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반(反) 금융자본 집회’에 참여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의 99%가 미국의 99%에게’ 서한문 배포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전 세계적으로 ‘반(反) 금융자본 집회’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서도 한국판 ‘반 월가 시위’가 열렸다.

금융소비자협회와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300여 명은 15일 오후 2시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위를 시작했다.

이날 집회는 월가 시위 ‘국제 공동행동의 날’에 따른 것으로 전 세계 80여 개국 9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집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여의도를 점령하라” “투쟁” 등을 구호로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특히 이들 단체는 ‘한국의 99%가 미국의 99%’에게라는 제목의 영어와 한국어가 적힌 서한문을 배포했다.

서한문에는 “우리는 한국 증권거래소가 위치한 여의도를 점령한 한국의 99%”라며 “미국의 보통 사람들이 인구의 1%에 불과한 금융 부자들의 불룩한 배를 더 불려주기 위해 살던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직장을 잃고 은행의 터무니없는 횡포에 갈수록 빚더미에 앉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도 한국의 보통 사람들도 전혀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범죄를 저지른 금융가들은 감옥으로 가야하고 부정한 이익을 거둔 금융가들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시민단체 회원을 비롯해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와 키코(KIKO) 피해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도 참여했다. 외국인들도 다수 참여해 함께 시위를 벌였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장은 “힘없는 서민으로 태어난 게 억울해 눈물이 난다”며 “정부가 서민 돈을 빼앗아 갔는데 사람들은 왜 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진보신당 회원이라고 밝힌 김모(44, 여) 씨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금융자본의 폐해가 누적돼 있는데 그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서민 피해자만 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문제점이 제대로 알려지고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회가 열리는 동안 금융감독원 주위에는 시민들이 몰려 시위를 지켜보기도 했다.

오기환(54, 남, 부천시 원미구 상동) 씨는 “기득권 1%를 위해 99%의 희생이 있게 하는 게 한국 정치·경제의 문제”라며 “이는 우리 삶의 본질을 무너뜨린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들 단체를 비롯한 4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는 이날 오후 6시 서울광장에 집결해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를 구호로 내걸고 1박2일 일정으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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