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택 시장 양극화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서울 도심과 외곽 집값 격차는 5년 전보다 2배 이상 확대됐고, 전국적으론 고가주택과 저가주택의 가격 차이가 10배 이상 벌어졌다. 19일 KB부동산 월간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 7722만원이다. 한강을 기준으로 권역을 나눠보면 강남권(11개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15억 2548만원으로, 강북권(14개구) 대비 5억1420만원 높았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2.5.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2.5.19

고분양가·대출금리 등 영향

아파트값은 3주째 제자리

“양도세 완화에 매물도 늘어

가격, 하향곡선 그릴 전망”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지난해까지 기록적인 경쟁률을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또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가격이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고 정부의 양도세 완화로 매물이 늘면서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선 한 달 사이 미분양 물량이 2배로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미분양 물량은 360가구다. 전달 180가구의 2배 규모로 늘어난 셈이다. 올해 초(47가구)와 비교하면 7.6배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강북권에서 미분양 증가가 눈에 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의 절반이 넘는 195가구가 강북구에서 발생했다. 강북구 수유동 후분양 아파트인 ‘칸타빌 수유 팰리스’에서 216가구 중 195가구가 미분양 되면서다. 해당 단지가 미분양된 이유로는 고분양가라는 점이 꼽힌다. 해당 단지는 3.3㎡당 3249만원으로 주변 평균 시세보다 30%가량 비쌌다.

이 외에 동대문구 95가구, 강동구, 36가구, 구로구 29가구 등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동대문구에선 ‘힐스테이트 청양리 메트로블’이 95가구, 구로구에선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이 28가구 발생했다. 아울러 강북구 미아동의 ‘한화포레나미아’가 이날 13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무순위 청약이란 분양 일정이 끝났음에도 분양되지 않아 신청자 중 무작위로 청약을 받는 것이다. 한화포레나미아의 경우는 일반분양 당첨자 중 42%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분양이 증가하는 이유로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 ▲고분양가 논란 ▲분양가 9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금지 등 매수 환경이 나빠진 상황을 꼽는다. 여기에 치솟는 물가로 기준금리까지 인상되는 상황에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새 정부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출 규모가 2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는 선으로 대출이 제한되는 점도 있다.

미분양이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은 3주 연속 제자리걸음이다. 한국부동산의 5월 4주 서울아파트 매맷값은 지난주 수준을 유지했다. 강남과 서초 등 일부 고가지역을 위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하락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원은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전셋값 안정, 매수심리 위축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내일부터 한시적으로 중단된다. 9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1년 동안 유예하는 조치를 오는 10일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라 1년 동안은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를 이전하는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 때 양도세 기본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2.5.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내일부터 한시적으로 중단된다. 9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1년 동안 유예하는 조치를 오는 10일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라 1년 동안은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를 이전하는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 때 양도세 기본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2.5.9

한편 ‘짓기만 하면 미분양될 일은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서울에서도 무순위 청약이 잇따르면서 보합세를 이어가던 집값의 하락의 전조 증상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미분양의 증가는 수요의 감소로 보기 때문이다. 또 미분양 주택 수가 일정 수준을 넘기면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정책 목표로 삼았고 대규모 공급을 추진 중인 점 등을 봤을 때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을 집값 하락의 신호로 보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 이상 분양가는 높아지고 이에 따라 수요는 줄 수밖에 없다. 또 대출 규제는 여전하고 이자 부담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양도세 한시적 완화로 매물이 쌓이는 상황까지 겹쳐 미분양은 더욱 심해지고 이에 따라 가격은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방증하듯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양도세 한시적 완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날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 1462건으로 1달 새 10.0%(5578건) 증가했다. 올해 초(4만 5198건)과 비교하면 36%.0%(1만 6264건)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매눌 수가 6만건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0년 8월 6일(6만 306건)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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