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지난 두 번의 TV 토론을 지켜보면서 박원순 후보의 생각을 알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각종 매체에서 학력에 대한 기록을 보면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 사회자의 질문에 “서울대 사회계열이든 법대든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자신은 “정치학․법학을 전공한 것이고 서울대를 나온 것은 틀림없는 일이고 별로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단국대를 다닌 것은 사실이고 입학은 서울대학교 사회계열이라고 말했다.

학력을 두고 따질 이유는 없다. 박원순 후보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수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사정으로 인하여 단국대학교를 졸업한 것이다. 대학원 과정은 우리 사회에서는 학력으로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에 사실관계만 말해주면 이해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본인이 학력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답변에 대해서 국민은 쉽게 동의할 수 없다. 공직자의 학력표기는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별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안이한 편의주의 발상을 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게 느껴진다. 학력을 실수든 고의든 잘못 기재해서 아주 곤란한 경우를 당했던 유명인들이 많이 있다. 정확하게 기재하면 박원순 후보는 단국대 법대를 졸업한 것으로 표기되어야 할 것이다.

“‘론스타’라는 부도덕한 기업에 관해서 기부금을 받은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받아서 문제가 없고 나중에 일부를 돌려주었다”고 말한 바 있다. 기업의 기부금에 대해서 일일이 챙겨보지 못한 점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외환은행을 삼키려는 투기자본인 론스타의 돈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 여론이다.

정말 몰라서 받은 돈이라면 사실을 알고 난 후에 즉시 전액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는 5년 만에 돌려주었다. 좋은 일에 쓰는 목적이라면 수단이나 방법에 대해서 편리하게 임의로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는 목적뿐만 아니라 수단에 대해서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실제로 책임지고 일했던 참여연대는 기업의 비리와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견제와 감시를 해온 기관이다. 박원순 후보는 참여연대 시절에는 기업과 각을 세우고 경영문제를 집중부각하기도 하고 부도덕성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아름다운재단의 상임이사로 근무하는 동안에 막대한 기부금을 기업으로부터 받아온 것이 드러났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아름다운 재단의 취지에 동감해서 기부한 돈도 있을 테지만 박원순의 시민운동가로서의 권력에 밉보이지 않으려는 취지로 기부금을 낼 수밖에 없었던 기업도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참여연대의 박원순과 아름다운재단의 박원순의 역할이 이렇게 달라진 원인이 있었는지 궁금하고 이렇게 모금활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돈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행위만 있었다면 비판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의 사업비가 일반적으로 기부금을 사용하는 자선단체와는 다르게 좌파시민단체의 지원에도 쓰였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운재단은 기업들에게 무차별적인 후원금을 모금하여 사업비로 쓰면서 좌파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는 사실은 아름다운재단의 순수성을 의심하기에 족하다고 본다. 이 점에 대해서 아직 정확한 의사표명이 없었으니 박원순 후보의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아무 조건 없이 기부금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는 것을 믿는 국민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기업이 지금까지 이렇게 선행을 해왔다면 우리 기업은 정말 좋은 기업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우리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선행을 베풀고 살았다면 칭송받을 일이다. 박원순 후보는 나름의 양심을 갖고 있는 듯하나 그 양심이 보편적인 양심은 아닌 것 같다. 자기중심적인 확신에 찬 양심으로 본다. 그러니 사과할 것도 없고 잘못되었다고 인정할 것 같지도 않다.

박원순 후보가 그동안 시민운동가로서 언론에 보도된 대로 선하고 좋은 사람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들이 나타나고 있다. 좋은 목적이면 수단과 방법은 별로 중요치 않다는 것을 몇 가지 사례에서 볼 수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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