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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
오피니언 칼럼

[IT 이야기] 에테르

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그동안 ‘IT이야기’라는 주제로 여러 인물, 기술, 동향 등을 소개해 오면서, 본 칼럼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은 IT의 근간이 수학·물리학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은 ‘에테르(aether 혹은 ether)’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데, 어디서 들어본 듯한, 어느 정도는 익숙한 본 용어는 “알코올 분자에서 물이 떨어져 나가 생기는 산화물로 주로 마취제에 쓰이는 물질”을 뜻하는 화학분야 용어로 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본 용어는 현대물리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물리적 관점에서의 정의는 ‘빛의 파동설의 부산물로 파동이 진행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매질 중 광파동의 매질’을 의미한다. 당초 에테르의 개념은 빛의 본질이 파동인가 혹은 입자인가에 대한 논쟁에서 비롯됐는데, 빛이 파동이라는 주장을 했던 과학자들은 파동인 빛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달하려면 이를 전달하는 어떤 매개물 혹은 매질(medium)이 필요하며 이러한 물질을 ‘에테르’라 정의했던 것이다.

‘전자기파’ 이론을 정립한 영국의 과학자 맥스웰은 벌집군 모양의 소용돌이관으로 이루어진 에테르가 회전하면서 전기입자의 흐름을 전달하며 이에 따라 전류가 흐른다는 전자기 유도이론을 제시했다. 본 이론을 바탕으로 그는 전자기 매질 속에서 횡으로 퍼져나가는 전기흐름의 크기를 계산해냈고 이를 통해 빛과 전자기파가 동일하다는 결과도 얻어냈다. ‘에테르’에 대한 이론이, 그리고 그를 증명하기 위한 가정이 광학과 전자기학의 통합으로 이루어지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 왔던 것이다. 훗날 ‘에테르’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했던 여러 물리적 실험들에서 오히려 ‘에테르’의 존재가 부정되는, 즉 ‘에테르’가 있어야만 설명이 가능한 여러 현상들이 그에 반하는 실험결과를 가져오자, ‘에테르’의 존재를 주장했던 과학자들에게는 아쉽지만 본 물질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여하튼 이로써 ‘에테르’의 물리학적 논란은 종식됐는데, 비록 실험적 검증에서는 부정됐지만 ‘에테르’ 이론이 가져온 물리학 발전의 모멘텀까지 부인할 수는 없게 됐다. 즉 어떤 신호나 힘의 전달을 위해서는 이를 위한 특정 물질이 필요하다고 가정한 것은 우리 주변의 현상들이 설명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었다.

두 사용자 간 인터넷 통신이 이루어지기 위한 전달매체는 양측 컴퓨터를 잇는 LAN, 광케이블이다. 보내고자 하는 정보는 컴퓨터에서 문자 혹은 영상화되어 특정문자의 형식에 따라 양측에 이미 약속된 전자기파의 형태로 바꾸어져 LAN과 광케이블을 통해 신호가 전송된다. 마찬가지로 옆 사람과 의사소통을 위해 소리를 만들려면, 혀와 목젖을 이용해 음을 생성하고 주변의 공기는 음파의 종류에 따라, 마치 접시가 깨지면 깨지는 부위부터 서서히 바깥쪽으로 원 형태로 퍼져 나가는 탄성파와 같은 모양으로 공기가 움직여 그 움직임이 고막에 전달되면 고막은 그 형태를 파악해 음을 이해한다. 광케이블, 공기라는 매체를 통해 상대방에게 의사전달이나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정보의 교류에 있어서 매질(medium)의 역할은 수신신호를 그대로 충실하게, 왜곡 없이, 최대한 먼 지점까지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며, 이러한 좋은 성능의 매체를 발견하거나 개발하는 것은 현대물리학이나 IT산업의 또 다른 주요한 연구과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에서 비리 기사를 축소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해당 기사의 검색 배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즉, 검색창에서 잘 보이지 않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위치에 해당 기사를 배치한 사건- 실제 사측에서 이를 확인하고 사과를 한 사례가 있었다. 주요 IT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태는 새로운 형태의 왜곡이며, 매체의 횡포라고 질타했으며, 필자 또한 다른 형태의 여론조작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매체라는 가정에서 놀라운 과학적 성과를 이룬 바 있다.

인간이 부여받은 소중한 자연으로부터의 매체는 만들어지는 모든 정보를 순수하게 정확히 전달하고 있으며, 언론을 뜻하는 ‘미디어’는 매체, 매질을 뜻하는 ‘medium’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인간은 순수해야 할 매체의 역할을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정보를 왜곡해 전달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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