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전경. ⓒ천지일보 2022.6.9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전경. ⓒ천지일보 2022.6.9

작년 사용액 3389만원 신고

“축소돼 신고, 실제 1억 넘어”

 

공단 “축소·은폐공시 없었다”

법무부, 유용 지도점검 자료엔

‘은폐’ 언급 ‘축소’ 수차례 등장

 

점검결과 ‘기관주의’ 등 처분

“식구 감싸기·솜방망이 조치”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경제적 약자의 법률복지를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인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업무추진비 과다사용’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공단 측이 부인했던 ‘축소·은폐 신고’가 본지 취재결과 실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3월 공공기관 366곳의 기관장 업무추진비가 지난해 기준 1인당 평균 1200만원인 것에 반해 법률구조공단의 경우 3배가 넘는 3389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관련기사: 대한법률구조공단 업무추진비 ‘이사장 쌈짓돈’ 논란… “코로나 시국에 펑펑 써”). 이에 지난해 공공기관장 업무추진비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가장 많이 늘어난 기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에 제보한 공단 내부 관계자 A씨에 따르면 전 직원이 열람 가능한 ‘내부 전산통계시스템’에 입력된 지난해 공단 임원의 업무추진비 사용금액은 3389만원이 아닌 1억 5700만원에 달했다. 그중 사무총장이 사용할 수 있는 범위인 2000만원 정도를 제외하더라도 1억 3700만원에 이른다. 임원이라고 해봐야 기관장(CEO)인 이사장과 사무총장 2명에 불과했다.

A씨가 내부시스템에서 확인한 자료가 사실이라면 이는 지난해 공공기관장 1인당 평균금액인 1200만원의 11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논란에 휩싸인 대한법률구조공단 기관장은 2020년 9월 취임한 김진수 이사장으로 공단 예산을 지인 접대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무부가 지난 2월부터 진상조사를 벌였다. 이후 법무부는 1개월 이상 조사한 끝에 경조사비를 ‘현금’으로 집행한 점 등 형식적인 집행절차 위반에 대해서만 ‘기관주의’와 ‘개선 요구’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법률구조공단 홍보실장은 “은폐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본다. 법무부 조사에서 ‘부적절하게 사용됐다’ 이런 내용은 좀 있던 것 같다만 축소·은폐했다는 표현은 없다”며 “(한쪽의)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단 반박과 다른 법무부 자료

하지만 12일 본지가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예산유용 의혹 관련 법무부 지도점검 결과·조치사항’에 따르면 공단 측의 반박과는 다르게 ‘은폐’라는 표현이 나올뿐더러 ‘축소’라는 표현도 수차례 등장했다.

본지가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예산유용 의혹 관련 법무부 지도점검 결과·조치사항’. ⓒ천지일보 2022.6.12
본지가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예산유용 의혹 관련 법무부 지도점검 결과·조치사항’. ⓒ천지일보 2022.6.12

해당 조사에서 법무부는 이사장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별도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공단 측이 자료로 제출한 최근 4년간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상에는 총 3개의 법인카드가 사용되고 있었다. 공단 측이 이 중 1개 카드의 집행내역만 외부에 공시하고 나머지 2개의 카드 내역의 경우 외부에 공시하지 않았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외부 공시된 지난해 사용집행액은 1267만원인데 반해 공시하지 않은 한 카드는 4935만원, 나머지 다른 카드도 396만원으로 확인되는 등 비공시 카드 금액이 공시액의 4배 이상에 달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장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 이에 지도점검에선 공단 측의 행위를 ‘일부금액만을 이사장이 사용한 것으로 금액을 축소해 공시’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법무부는 이사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축소·은폐’해 정보공개법에 따른 공시의무를 적절히 이행하지 아니했다고 보고 ‘기관주의’ 조치를 취했다.

본지가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예산유용 의혹 관련 법무부 지도점검 결과·조치사항’. ⓒ천지일보 2022.6.12
본지가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예산유용 의혹 관련 법무부 지도점검 결과·조치사항’. ⓒ천지일보 2022.6.12

특히 논란이 일었던 당시 현금으로 인출해 보관하다가 외부인사 경조사비 등에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본지가 입수한 ‘2021년 전도자금 집행내역’에 따르면 부서 내부 격려금 70만원부터 내부 간부 추석 격려금 100만원, 그리고 조의금과 축의금 등이 빼곡히 나열돼 있었다. 그 금액만 9월까지 3300만원, 지난해 전체로는 5000만원을 웃돌았다.

정부 예산·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사용할 수 없고 법령에 근거하지 않는 현금지출은 제한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공단 측이 제출한 자료는 대부분 상대방의 성명 정도만 특정될 뿐 업무상 관계 등이 특정되지 않아 경조사비 집행이 업무적 목적으로 사용된 것인지 파악되지 않는다’라면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공단노조는 법무부가 산하기관을 상대로 형식적인 조사에 따른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고 보고 지난 4월 김 이사장을 공단 예산인 업무추진비를 개인 경조사비 등에 유용했다는 혐의로 고발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공단, 관행 일부 인정·반박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제기된 의혹들이 일방적인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법무부로부터 기관주의를 받았지만 만약에 유용이나 횡령이 있었으면 기관주의로 끝나지 않고 수사기관에 이첩을 했을 것”이라며 “현금으로 사용된 항목은 공식문건에 모두 기록돼 있으며 비공식 현금장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기관장은 134곳의 현장을 방문하면서 직원격려금 등 명목으로 (업추비를) 사용했으며 외부인사 대상 지출의 경우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기관장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경조사비가 지출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관행적으로 사용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법률구조공단 홍보실장은 현금처럼 사용한 금액에 대해선 “이것도 사실 관행적으로 해왔던 거라서 지금 사장님도 그냥 그 관행에 따라서 한 것”이라면서 “다른 곳을 방문하거나 할 때 격려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는데 법무부 지적도 있고 해서 이런 부분을 없애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경조사비의 현금지급에 대해서도 “경조사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그런 과정은 이제 없애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논란에 휩싸인 김진수 이사장은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재판을 변호해오다가 2020년 6월 사임한 후 같은해 9월 곧바로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되면서 ‘보은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2021년 전도자금 집행내역’. ⓒ천지일보 2022.6.9
본지가 단독 입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2021년 전도자금 집행내역’. ⓒ천지일보 20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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