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조선 시대 중죄인의 처형 장소로 사용됐던 ‘새남터’는 신유박해(辛酉迫害) 이후 많은 천주교도가 순교를 당한 곳이 됐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복수는 나의 것> 등의 각본을 썼던 영화감독 이무영이 새남터를 소재로 펜을 들었다.

책의 주인공은 신앙을 지키려다가 파란만장한 삶의 궤적에 오른 인물이다. 천주를 믿었다는 이유로 양반집 출신에서 새남터의 망나니로 전락한 도금치(최지상)는 아이러니하게도 천주교인들의 목을 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도금치의 소망은 하나. 천주교인들을 고통 없이 보내주는 것이다. 작품은 천주교 탄압이 낳은 역사의 비극성을 조명하며 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신분사회의 모순을 내밀하게 진단한다. 영화감독이 쓴 작품답게 여러 가지 영화기법을 사용해 한 편의 명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전개된다. 망나니로 살아가는 도금치와 지체 높은 양반댁 자제로 살아가는 최지상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교차한다. 신실하게 천주를 영접했던 지상의 집안은 포도청에 발각이 된 이후 풍비박산이 난다. 지상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모진 고문 끝에 죽음을 당하고 아버지마저 목을 잘린 뒤 지상은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천한 신분으로 전락한다. ‘천주를 다시는 믿지 않겠다’는 배교를 인정한 후 겨우 목숨을 이어간 그는 친구 재필의 도움으로 천민에서 양인이 된다.

서자 출신이자 세상을 무력으로 바꾸려고 하는 시대의 풍운아 재필은 자신의 세력을 모아 반역을 도모하고, 세상을 변혁시키겠다면서 무자비하게 칼날을 휘두르는 그를 보며 지상은 깊은 갈등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재필의 역모는 결국 사전에 발각이 되고 그를 따르던 형제들은 줄줄이 목을 베이게 된다. 겨우 목숨을 건진 지상은 사랑하는 여인마저 잃고 망나니가 되기로 한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은 재필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자신에게 세례를 준 로베르 신부를 구하기 위해 평양으로 떠나게 되면서 죽은 줄 알았던 재필과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무영 지음 / 휴먼앤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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