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혜인 기자] 10일 관람객들이 120년 만에 국민들에게 개방된 용산공원을 둘러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 2022.6.10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10일 관람객들이 120년 만에 국민들에게 개방된 용산공원을 둘러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 2022.6.10

10일부터 열흘간 시범 개방

1시간가량 서서 기다리기도

외국군 주둔, 138년 만 반환

“국력 올라갔다는 느낌 들어”

여의도보다 큰 도심 속 공원

우리나라 최초 ‘국가공원’ 계획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120년 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오는 거면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잖아요. 그동안 (우리나라가) 힘든 일들이 너무 많았었는데 ‘그 긴 세월 동안 여기 이렇게 있었구나’라고 생각해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벅차더라고요.”

용산공원이 120년 만에 국민들에게 개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시범개방 첫날인 10일 오전부터 공원을 찾은 정영숙(66, 서울 마포구 아현동)씨가 감정이 북받치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외국 군부대가 쓰던 땅을 다시 찾은 만큼 우리나라가 힘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어 저도 기쁘고 또 자녀들한테 이렇게 힘 있는 나라를 물려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감회가 너무 새롭다”고 전했다.

한 세기 넘는 시간 동안 타국 군인들이 써왔던 용산 땅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금단의 땅, 138년 만의 반환, 일본군 등 외국 군부대의 핵심 주둔지,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서울 여의도에 버금가는 면적. 모두 용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용산기지는 1882년 임오군란 직후 청나라 군대가 자리 잡은 이후 일본과 미국 군대의 주둔지로 활용돼오다 138년 만에 우리나라에 반환됐다. 이날은 용산공원이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 공원’으로 만들어질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각종 수식어가 따라붙는 만큼 용산공원은 이날 개방 첫 시간대인 11시 이전부터 공원을 보려는 사람들로 무척이나 붐볐다. 개방하기 전부터 길게 늘어섰던 인파는 문을 연 이후 방문자 등록처에서도 몰려 30분 이상 공원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미군에게 반환받은 용산공원 일부가 시범 공개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미군에게 반환받은 용산공원 일부가 시범 공개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0

방문자 등록 업무를 맡은 한 직원은 “개막식이어서 11시 오픈하는데도 관람객들이 10시 반부터 기다렸고, 접수처 앞에서도 기다리다 보니 모두 합치면 1시간가량을 서서 기다렸다”고 전했다.

이날 강원도 원주에서 두시간 걸려 왔다는 이영선(65)씨는 “오늘자 예약이 한시간도 안돼 다 매진될 정도로 치열했는데 저희 부부가 동시에 500명 안에 당첨돼 신기했다”며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그동안 놀고 있었는지 몰랐다. 우리 땅인데도 마음대로 못했던 땅인 만큼 개방돼 너무 좋다”고 웃음을 보였다.

그의 말처럼 용산은 우리나라 땅이면서 청나라 군대부터 일본군, 미군 등 외국 군대가 차지해왔던 사연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형적으로는 인왕산 안산으로 뻗어 지맥의 한 줄기가 만리재와 지금의 청파동을 거쳐 한강까지 이어진다. 용산(龍山)이라는 지명도 그 형상이 용의 모습과 닮아 용산이라 정하게 됐다고 한다.

용산공원은 여의도보다 큰 도심 속 초대형 공원으로 총 300만㎡ 규모에 달한다. 그중에서 한·미 양국이 지난달 용산 주한 미군부지 반환 계약을 확정함에 따라 용산기지 전체 면적인 203만㎡의 25% 수준인 50만㎡ 부지를 올 상반기 중으로 반환하게 된다. 이곳은 향후 민족성·역사성·문화성을 갖춘 국민의 여가 휴식공간 및 자연 생태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미군에게 반환받은 용산공원 일부가 시범 공개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미군에게 반환받은 용산공원 일부가 시범 공개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0

이와 관련 이날 공원에서 만난 이정원 국민소통추진단 팀장은 “용산공원 전체로는 현재 (점진적인 개방으로) 못 들어가는 위쪽까지 포함해 건물이 모두 1000동이 있고 그중에서 역사 가치와 보존 가치가 있는 100년이 넘은 건물들도 있다”며 “모든 건물을 지금 하나하나 진단하고 있으며 이후 100동 정도 남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기 와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미군 기지라는 느낌도 없고 다수의 미국식 집들과 대규모 병원·야구장이 있어 하나의 마을과도 같은 모습”이라며 “이에 공원과 맞지 않은 부분을 철거하고 보완하게 되는데 시민들이 주시는 의견을 받아 오는 9월 개방 시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이번에 시범 개방된 부지는 신용산역에서 시작해 장군숙소와 대통령실 남측구역을 지나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의 공간이다. 여기서는 대통령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원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시민들의 반응을 들으며 길을 따라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대통령실’이 나왔다. 대통령실 마당에는 경호차와 헬기뿐 아니라 이색적이게도 ‘로봇경비견’이 돌아다니며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미군에게 반환받은 용산공원 일부가 시범 공개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에서 경비로봇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미군에게 반환받은 용산공원 일부가 시범 공개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에서 경비로봇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0

이곳 앞에서는 첫 개장이던 만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자리에 참석해 용산공원 현황을 설명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원 장관은 “이번에 열흘 동안 시범 개방해 국민에게 체험 답사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용산공원이 주인인 국민으로 돌아왔기에 지금 공원이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는 게 진정 주인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체험과 판단의 기회를 하루라도 빨리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완전 개방은 미군으로부터 100% 돌려받은 다음에 하도록 한미 협정도 돼 있고 법률도 그렇게 돼 있다”며 “우리가 이미 반환받은 부분들에 대해선 국민들의 출입을 개방해도 문제가 없는 곳들 위주로 임시개방 계획을 확정 져 이용토록 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되는 토양오염에 대해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감 조치들을 통해 검증된 구간들을 임시 개방하게 된다”며 “전부 반환 받은 이후에는 필요한 정화 조치와 그에 따른 비용까지 미국에 청구해야 되기에 해당 구역은 일단 보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방이 임시개방인 만큼 용산공원에는 정부에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경청우체통’도 설치됐다. 국민의 의견을 모아 이후 공원 조성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본 방문객들도 하나둘씩 경청우체통을 찾아 바라는 점을 우체통에 넣었다. 뭔가를 빼곡이 적어 엽서를 우체통에 넣었던 한 방문객에게 어떤 바라는 점을 적었는지 묻자 그는 “이제 국민들이 정치에 너무 인상 찌푸리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서로 분열하고 네편 내편 헐뜯기보다 국민들이 편안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면 좋겠다’로 적었다”고 답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미군에게 반환받은 용산공원 일부가 시범 공개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미군에게 반환받은 용산공원 일부가 시범 공개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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