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진실이 북한 형제들을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봐요?”
거듭된 살해 위협도 끝내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마터면 ‘독침 테러’로 세상을 뜰 뻔했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12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대 세습 독재정권이 2300만 북한 주민에게 항복하는 날까지 대북전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를 암살하려고 했던 탈북자 안모(54) 씨는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요원으로부터 “북한 내 가족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협박을 받고 박 대표를 노렸다가, 사전에 적발돼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달 3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신논현역 3번 출구에 박 대표를 불러내 독침으로 살해하려 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우리 당 창건일에 반공화국 삐라를 살포하는 것은 공공연한 전쟁 행위”라며 박 대표에게 큰 적개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표가 북한 당국의 ‘제거 대상 1순위’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몇 년 전에 평양 김일성 광장에 대북전단이 떨어졌다는 보도가 있었죠. 그때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또 한 번은 ‘김정일 독재 타도’라는 표어를 건 애드벌룬을 띄었는데 그게 북한 최대제철소인 황해제철소 정문에 떡하니 걸렸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대북 전단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죠. 요즘엔 다 참아도 대북전단만은 못 참겠다는 말도 한다더군요.”

박 대표는 “꾸준히 보낸 덕에 이제 대다수 북한 주민이 대북전단을 ‘탈북자가 보내는 소식’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보내는 물건에는 전단 외에도 라디오, DVD, 1달러짜리 지폐 등이 포함돼 있다. 라디오는 담뱃갑보다 작은 크기로 이어폰도 동봉돼 있어 몰래 남한 방송을 듣는 데 용이하다. 탈북자 대다수가 당국이 주파수를 차단하지 못한 남한 방송을 듣고 진실을 깨달았다고 말할 정도로 라디오의 효과는 절대적이다. DVD에는 천안함·연평도 피격에 대한 내용과 김정일 독재정권의 실상이 담겨있다.

그런데 1달러는 왜 보내는 걸까?

“1달러는 장마당에서 북한 돈 3500~3600원쯤으로 거래됩니다. 상당히 큰돈이죠. 북한 주민은 1달러를 금가락지나 금귀고리처럼 아주 귀하게 여깁니다. 일부 젊은 층에서는 2만 원까지 거래된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한 번에 500~1000장 정도 보내는데, 주민 사이에서 ‘달러가 날라온다’는 소문이 나면서 큰 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돈을 주우면 엄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오히려 대북 전단이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된 거죠.”

숱한 고난과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대북전단을 보내는 그에겐 뚜렷한 철학이 있었다.

“북한 주민에게도 ‘알권리’가 있습니다. 비록 기아에 허덕이고 모든 행복추구권을 빼앗겼어도 최소한 진실을 알권리는 그들에게 남아 있습니다. ‘김정일 독재 정권을 쓰러뜨리겠다’는 당찬 포부 같은 건 없습니다. 단지 거기에 살다 나온 사람으로서 뭐가 사실이고 진실인지를 알려주고 싶어요. ‘진실(진리)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성경 구절도 있잖아요. 이런 작은 진실을 알려주는 게 제 사명이자 의무입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