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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보다 바깥이 더 시원해” 폭염에 그늘 찾아다니는 쪽방촌 주민들
사회 사회일반

[현장] “방보다 바깥이 더 시원해” 폭염에 그늘 찾아다니는 쪽방촌 주민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골목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6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골목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6

서울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 만나보니

“선풍기 켜도 더워… 낮에는 불도 못 켜”

[천지일보=임혜지, 이예진 기자] “낮에는 거의 밖에서 생활하지. 너무 더우니까 그늘이나 시원한데 찾아다니는 거지…. 무더위 쉼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 곳이 없어.”

폭염경보가 내려진 1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내 작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속칭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성(가명, 40대, 남)씨는 이같이 말하며 그늘에 앉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았다. 그의 손에는 더위를 식혀줄 ‘작은 부채’와 쪽방상담소에서 나눠준 500㎖ ‘얼음물’이 들려있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른 이날 오후 1시, 인사동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 들어서자 그늘 밑에 앉아있거나 의자에 앉아있는 10여명 남짓의 주민들이 보였다.

골목 옆으로 보이는 집들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지만, 집안은 캄캄했다. 오직 집안에 누워있는 사람 형체만이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한 주민은 이에 대해 “불을 키면 집이 금세 뜨거워진다”며 “일부러 꺼 놓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좁디좁은 방보다 오히려 바깥이 더 시원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날 기자가 방문한 김선화(가명, 60, 여)씨의 집은 더운 열기 때문에 불한증막을 방불케 했다. 통풍이 가능한 곳이라고는 방문과 작은 창문뿐이었다. 약 1평 남짓으로 보이는 그의 방은 짐과 선반으로 인해 선풍기를 놓을 마땅한 공간도 없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한 집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6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한 집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6

그는 “여름에는 집에서 거의 생활하지 않고 있다”며 “새벽에 들어와서 잠깐 눈만 붙이고 바로 나간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들어가서 잔다 하더라도 더위 때문에 숨이 차서 얼마 못 있다 나온다”며 “그냥 온종일 시원한데만 찾아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골목에 거주하고 있는 유옥화(가명, 70대, 여)씨의 집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유씨의 집안은 불을 켰는데도 빛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고 집 내부는 습기로 눅눅했다. 선풍기를 틀어놓았지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최근 너무 더워서 잠을 잘 때도 방문을 열어놓고 생활한다고 했다.

유씨는 “날이 너무 더워서 입맛도 없어서 밥도 잘 못먹고 있다”며 “집이 너무 더워서 낮에는 주로 쉼터에 있는다. 가서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고 거의 모든 생활을 그곳에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우면 옷이라도 껴입겠는데 더운 건 도무지 못 참겠다”며 “앞으로 남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평 남짓한 방에서 3년째 남편과 살고 있다는 김순덕(가명, 60대, 여)씨는 방에 냉장고가 없어서 반찬을 해놓으면 금세 쉰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더운 날씨엔 반찬을 해도 냉장고가 없으니 하루만 지나도 다 쉬어버린다”며 “거의 매일 간장에 밥을 비벼먹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에 가면 주는 만원, 이만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살다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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