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가 추가로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임원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자료’. ⓒ천지일보 2022.6.16
천지일보가 추가로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임원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자료’. ⓒ천지일보 2022.6.16

작년 사용액 3389만원 신고

“축소돼 신고, 실제 1억 넘어”

공단 “자의적 모은 자료일 듯”

임원 정보공개청구 자료 보니

현금 97건 등 9000만원 넘어

 

기관 평균 1200만원과 ‘대비’

공단 “축소·은폐공시 없었다”

법무부 자료엔 수차례 등장

점검결과 ‘기관주의’ 등 처분

“식구 감싸기·솜방망이 조치”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최근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기관장 업무추진비 과다사용’ 논란이 빚어지자 공단 측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으나 본지 취재결과 알려진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3월 공공기관 366곳의 기관장 업무추진비가 지난해 기준 1인당 평균 1200만원으로 확인된 가운데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경우 이에 3배가 넘는 3389만원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당시 신고됐던 금액이 축소된 금액일 뿐 실제 규모는 1억원 이상으로, 공시된 금액의 3~5배에 달한다는 내부고발이 제기됐다. (관련기사: 대한법률구조공단 업무추진비 ‘이사장 쌈짓돈’ 논란… “코로나 시국에 펑펑 써”, 법률구조공단 ‘업무추진비 축소·은폐공시’ 없다는데… 법무부 “은폐·축소”)

본지에 제보한 공단 내부 관계자 A씨에 따르면 공단 전산통계시스템에 입력된 지난해 임원의 업무추진비 사용금액은 1억 5700만원에 달했다. 임원이라고 해봐야 기관장인 이사장(CEO)과 사무총장 2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제기된 의혹들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홍보실장은 “어떤 내부 전산시스템을 이야기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자의적으로 여기저기에 있는 것들을 끌어모아 전부 다 업무추진비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박과 다른 정보공개청구 자료

하지만 본지가 추가로 입수한 ‘임원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까지 8개월간 CEO와 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는 9084만원에 달했다. 기관장 업무추진비 축소·은폐 공시는 사실무근이며 과다사용도 없었다고 정면 반박했던 내용과는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자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단 측이 지난해 7월 말 본지 제보자에게 공개한 자료다.

해당 문건을 보면 이사장 간담회로 쓰인 내역으로 카드가 188건이었으며 현금 사용도 97건에 달했다. 현금 중에는 500만원 상당의 ‘직원격려금’에서부터 ‘유관기관 경조사비’까지 빼곡히 나열돼 있다. 정부 예산·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사용할 수 없고 법령에 근거하지 않는 현금지출은 제한을 받는다.

천지일보가 추가로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임원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자료’ 요약. ⓒ천지일보 2022.6.16
천지일보가 추가로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임원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자료’ 요약. ⓒ천지일보 2022.6.16

지난해만 추려보더라도 임원 업무추진비는 5000만원을 넘겼다. 이는 본지가 입수한 법무부 측의 자료에서 확인된 규모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규모다.

이와 관련 앞서 지난 2020년 9월 기관장에 취임한 김진수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공단 예산을 지인 접대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무부는 지난 2월부터 진상조사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1개월 이상 진상조사를 벌인 끝에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예산유용 의혹 관련 지도점검 결과·조치사항’을 내놨다. 본지가 앞서 입수한 이 문건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 2020년 10월 이후부터 지난해까지의 업무추진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법무부는 공단 내 다른 부서나 간부가 쓰는 업무추진비가 아닌 ‘이사장’이 쓰는 업무추진비를 집중 조사했다. 그중에서도 이사장이 업무추진비를 축소·은폐 공시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벌였으며 ‘법인카드 결제’ 부분에서 본지가 확보한 정보공개청구 자료와 같은 기간을 살펴봤다.

이와 함께 이사장 취임 이후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당 사용집행액’도 매년 단위로 조사했는데 그 금액이 법인카드에 대해서만 2020년 4685만원, 지난해 6599만원에 달했다. 취임 전인 2019년 2908만원에 그쳤던 이사장 업무추진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 문건에 따르면 공단 측이 자료로 제출한 최근 4년간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상에는 총 3개의 법인카드가 사용되고 있었다. 공단 측이 이 중 1개 카드의 집행내역만 외부에 공시하고 나머지 2개의 카드 내역의 경우 외부에 공시하지 않았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외부 공시된 지난해 사용집행액은 1267만원인데 반해 공시하지 않은 한 카드는 4935만원, 나머지 다른 카드도 396만원으로 확인되는 등 비공시 카드 금액이 공시액의 4배 이상에 달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2021년 전도자금 집행내역’. ⓒ천지일보 2022.6.9
본지가 단독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2021년 전도자금 집행내역’. ⓒ천지일보 2022.6.9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장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 이에 지도점검에선 공단 측의 행위를 ‘일부금액만을 이사장이 사용한 것으로 금액을 축소해 공시’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법무부는 이사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축소·은폐’해 정보공개법에 따른 공시의무를 적절히 이행하지 아니했다고 보고 ‘기관주의’ 조치를 취했다.

◆공단 “대부분 내부직원에게 썼다”

특히 현금으로 인출해 보관하다가 외부인사 경조사비 등에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본지가 입수한 ‘2021년 전도자금 집행내역’에 따르면 부서 내부 격려금 70만원부터 내부 간부 추석 격려금 100만원, 그리고 조의금과 축의금 등이 빼곡히 나열돼 있었다. 그 금액만 9월까지 3300만원, 지난해 전체로는 5000만원을 웃돌았다.

국민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다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이른바 ‘3고’ 상황 속에 생계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경제적 약자의 법률복지를 위해 설립된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그것도 기관의 수장이 국민 혈세를 물 쓰듯 쓰는 행동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예산유용 의혹 관련 법무부 지도점검 결과·조치사항’. ⓒ천지일보 2022.6.12
본지가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예산유용 의혹 관련 법무부 지도점검 결과·조치사항’. ⓒ천지일보 2022.6.12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여전히 제기된 의혹들이 일방적인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업무추진비 논란에 대해 “기관장의 업추비 금액은 공단 전체 업추비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기관장이 사용한 금액도 직원격려금·간담회·회비경비 등 내부직원을 위해 대부분 사용됐다”고 답변했다.

또 “기관장은 134곳의 현장을 방문하면서 직원격려금 등 명목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으며 외부인사 대상 지출의 경우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기관장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경조사비가 지출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관행적으로 사용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법률구조공단 홍보실장은 현금처럼 사용한 금액에 대해선 “이것도 사실 관행적으로 해왔던 거라서 지금 사장님도 그냥 그 관행에 따라서 한 것”이라면서 “다른 곳을 방문하거나 할 때 격려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는데 법무부 지적도 있고 해서 이런 부분을 없애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경조사비의 현금지급에 대해서도 “경조사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그런 과정은 이제 없애려고 한다”고 답했다.

한편 논란에 휩싸인 김진수 이사장은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재판을 변호해오다가 2020년 6월 사임한 후 같은해 9월 곧바로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되면서 ‘보은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전경. ⓒ천지일보 2022.6.9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전경. ⓒ천지일보 20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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