반 밑 구멍이 스티커와 휴지 등으로 막혀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4

실제 몰카 피해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2년 2400건이던 몰카 범죄는 2016년 5185건, 지난해 6470건 등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화장실 몰카’가 전체 통계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초소형 몰카(렌즈 1㎜)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안경, 시계, 스마트폰 등 생활용품에 부착된 몰카부터, 나사형 몰카까지 등장했다. 특히 나사형 몰카는 어디든지 부착 가능한 무선 기기가 많기 때문에 여성들 사이에서는 화장실 몰카의 주범으로도 불리고 있다. 다만 화장실 내 모든 구멍을 몰카와 연관 짓는 건 어렵다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몰카탐지업계인 서연시큐리티 손해영 보안팀장은 “패널로 만들어진 조립식 화장실에는 30분 이내로 몰카 설치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지하철 화장실 같은 경우 딱딱한 벽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몰카 설치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중화장실의 경우 휴지걸이나 쓰레기통에 구멍을 내서 몰카를 설치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더 많다”며 “요즘엔 담배나 라이터, 테이크 아웃 커피잔 모양의 변형카메라를 화장실 내부에 두고 가는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고 했다.

나사형 몰래카메라. (출처: 유튜브 캡쳐)
나사형 몰래카메라. (출처: 유튜브 캡쳐)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15일 ‘화장실 불법촬영 범죄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50억원을 투입해 공중화장실 5만여곳의 몰카 설치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전국 사이버 성폭력 수사팀과 경찰서 사이버팀을 최대한 동원해 집중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변형카메라에 대한 등록제도 도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사실상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몰카는 공중화장실보다 개인 사업장에 더 많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공공장소를 중심 대상으로 하는 이번 대책은 실효성이 낮다”면서 “몰카가 유통되는 산업구조부터 해체해야 몰카 범죄가 근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