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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에
오피니언 칼럼

[IT 이야기] 푸리에

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IT 분야 특히 통신 분야 전공자들에게 ‘푸리에’라는 명사는 공포의 대명사였다. ‘푸리에 분석’ ‘푸리에 급수’ ‘푸리에 변환’ 등 프랑스 수학자 푸리에(Joseph Baron Fourier; 1768~1830)가 발표한 이들 수학적 해석 방법은 분명 통신역사에 큰 기여를 했으나 손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수식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푸리에 분석(Fourier analysis)은 신호를 수학의 sine(사인), co-sine(코사인)과 같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는 정현파로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분석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방법인 복잡한 주기신호를 일련의 간단한 정현파로 바꾸어 주어 주기적 신호를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푸리에 급수(Fourier Series)와 두 번째 방법인 시간영역 신호를 주파수영역 신호로 바꾸어 주어비 주기적 신호 분석이 가능토록 한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 등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통신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얘기가 될 수 있으나, 달리 표현하면 어떠한 화학적 성분이 결합해 특정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것인가를 분석해서 알아내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푸리에 분석의 핵심은 임의의 입력신호를 다양한 주파수를 갖는 일정 주기함수들의 합산체로 이해하고, 따라서 특정신호는 여러 개의 주기함수들로 분리할 수 있다는 개념인 것이다. 어떤 신호가 겉으로는 매우 복잡해 보이는 듯해도 실상은 여러 개의 규칙적 주기함수들의 총합체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은 현대 통신 분야에서 음성, 데이터 신호처리, 영상 신호처리 등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이를 통해 매우 다양한 응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봉사의 아들로 태어난 푸리에는 어려서부터 수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매우 큰 재능을 나타내었다. 1795년 자신이 재학했던 지방 사립학교의 수학교사로 재직했던 푸리에는 같은 해 에콜 폴리테크가 설립된 후 해당 학교의 교수요원이 되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본격적인 수학교수를 시작했으며, 아울러 동료 수학자들과의 친분도 넓히는 계기를 가지게 된다. 이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 동반해 경험을 쌓았고, 귀국 후 이집트 역사연구에 몰두했으며, 방대한 양의 이집트 자료들을 발행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 문명 및 그들의 고대 수학에 심취한 푸리에는 파리 통계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본격적으로 학문연구에 몰두했으며, 자신이 오래 전부터 시도해 온 ‘열분석 이론’에 대한 연구를 약 6년간에 걸쳐 1822년에 완성했다. 본 연구는 2차원 평면물체의 경계점 및 평면 내 특정 지점에서 온도가 주어질 때, 앞서 언급한 사인과 코사인으로 된 푸리에급수로 열전도판의 온도를 알아내려 한 것으로, 당시엔 새로운 사고를 통한 실험적 도전으로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푸리에는 열전도적인 차원에서만 분석했지만 본 푸리에 급수·변환 방법을 통해서 복잡한 주파수의 파동을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으며, 빛, 소리, 진동, 열전도 등 파장으로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많은 현상들을 논리적 수식으로 표현하는 결정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본 연구가 한창 진행되던 기간인 1817년, 푸리에는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선출됐는데, 이는 그의 수학자로서의 업적에 기인하기보다는 이집트 문명 연구업적에 기인했으며, 실제 수학의 역사 특히 해석학 분야에 기여한 이와 같은 그의 엄청난 업적은 생전에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비록 파스칼, 데카르트 등과 같이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수학자로서의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푸리에는 실제 현대 디지털 통신 분야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통신, 수리물리 등이 학문으로 존재하는 한 영원히 그 이름을 남기는 어쩌면 그들보다 더 전문화된 위대한 인물로서 기억될 것이다.

이 같은 푸리에의 수학적 사고의 완성은 천부적 자질과 인문학적 경험의 축적에 기인했으며, ‘왜(why)’라는 단어를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와 ‘장기적 안목’을 지닌 유럽의 학문적 배경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르네상스를 넘어 현대 과학기술 대부분의 근간을 제공한 유럽 기초학문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학문적 성장에도 큰 기여를 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는 공무원, 전문직 등 오직 안정적 직업에 대한 갈구로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상상과 도전이 사라진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과연 제2의 푸리에, 라브와지에 등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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