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홍승
가슴에 턱 걸려 있다
은연중에 덜컥 품은 그대
부정하려고 할수록 딸꾹딸꾹
침착하게 심호흡을 해봐야지
활짝 가슴을 펼치고
꾹 참고 버티고 있는데
딸꾹딸꾹 강하게 가슴에 가해지는 압박
딸꾹딸꾹 어이쿠 미치겠다
딸꾹딸꾹 이걸 어떡하라고
이러다가 숨이 멎을 수 있겠구나
주먹으로 쿵쿵 가슴을 쳐봐도
안 되는 것 같더니
그대의 미소 한 번에 싹
풀리는 듯 비로소 가슴이 숨을 고른다.

-약력-
서정문학 6기 시부문 등단
한국서정문학작가회의 회원
강릉원주대 산업정보경영공학과 졸업

-시평-
세상사 말문이 막히니 딸꾹딸꾹 시원하게 뚫어 줄 딸꾹질이 난다. 진실과 허상의 경계에서 영혼의 내전이라 할 딸꾹질이 난다.

이 시는 순수함과 정의로움이 부족한 시대에 자유와 꽉 막힌 생명에의 의지를 딸꾹질로 표현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딸꾹딸꾹 강하게 가슴에 가해지는 압박/딸꾹딸꾹 어이쿠 미치겠다/딸꾹딸꾹 이걸 어떡하라고/이러다가 숨이 멎을 수 있겠구나’에서는 울림이 더욱 크다. 딸꾹질은 인간의 근원적인 생리현상이라는 이 당연지사가 이 시에서는 왜 이렇게 가슴을 후려치는지 놀랍다. 시를 읽는 재미는 이렇게 숨겨진 메타포(metaphor, 隱喩)를 찾아 읽는 일일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딸꾹질을 하고, 다른 사상과 관념의 딸꾹질을 한다.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나타났다 금방 사라지고 마는 마술과 같은 딸꾹질을 하며 호흡을 고르고 세상을 건너간다. 현실 세계의 모순을 선명하게 각인한 ‘주먹으로 쿵쿵 가슴을 쳐봐도/안 되는 것 같더니/그대의 미소 한 번에 싹/풀리는 듯 비로소 가슴이 숨을 고른다’는 다음에 일어날 무언가에 대한 질문,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미래, 희망, 사랑일 것이다. 높고 깊은 가을 하늘을 향해 울려 퍼지는 신홍승 시인의 딸꾹질 소리가 신비스럽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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