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는 기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임신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했다. 특히 연구자들은 태아가 가만히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아냈다. 태아는 ‘애벌레’처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이며 역동적인 생명체로서 엄마 몸 안팎의 상황에 반응하고 심지어 적응하기까지 한다.

알다시피 임신기에 엄마가 먹는 음식은 그대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임신기의 우울증이 태아를 자극에 민감하게 만들며, 출생 이후 정서 장애를 불러올 수도 있다.

특히 임신 3개월이 되면 각종 감염원과 오염원에 대해 더 불쾌함을 표하게 된다. 병원체의 공격에 취약한 시기이기 때문에 몸이 절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실시된 연구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아이를 밴 상태에서 9.11 테러를 겪은 여성과 그 자녀들이 생후 12개월이 됐을 때의 코르티솔(신체가 스트레스 상황에 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중단시키는 기능을 한다) 수치를 측정한 결과 임신 후 3개월 중에 노출된 경우 특히 태내에 강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는 또 있다. 1994년 1월 17일 새벽에 LA로부터 북서쪽으로 32km 떨어진 캘리포니아 노스리지에서 진도 6.8의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57명이 죽고 1만 2000명이 다쳤다. 지진 이후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커트 샌드먼 교수는 지진을 가까이서 경험한 40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이 출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했다.

그에 따르면 임신 1~3개월째인 여성의 경우 평균 2주 조산했는데, 이는 임신 7~9개월째인 여성에 비해 2배나 빠른 출산이었다. 이에 따라 샌드먼 교수는 스트레스에 더 민감한 시기가 임신 기간 중에 존재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2005년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경험한 임신부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도 1주일 이상 단전된 상태로 지내거나 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임신부의 저체중아 출산 및 조산 등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당뇨병을 앓는 여성이 자녀를 낳으면 비만이 되기 쉽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을 때 저술했다. 임신한 여성들이 경험하는 여러 가지 요소가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애니 머피 폴 지음 / 추수밭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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