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환경·전통문화·생태계 파괴… 금정산 북쪽 외곽 우회 방안 제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도로공사와 부산광역시가 추진 중인 금정산 관통하는 터널(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계획을 놓고 부산 범어사가 즉각적인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범어사 대책위원회(간사장 범산)는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는 금정터널 계획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문화, 생태계를 무참하게 파괴하는 사업으로 이에 따른 모든 계획을 폐기하고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도로공사와 부산광역시는 금정산과 범어사 경내지 7.42km를 통과하는 폭 50m의 4차선 양방향 쌍굴 터널공사를 11월 착공한다.

대책위는 “금정산에는 범어사와 2곳의 보호 늪, 14군데의 약수터, 2300여 종의 수목과 600여 마리의 포유동물 등 역사, 문화, 생태계가 하나로 어울려 살아가는 부산지역 생태계의 보고”라고 말했다.

이어 대책위는 “터널은 범어사 대웅전과 1.2km, 내원암, 청련암과 불과 800m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범어사 소유 지반 밑으로 관통하는 사업”이라면서 “공사가 시작되면 발파 작업 등으로 금정산 생태계 파괴는 물론 수행환경 훼손이 불 보듯 뻔하다”고 사업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대책위는 “이번 도로건설이 인근 함양~울산 고속도로와 만덕~센텀 도시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통행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성도 떨어진다”며 교통영향평가의 재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간사 무관스님은 “금정산은 개발의 광풍으로 이미 많은 상처를 안고 있는데도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부산외곽순환도로 건설을 추진하면서 금정산을 관통하는 초대형 쌍굴터널 노선을 확정했다”며 정부의 무리한 사업 추진을 비판했다.

이날 대책위는 “산을 관통하지 않고 노선을 금정산 북쪽 외곽으로 우회하는 방안도 있다. 이 방법을 간구하면 더 많은 교통량을 수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금정터널사업의 대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도로공사 측은 “설계단계인 2009년도부터 사찰과 이번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논의했다”며 “사찰에서 반대 입장을 담은 공문을 몇 차례 보내와 관련 도로구간을 범어사에서 1.25km 우회하기로 했다. 또한 범어사 소유 지반 지하 670m를 관통하도록 수정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범어사 대책위는 이번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말사 200여 곳에서 초하루 환경법회를 봉행하고 현장 농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부산시장과 도로공사 사장, 지역 국회의원을 차례로 항의 방문 및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한 반대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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