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어부 간첩 혐의로 끌려가 고문 후 사망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냈지만… “공소시효 완성됐다” 각하

[천지일보=이솜 수습기자] 간첩 혐의로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30대 어부의 유족에게 26년 만에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7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성창호)는 1985년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어부 임모(당시 30)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1억 3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평범한 어부였던 임 씨는 1985년 7월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이 간첩 혐의로 보안부대에 끌려가 조사를 받자 평소 집주인과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로 강제 연행됐다.

임 씨는 28시간이 넘도록 조사를 받고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지만 심한 고문으로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돼 조사 2주 후 숨졌다.

이후 임 씨의 유족은 2001년 12월 “망인이 보안부대로 끌려가 지하 조사실에서 전기고문과 구타 등을 당하는 등 고문 후유증으로 숨졌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2005년 12월 유족은 진실ㆍ화홰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을 냈다.

위원회는 “망인이 보안부대에 의해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됐고 수사 과정에서 구타, 잠 안 재우기, 물고문, 전기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해 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면서 “국가는 보안부대가 수사권이 없는데도 민간인을 수사한 점, 수사 과정에서의 가혹행위로 임 씨가 숨졌으니 배상 등 화해하라”고 권고했고, 유족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 소속 보안부대원들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임무가 있는데도 그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고의로 법령을 위반해 부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했다”면서 “그 결과 임 씨가 사망했고 피고는 유족에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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