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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죽음 내몬 ‘사이버렉카’… 도 넘는데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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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n] 두 사람 죽음 내몬 ‘사이버렉카’… 도 넘는데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

사이버 불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이버 불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악플·허위영상에 극단적 선택

유튜버 처벌 청원 20만 돌파

유튜버 “최초 모함자 아냐”

유튜브는 ‘나몰라라’ 방치만

예방 법안 2년째 국회 계류

명예 훼손에도 처벌 미비

[천지일보=안채린 기자] 최근 유명인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그 배경으로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과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가 지목되면서 도를 넘은 악플과 사이버 렉카들을 향한 처벌 및 법적 규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 렉카는 교통사고 현장에 잽싸게 달려가는 렉카(Wrecker, 견인차)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는 이들을 말한다. 최근에는 사이버 렉카 영상에 제작자의 근거 없는 생각이나 루머까지 더해져 유포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마녀사냥 나선 ‘사이버렉카’… 비난 봇물

지난 4일과 5일 연이어 BJ잼미(본명 조장미, 27)와 배구선수 김인혁(남, 27)이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김씨는 ‘화장한 것 같다’는 이유로, 조씨는 ‘남성 혐오’ 제스처를 취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들이 악플, 허위 동영상 등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이 알려지면서 사이버 불링, 사이버 렉카 문제가 재조명됐다.

김씨는 오랜 기간 외모 비하 등의 악플에 시달리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플 이제 그만해주세요. 버티기 힘들어요”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며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또한 앞서 조씨의 삼촌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5일 트위치(Twitch, 개인 인터넷 방송 플랫폼) 게시판에 “장미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수많은 악플들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었고, 그것이 원인이 됐다”고 알렸다.

구체적으로 조씨는 지난 2019년 방송 중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여러 사이버 렉카 유튜버가 의혹을 제기하는 영상을 올렸다. 조씨의 두 차례 사과에도 일부 커뮤니티에서 관련 악성 댓글이 쏟아지면서 조씨는 2020년 5월 결국 방송을 중단했다. 당시 조씨는 악플과 관련 영상들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약을 복용 중이며, 조씨의 어머니도 이들을 향한 악플에 시달리다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조씨의 사망 소식에 그간 조씨를 공격해 온 유튜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중 구독자 120만명에 달하는 유튜버 ‘뻑가’는 대표적인 사이버 렉카 유튜버로 지목된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모녀살인범 유튜버사망사건) 가해자 유튜버랑 에****, 디***** 강력처벌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뻑가의 처벌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글은 18일 기준 21만 8000명가량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가 답변해야 하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해당 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등 공론화되자 뻑가는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잼미라는 스트리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충격이었다. 사실 이 영상을 찍으면서도 굉장히 떨린다”며 “제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 늦었지만 이렇게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뻑가는 “잼미를 모함한 최초의 당사자가 아니다. 잼미 관련 이슈를 뒤늦게 정리한 것뿐”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제 책임이 없는 것이 절대 아니다. 조회수와 채널 성장에 눈이 멀어 인터넷을 며칠간 시끄럽게 했던 그 논란의 태풍 속에 휩쓸려서 저 또한 이슈 유튜버로서 영상을 만들게 됐고 잘못이 있다고 본다. 과도한 비꼬기와 억측으로 인해 피해 받았을 잼미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뻑가가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며 분노를 표했다. 해당 영상에 댓글을 남긴 네티즌들은 “역시 다 보고 나니 사죄 영상이 아니고 변명 영상이네” “11분 동안 아주 그냥 변명만 하는구나. 들어줄 가치조차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자는 영상에 호의적 반응을 보이는 댓글을 확인하기 위해 몇백개의 댓글을 찾아봤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가짜뉴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짜뉴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처벌·대책 미비… “미디어 리터러시” 강조

제작자의 생각과 의도가 들어간 사이버 렉카는 가짜뉴스 재생산을 넘어 악플과 루머로 인한 당사자의 정신적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미비한 실정이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허위 사실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시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혐의로 첫 고소부터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벌금액마저도 크지 않아 사실상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이 유튜버들의 입장이다.

이번 ‘BJ잼미 사건’ 등과 관련해 해당 사이버 렉카 영상을 방치한 ‘유튜브(YouTube)’의 책임도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현행법상 유튜브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방송법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후 불법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삭제·접속차단 등의 시정요구를 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뚜렷하다. 유튜브는 국내법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을 따르는데 해외 사업자는 시정요구를 받더라도 사측 자체 내 가이드라인을 따라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아도 돼 완전한 규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이버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인 사이버 불링도 유명인들에서 일반인들로 그 피해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스토킹 사건 발생 수는 2019년 1만 6658건에서 2020년 1만 9433건으로 1년 사이 16.7% 증가했다.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서도 성인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65.8%로 과반이 경험한 바 있다고 응답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 이용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난 최근 몇 년간 사이버 불링과 사이버 렉카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해 이용자들의 미디어 속 혐오 표현 남발을 제재하려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실효성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경남 진주시갑)은 지난 2020년 10월 ‘인터넷 준실명제(본인 확인을 거친 아이디, IP주소를 공개)’를 골자로 하는 ‘설리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비례)도 온라인 차별·혐오 표현으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경우 이렇게 만든 사람에 대해 자살방조죄와 비슷하게 처벌하자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며 2020년 발의된 이후 2년간 상임위인 정보통신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사건과 같은 사이버 폭력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 적용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 속 여러 형태의 메시지를 분석·평가·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 제정을 계속해오고 있고 이를 통해 운영하는 사업자들에게도 여러 가지 페널티를 주려고 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용자 곧 사람의 문제”라며 “아무리 완벽한 법을 만들어도 사이버 공간상 사람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도 추적할 수도 없다. 때문에 끊임 없이 인터넷 이용자들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자율적인 정화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법은 없다고 본다”며 “법률적으로도 계속해서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과 더불어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교육을 밟는 청소년부터 성인들까지 다양하게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알려주고 계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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