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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선 누가, 어떤 일을 할까?… 청소년 공연예술 진로직업체험
문화 공연·전시

[르포] 극장에선 누가, 어떤 일을 할까?… 청소년 공연예술 진로직업체험

▲ 학생들이 분장실과 무대, 조명·음향실을 탐방하는 모습. (제공: 극단 불꽃)

실제 극단관계자 만나 직업 이해
“꿈 없어요” “아직 못 정했어요”
장래 관해 나누며 생각할 수 있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획일화된 교육제도를 받은 학생들이 연극을 보러 극장에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학로에 다른 극장과 달리 유난히 청소년들이 자주 드나드는 극장이 있다. 바로 2007년부터 순수 창작공연을 하는 극단 불꽃의 ‘연극 배고파9탄-사랑하고 싶다’ ‘모놀로그-아이(i)’의 공연장 연진아트홀이다.

지난 22일 천일중학교 1학년 16명의 학생이 2명의 선생님과 함께 서울시 종로구 연진아트홀을 찾았다. 교육부에서 시행 중인 자유학기제에 따라 청소년 진로직업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극단 불꽃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학생배움터(서울시교육청-2014-진로체험-0619)로 선정돼 자유학기 활동 중 진로 탐색 활동 및 예술, 체육 활동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공연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많음에도 진로상담사가 공연예술 관련 진로 상담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실제 공연문화 관련 직업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직업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극단 불꽃 측의 설명이다.

“극장에서는 누가, 어떤 일을 할까요? 그래요. 배우와 조명감독, 음향감독, 작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하죠. 우리 극단의 하루 일과를 말해줄게요. 아침에 출근해서 온라인 홍보를 해요. 언론사에 홍보 메일을 보내고, 네이버 지식인에 댓글도 달아요. 오후엔 극장 청소하고, 무대나 조명, 공연 도중 소비되는 일회성 소모품을 점검합니다.”

관객석 앞 두 줄에 나란히 앉은 학생들은 극단 불꽃 이양우 대표의 설명을 차분히 들었다. 이어 어두운 무대에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켜졌다. 키가 150㎝ 정도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쭈뼛쭈뼛 무대 위로 올랐다. 강한 조명이 낯선지 비스듬하게 선 여학생은 근방에 있는 사람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제 이름은 김미희고요. 꿈은 작가입니다”라고 말했다.

16명의 남녀 학생들이 차례로 나가 무대 위에 서서 자신의 꿈을 말했다. 가수와 작가 등의 꿈이 나왔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꿈이 없어요” “꿈을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라고 고백했다. 요즘같이 꿈을 말할 기회가 없는 시대에 무대에 서 본 것은 학생들에겐 자신의 꿈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학생들이 분장실과 무대, 조명·음향실을 탐방하는 모습. (제공: 극단 불꽃)

이후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나눠 무대와 무대 뒤, 분장실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대에 설치된 야광 테이프를 본 학생들은 “신기하다. 이걸 어떻게 알아보지”라며 놀라워했다. 무대 곳곳에 보물처럼 몰래 숨겨둔 세트 장치를 본 아이들은 직접 세트를 움직이며 재밌어했다.

“와, 여기 진짜 예뻐요.”

여학생들의 감탄사가 절로 나온 곳은 분장실이었다. 이들은 환한 조명을 받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봤다.

“이곳은 배우들이 직접 분장하는 곳이에요. 자신이 사용하는 소모품을 이곳에 두기도 하죠. 분장은 일반인이 하는 화장보다 더 진하게 하는 게 특징이에요. 무대에 서서 강한 조명을 받으면 분장이 30% 정도 날아가기 때문에 더 진하게 하죠.”

학생들은 분장실에 놓인 화장품과 옷, 조명을 구경하고 무대 뒤 조명·음향실로 이동했다. 세사람이 앉으면 꽉 차는 조명·음향실에서 학생들은 믹서를 이용해 직접 조명과 음향을 구성해봤다.

“저는 처음에 공부하기 싫어서 연극을 시작했어요. 공부하기 싫어서 시작했는데 누구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더라고요. 시인 역을 맡으면 시인을 찾아가서 대뜸 ‘시인이 뭡니까?’라고 묻고, 의사 역을 맡으면 의학용어로 된 대사 두줄을 이해하기 위해 의학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설명을 듣기도 했어요.”

▲ 학생들이 분장실과 무대, 조명·음향실을 탐방하는 모습. (제공: 극단 불꽃)

이 대표가 자신의 16년 배우 생활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설명을 이어가자 아이들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른 어떤 체험시간보다 학생들이 집중했다. 어쩌면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인생 선배들의 진심어린 조언이었는지 모른다.

이날 진로체험을 한 조수아(14)양은 “오늘 처음 극장에 와서 무대에 서봤는데 정말 신기했다”며 “극장에 온 것도 처음, 무대에 서본 것도 처음이어서 뭐든지 놀라웠다.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김진아(36, 여) 선생님은 “아이들이 요새 꿈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 수업 외의 일을 체험하는 것은 꿈이 없는 친구들에게 하나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아이들이 꿈을 찾아가는데 폭넓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에 창단한 극단 불꽃은 창작작품을 위주로 현재까지 공연하고 있다. 또 재능기부 형식으로 신체질환을 앓는 사람, 심리적 장애가 있는 사람, 위기에 처한 사람, 성숙하고자 하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연극 치료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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