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권 순이익 사상 최대 20조 원대 전망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올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의 ‘반(反) 월가 시위’와 같은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은행업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와 은행들이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총순이익은 10조 원에 달하고 3분기 실적도 예상치보다 높다. 17개 증권사의 4~6월 영업이익은 480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86.98% 증가했고 순이익도 107.9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 확대와 주식시장의 ‘큰손’ 고객 우대 전략 등의 영업 전략에 따른 것으로 지적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은행의 잔액기준 예대마진은 2008년 2.62%p, 2009년 2.80%p, 2010년 2.85%p로 계속 늘어났고 올해 들어선 2.90%p를 넘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높여 이자 수익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해 금융권으로 돈이 몰리다보니 소비자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앞으로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비이자수익 비율을 높이고 가계대출에 따른 위험 리스크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협과 수협을 포함한 18개 은행은 상반기까지 10조 원(1분기 4조 5000억 원, 2분기 5조 5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 수준이라면 올해 은행권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 2007년(15조 원)을 넘어서는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은행들은 연말 회계결산 이후 예년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직원에게 월급여의 50~150%를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은행들의 과도한 배당에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결국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의 ‘배당잔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우리 KB 신한 하나 기업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금을 충분히 적립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세계 경제전망이 불투명한데다 금융권의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은행들이 자체적인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권 원장의 지적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반(反) 월가 시위’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이어질 분위기다.

이날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협회에 따르면 협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주축이 돼 금융자본 규탄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하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와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협회는 12일 오후 12시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오는 15일에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백성진 협회 사무국장은 “미국에서 일어난 시위는 금융사와 소비자간 문제가 크지만 한국은 금융사 관료들과 소비자와의 관계가 문제”라며 “앞으로 금융 공공성 회복과 불완전판매 근절, 피해보상과 투기자본·파생상품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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